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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런던의 매력적인 거리를 찾아서 16 - Exhibition Road
코리안위클리  2008/12/11, 00:23:57   
▲ 엑시비션 로드는 런던 서쪽 켄징톤의 자연사박물관 오른쪽 측면에서부터 시작해서 위쪽으로 하이드파크까지 이르는 곧게 뻗은 거리다. 다양한 건축, 음악, 미술, 영화, 패션과 연관된 거리축제가 거행된다.
런던의 박물관 거리, 엑시비션 로드
다양한 문화예술 시설들이 집중된 보물창고

런던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다. 테이트 모던, 대영박물관, 국립미술관 등이 전통적으로 크게 알려졌지만 실상 런던에는 작지만 귀중하고 흥미로운 소장품을 지닌 소규모 혹은 개인 소유의 박물관들이 더 많다. 오늘날 런던이 문화, 예술 도시로서 전 세계인들로부터 각광을 받는 보이지 않는 이유일 듯싶다. 그런데 명실공히 문화예술 도시로서 런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거리가 있다. 바로 ‘엑시비션 로드’다.
엑시비션 로드의 정확한 위치는 런던 서쪽 켄징톤의 자연사박물관 오른쪽 측면에서부터 시작해서 위쪽으로 하이드파크까지 이르는 곧게 뻗은 거리다. 엑시비션 로드가 런던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거리인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엑시비션 로드 그리고 이와 연결된 거리들에 있는 문화예술 관련 장소들을 한번 열거해 보자. 자연사박물관, 과학박물관,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 괴테 인스티튜트, 이슬람 센터, 로열컬리지 오브 아트, 로얄컬리지 오브 뮤직, 로얄 알버트홀 등등.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길을 따라서 조금 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국립 발레단과 켄싱턴 가든의 서펜타인 갤러리도 만날 수 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이처럼 다양한 문화예술 시설들이 하나의 거리에 집중된 경우는 찾아볼 수 없을 듯싶다. 그야말로 문화예술의 보물창고인 셈이다.
우리 말로 하면 ‘전시길’이라는 의미의 다소 특이한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85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런던 시는 하이드파크에서 제1회 만국박람회를 개최했다.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명실공히 세계 제조업의 중심에 우뚝 자리잡은 런던이 다양한 공업제품들을 전시하고, 이를 통하여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의 행사였다. 그런데 이 박람회장에 가기 위해서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거쳐가는 거리가 바로 이곳이었다. 당시 전 세계로부터 박람회를 보기 위하여 온 관람객이 600만 명이 넘었으니 실로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 성공 기념해 거리 이름 지어

만국박람회가 예상을 뛰어 넘는 정도로 크게 성공한 후에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이 거리를 엑시비션 로드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1881년에 대영박물관에서 독립한 자연사박물관을 필두로 위에서 언급한 문화예술 시설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징성으로 인하여 엑시비션 로드에서는 다양한 건축, 음악, 미술, 영화, 패션과 연관된 거리축제가 거행된다.
그런데 이러한 엑시비션 로드는 한 가지 딜레마를 가지고 있었다. 런던에서는 보기 드물게 넓고 곧게 뻗은 도로는 런던 남쪽 지역에서 하이드파크와 켄싱톤 가든 주변으로 가는 주요한 관통로였고, 이로 인하여 점차 차들이 점령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화려한 문화예술 관련 시설들은 딱히 연계되지 못한 채, 따로 노는 형국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런던 최고의 문화예술 거리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일어나기 시작했다. 핵심은 차량 중심으로 되어있는 현재의 엑시비션 로드를 보행자 중심 거리로 바꾸고, 중간 중간에 머물 수 있는 공공공간을 설치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더욱 파격적인 계획은 엑시비션 로드의 지하에 거대한 전시공간을 만드려는 계획도 있다. 그야말로 지상과 지하 모두를 전시공간으로 꾸미는 거대한 계획이다.
이러한 엑시비션 로드 재생 프로젝트가 오랜 준비 끝에 본격적으로 착수된 것이 바로 올해다. 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나면 아마도 엑시비션 로드는 만국박람회가 열렸던 1851년을 능가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임에 분명하다.
지금은 주변의 박물관들이 주인공이지만 그 때는 명실공히 엑시비션 로드가 주인공이 될 것이다.

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런던정경대학 튜터)

약력 :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 학부 및 대학원 졸업.
         디자인 스튜디오 O.N.E 소장 / 건축 비평가
         영국 바쓰대학 건축학 및 런던정경대학 도시사회학 박사과정 수료
저서 : <공간사옥>(공저, 2003), 
         <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상상/하다, 채움의 문화>(공저, 2006)
         <유럽건축 뒤집어보기>(2007)
활동 : 현재 디자인과 강의를 하고 있으며 조선일보, KBS, SBS의 디자인 프로그램
자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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