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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싹수없는 며느리 VS 파란 눈의 시아버지 6
코리안위클리  2006/03/23, 07:57:26   
만만치 않은 두 사람 - 막상막하 좌충우돌 부엌 쟁탈기!

르 카페!


“르 카페!”소리와 함께 아드레날린 분비가 왕성해지면서 호흡과 맥박이 빨라지기 시작하자, 좀더 앉아 있고 싶은 원초적 본능을 가까스로 억제하고 서둘러 옷을 추스르며 화장실을 나섰다. 그때만 해도 ‘군대 점호나 민방위 훈련도 아니고 이렇게 하면서까지 저 맛없는 커피를 마셔야 되나’하고 속으로만 툴툴거렸지, 쿠데타는 꿈도 못 꾼 채 한 달간 100여 잔의 커피를 마셔야만 했다.
이 요상한 ‘르 카페’와의 첫 만남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으로 시부모님과 상견례를 가진 다음 날 아침, 더 자는 게 좋을 거란 남편의 말에 ‘한국 며느리의 참맛을 보여드리겠다’고 방방 뜨며 주방으로 올라갔다.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이미 하루 먹거리 준비를 다 마치시고 커피를 들고 계시던 시아버지는, 나의 등장에 반색을 하시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 ‘르 카페’를 내미셨다.
커피잔만 보고 에스프레소일 거라 짐작했는데, 쓰디쓰고 달디달며 밑바닥엔 커피가루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생전 처음 맛보는 끔찍한 커피였다. 첫날이라 잘 보여야 한다는 일념으로 오만상을 참아가며 커피를 마시는 내게, 주전자에 직접 간 원두와 물, 설탕을 넣고 끓이는 터키식이라고 자랑을 늘어놓으시는 시아버지!
한 잔 더하겠냐는 시아버께 차마 ‘노!’를 외치지 못하고 방긋 웃은 탓에 한 잔 더, 나중에 온 가족이 함께 한 잔 더. 괜히 일찍 일어나서 설쳐댄 탓에 일일 권장량보다 무려 두 잔이나 더 마신 것이다!
맛도 맛이지만 끓이는 방법이 재래식이다 보니, 뜨거울 때 모두가 함께 마시기 위해 “르 카페!” 소리만 들렸다 하면 짱가보다 더 빨리 1분 안에 집합해야 하는데 진짜 비극이 있었다. 무슨 산삼 달인 물도 아닌데 그 쓰디쓴 커피를 마시겠다고 하루에 세 번씩 쿵쾅거리며 집합하는 모습을 볼 때면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었지만, 아무도 감히 불평하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그로부터 2년 후, 이민 수속을 마칠 때까지 캐나다 시댁에 머물기로 결정을 내렸을 때, 마실 만하다는 남편을 꼬드겨 매일 3회에서 1회로 줄여줄 것을 시아버지께 말씀드리기로 합의를 보는 데 성공했다.
도착한 다음 날, 커피를 마시며 남편이 비장한 각오 아래 말씀을 드렸는데, 평소처럼 이유를 캐물으시며 “이 커피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임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열을 내실 줄 알았던 시아버지가 “알았다” 하시며 순순히 주방을 나서시는 게 아닌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힘없이 돌아서는 그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서, 하마터면 “아버님, 저희가 죽을 죌 지었으니 다 용서하시고 그냥 세 번 다 주세요!”하고 무릎을 꿇을 뻔했다.
그러나, 마음 독하게 먹고 그날 당장 커피머신을 사서, 이 악몽의 커피클럽에 43년째 강제로 소속돼 있는 어머니의 부러움을 뒤로하고 우리만의 향긋한 커피를 지금까지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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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브 북 출판 / 전희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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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희원 작가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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