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을 꿈꾸는 런던의 강남
테이트 모던 갤러리, 런던 대통합의 전주곡… 반쪽 런던에서 하나된 런던으로
조금 유심히 런던을 들여다 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소들의 90% 이상이 템즈강을 중심으로 북서쪽에 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실상 런던을 찾는 관광객들이 런던의 남쪽을 찾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이러한 기형적 상황이 당연한 것은 런던은 역사적으로 국가 권위의 상징인 웨스트민스터(City of Westminster) 지역과 경제 금융의 중심인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 두 지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모두 강북에 위치해 있다.
한국은 재개발 덕택에 강남이 크게 발전했고 상대적으로 강북이 낙후된 반면에 런던은 정치, 경제, 금융은 물론 관광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핵심 시설들이 강북에 위치함으로써 강남은 계속해서 낙후되고 소외되는 형국이다.
단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런던은 33개의 작은 지역단위(Borough)로 다시 세분화 되는데 이중 가장 부유한 자치 단체는 웨스트민스터와 시티 오브 런던이다. 반면에 두 지구와 템즈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서덕(Southwark)지구는 가장 가난한 자치단체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강남북 지역의 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따라서 이미 오래 전부터 다양한 정책들이 계획되었으나 큰 효과를 거둘 수 없었던 이유 역시 개발을 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디어 이러한 강남 지역이 몇 해전부터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1981년 유가파동으로 문을 닫은 화력발전소를 기막히게 미술관으로 개조하여 지난 2000년에 개관한 <테이트 모던 갤러리>가 바로 그 시작이다. 불과 5년여 남짓 지난 이 미술관은 단박에 기존 런던의 관광 명소들을 제쳤을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미술관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대단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테이트 모던 갤러리>의 성공은 단순한 미술관 하나의 성공이 아니라 낙후된 서덕지구에 활력을 불어 넣었고 재정 확보의 기틀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통계에 따르면 <테이트 모던 갤러리>의 지역 고용창출 및 관광 수입은 전세계적으로 비교대상이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더불어서 런던의 상징인 <세인트 폴 대성당>이 <밀레니엄 브리지>에 의하여 직접 연결됨으로써 극단적 불균형에 놓여 있던 강남북 대통합의 전주곡이 울려 퍼진 셈이다.
탄력을 받은 서덕지구는 대규모 공공건축물과 최신 상업시설 등을 유치함으로써 주거 및 경제 환경 개선은 물론 전반적인 지역의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도 파격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정평이 난 건축가 윌 알솝(Will Alsop)에 의해 지난 2000년에 <페캄 도서관(Peckham Library)>이 완공되어 주변의 분위기를 일신했고, 2002년에는 독특한 모습의 <런던시청사>가 노먼 포스터에 의해 완공되어 행정 중심지로서 거듭나게 되었다. 그리고 2003년에는 우여곡절 끝에 런던 최대 규모의 초고층 빌딩인 <런던 브리지 타워>가 허가를 받아 2009년 봄에 완공될 예정이다. 이 건물은 310m 높이로 런던은 물론 유럽에서 가장 높은 최첨단의 빌딩이 될 것이다.
지난 수세기 동안 경제, 금융, 관광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해 왔던 런던을 비판적 관점에서 보자면 사실상 강북만으로 이루어진 반쪽의 런던이었다. 이제 잠자고 있던 런던의 나머지 반쪽이 기지개를 펴고 있으니 하나된 런던의 힘찬 도약을 기대하게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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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런던대학 튜터)
약력 :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 학부 및 대학원 졸업.
디자인 스튜디오 O.N.E 소장 / 건축 비평가
영국 바쓰대학(University of Bath) 건축학 박사과정 수료
현 런던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도시계획학과(Cities Programme) 튜터
저서 : <공간사옥>(공저, 2003),
<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