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이 하나된 생태 학습장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건설된 세계 최대규모 식물원·온실
건축 및 도시와 관련해서 대중의 의견을 묻는 것은 영국에서 아주 보편적이다. 좋은 건물과 도시는 전문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단순하면서 명쾌한 이유 때문이다. 건축 및 도시와 관련해서 적극적으로 대중의 의견을 묻는 방식 중 하나는 가장 좋은 건축물과 나쁜 건축물을 대중들이 선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방송과 신문을 통해서 이에 대한 결과가 종종 발표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영국에서 가장 사랑을 받는 현대건축물은 무엇일까? 물론 조사 방식에 따라서 차이가 있긴 하다. 일반적으로 <테이트 모던 갤러리>, <대영박물관>, 혹은 <거킨> 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몇몇 권위 있는 조사에서 연속으로 1등을 차지한 것은 오늘 소개할 <에덴 프로젝트(The Eden Project)>이다.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에덴 프로젝트>는 <런던 아이>, <밀레니엄 돔>과 더불어서 영국에서 진행된 가장 큰 밀레니엄 프로젝트중의 하나이다. 런던에서부터 차로 약 5시간 가량 떨어진 남서부의 콘월(Cornwall) 지역에 건설된 <에덴 프로젝트>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세계의 다양한 식물들을 재배하는 식물원 혹은 온실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중 한 명인 니콜라스 그림쇼(Nicholas Grimshaw)가 디자인 했고 전체부지 면적이 15헥타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전체적인 형태는 벌집 모양의 크고 작은 8개 돔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구성된다.
<에덴 프로젝트>는 아열대 온실(Humid Tropics Biome)과 온대 온실(Warm Temperature Biome)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고 각각 다른 크기의 4개의 온실들로 결합되어 있다. 아열대 온실의 경우 길이 240m, 폭 110m, 높이 50m의 규모로 바나나, 커피, 고무, 대나무 등 전세계의 아열대 식물들과 전통 가옥들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에 온대 온실의 경우 길이 150m, 폭 56m, 높이 35m 규모로 올리브, 포도 등과 같은 지중해 지역 혹은 그와 유사한 기후 조건에서 자라는 식물들로 채워져 있다. 온대 온실에는 또한 다양한 형상의 조각들이 식물들과 독특한 조화를 이루며 설치되어 있다. 이 두 개의 온실 외에도 <에덴 프로젝트> 주변에는 수많은 종류의 나무와 꽃들이 심어져 있고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따라서 주변 전체가 거대한 태초의 모습을 간직한 공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에덴 프로젝트>가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예상을 뛰어넘는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생태학습장으로서의 교육기능 때문이다. <에덴 프로젝트>의 관계자들은 이곳이 단순한 생태공원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에덴 프로젝트>는 공원의 개념을 넘어서 실제로 체험하고 자연과 하나되는 살아있는 교육 및 실습장이다. 그리고 주요 대상은 다름 아닌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이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들을 통하여 어린이들은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이해하고 나아가서 어떻게 그것을 보호해야 하는가를 배울 수 있다.
둘째로, 다른 곳과 차별화된 쉼터로서의 역할이다. 철저하게 자연과 하나될 수 있는 분위기는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새로운 활력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통계에 따르면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1박 2일의 주말 여행객들이다. 주말을 이용하여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편안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어떤 장소보다 훌륭하다는 말이다. 영국 전체에서 <에덴 프로젝트>보다 많은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는 곳은 <런던 아이>밖에 없다. <런던 아이>가 접근이 용이한 런던에 있고 방문객의 상당수가 외국인인 것을 감안한다면 영국인들의 <에덴 프로젝트>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인류의 시조가 살았던 에덴 동산이 21세기에 새로운 모습으로 드라마틱하게 부활했고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음이다.
------------------------------------------------------------------------
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런던대학 튜터)
약력 :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 학부 및 대학원 졸업.
디자인 스튜디오 O.N.E 소장 / 건축 비평가
영국 바쓰대학(University of Bath) 건축학 박사과정 수료
현 런던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도시계획학과(Cities Programme) 튜터
저서 : <공간사옥>(공저, 2003),
<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상상/하다, 채움의 문화>(공저,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