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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2 존 불의 왕국, 브리타니아의 제국
코리안위클리  2008/10/22, 22:52:13   
▲ 브리타니아는 본래 로마인들이 붙인 이름이다. 잉글랜드 왕국의 집단의식을 구성하는 일부분이 되면서, 1672년 이래 투구를 쓰고 방패와 삼지창을 든 여성으로 의인화되었다. 이는 제국과 군국주의, 경제 개념을 혼합한 상징이었다. 존 불은 제국의 영광을 구현한 브리타니아와 달리, 자유를 누리는 풍요로운 영국인을 구현하는 이미지로 정착했다.
존 불 - ‘자유 누리는 풍요로운 영국인상’, 브리타니아 - ‘대영 제국의 영광 구현’

자신들의 역사에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국민을 꼽는다면, 아마도 영국인은 반드시 최상위권에 들 것이다. 세계에서 제일 먼저 의회민주주의를 확립하고 자본주의를 정착시키고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제국을 건설했던 나라, 그리고 오늘날 이 세상 사람들의 삶에 필수품이 되어버린 영어의 모국. 그런 나라의 국민이 강한 자부심을 느끼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던 1980년대 초에도, 영국인들 가운데 86%는 자신이 영국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국민성에 대한 영국인들의 관심과 애국심은 18세기 말에 고조되기 시작했다. 당시 영국이 경제적·국제정치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면서, 그러한 성공의 결정적 요인을 국민성에서 찾으려는 주장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성공의 치사를 통치자들이 아니라 국민에게 돌려야 한다는 주장은 옳게 보였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을 의인화한 인물인 ‘존 불John Bull’이 평범한 영국인의 특성을 구현하게 된 것도 대중적 애국주의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평범한 영국 남성을 상징하는 존 불은 스코틀랜드의 의사이자 작가인 존 아버스넛John Arbuthnot(1667~ 1735)의 풍자 책자인 <존 불의 역사The History of John Bull>(1712)와 함께 태어났다. 존 불은 통상적으로 “정직하고, 솔직하며, 착하고, 용감하고, 성질이 급한” 영국성의 영원한 담지자로 인식되어 왔다. 존 불은 때로 분명하게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를 선전했는가 하면, 국가제도와 현실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인종적 소수집단들이 영국 사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영국적 삶의 방식’에 대한 위협이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다.


영국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이미지는 브리타니아Britannia다. 브리타니아는 존 불보다 훨씬 긴 생명력을 지닌 이미지로, 로마 시대부터 브리타니아로 불리는 여성의 표상이 있었다. 근대 이후 영국인들은 그 표상을 되살려 로마인들과는 다른 브리타니아를 만들어냈다. 보통 머리에 왕관을 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브리타니아는 19세기 대영제국과 밀접하게 연관된 이미지다.
브리타니아는 왕국의 집단의식을 구성하는 일부분이 되었다는 점에서, 대중문화로 태어난 존 블과 구분된다. 브리타니아의 존재는 아마도 국왕이 국가를 표상한 초기 근대국가의 형성이라는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 형성의 다음 단계에서는 국왕이 아니라 국민이 중요해지는데, 이를 의인화한 것이 존 불이다. 브리타니아가 로마 시대에 만들어지고 세월이 지나면서 엘리자베스 1세나 지배계급과 동일시 되었다면 존 불은 대중으로부터 나와 영국인의 국민적 특성이라고 간주된 것들을 반영했다.
19세기에 존 불과 브리타니아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의 확고한 이미지가 되었다. 존 불과 브리타니아 같은 의인화된 이미지들은 한 나라가 국민국가로 변화할 때 의미있는 역할을 했다. 브리타니아는 위로부터 부과된 것이고, 존 불은 대중문화와 민중의 역사로부터 생겨난 것이다. 그들은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조건에 따라 각기 다른 역할을 담당하면서 때로 어느 한 정파에 의해 이용되기도 했지만, 존 불은 자유를 누리는 풍요로운 영국인의 이미지로, 브리타니아는 제국의 영광을 구현하는 이미지로 정착하면서, 대내외적으로 영국적인 것Britishness의 확고한 부분을 구성했다.
영국적이 것이 형성된 후 200여 년이 지나는 동안 그 내용도 변했다. 존 불의 몇몇 속성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잘 먹어 살집이 좋은 모습은 더 이상 존 불의 특유한 외모가 아니다. 브리타니아의 위상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브리타니아가 품에 안았던 대영제국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영국이 유럽과 좀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예전 식민지로부터 이민자들이 유입된 1980년대 이후, 영국의 정체성을 ‘섬나라 인종island race’으로 보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그리고 언론과 정치적 언어를 통해, 점차 국수적이고 방어적이고 인종적으로 배타적인 국민의 이미지가 통용되었다. 이러한 담론은 영국인들을 순수한 혈통인 양 묘사하면서, 데인족이나 노르만족의 개입은 전혀 기억하지 않는다. 유럽 통합에 대한 오늘날 영국인들의 적대감도 그러한 섬나라 근성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유럽 통합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은 광범위한 유럽적 정체성이라는 틀 아래서 영국의 국민 정체성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영국의 미래가 유럽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독특한 국민 문화를 보호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공통된 언어와 습관, 종교, 피부색, 가족, 그리고 ‘민족 문화’에 속한다고 가정되는 수많은 다른 요소들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최근 논의에서도 계속 등장하는 주제는 ‘영국적 삶의 방식’의 역사적·문화적 속성을 정의하는 것이다. 특히 인종적 소수집단들이 영국 사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된 오늘날, 다인종 사회의 발달이 주도적 문화에 가하는 위협이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다.
아마도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영국적인 것을 구성하고 유지해 준 요소들이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영국적인 것이 약해지면서 잉글랜드적인 것Englishness, 스코틀랜적인 것Scottishness 등으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제 영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볼 시점에 이른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영국이 앞으로 ‘잉글랜드가 주도하는 통일국가’보다 좀더 ‘평등하고 혼성적인 연합국가’로 나아가리라는 점이다.


필자 박지향(朴枝香) 교수는
1953년 서울 출생
서울대 서양사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1978),
미국 뉴욕주립대 박사(유럽사학 1985), 영국사학회 연구이사
현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저서: ‘영국사’‘제국주의’‘슬픈 아일랜드’‘일그러진 근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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