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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칠리 로드의 정확한 위치는 지하철 세인트 존스 우드 역에서부터 북쪽 순환로(North Circular)까지 이르는 거리로 단일 거리로는 런던에서 가장 길다. 핀칠리 로드에는 낮게는 3층 높게는 5층 내외로 이루어진 빅토리안 스타일의 타운하우스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러한 타운하우스는 핀칠리 로드와 좌우측의 뒷편에 위치한 주택단지를 보호하는 거대한 병풍과 같은 역할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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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와 상가가 어우러진 가장 긴 거리
런던 북쪽 주거지역 연결하는 동맥 … 지하철역 연계로 상업지역 발돋움거리의 기본적인 역할은 연결이라 할 수 있다. 지역과 지역, 장소와 장소 그리고 집과 집을 연결한다. 그러나 거리가 이처럼 연결을 위한 기능적인 역할만 한다면 매력적일 수 없다. 그와 더불어서 사람들이 즐기고 누릴 수 있는 그 이상의 것을 제공해야 한다. 오늘 소개할 핀칠리 로드가 바로 이러한 거리다.
런던은 영국의 수도이자 명실공히 세계 금융산업의 중심이다. 여기서 한 가지 뜬금없는 질문을 해보자. 영국의 수도로써 런던의 위치는 과연 적절한가? 아마도 쉽게 그렇다고 답할 수 없을 듯싶다. 그 이유는 수도로써 런던의 위치가 지나치게 한쪽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런던과 북쪽 지역의 유기적 연계는 영국의 전체적인 발전을 위한 핵심이라 할 수 있다.
10회 때 햄스테드 하이스트리트를 설명하면서 햄스테드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다. 햄스테드는 런던이 북쪽으로 팽창하면서 생겨난 전형적인 전원주택단지다. 완만한 언덕으로 이루어진 햄스테드 주변 일대는 본래 우물, 온천 그리고 광천수가 솟아나던 청정지역이기도 하다.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한 햄스테드 주변은 세인트 존스 우드, 벨사이즈 파크 그리고 골더스 그린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주거 지역이 형성되었다. 핀칠리 로드는 이러한 런던 북쪽의 주거 지역을 연결하는 동맥과 같은 거리다.
핀칠리 로드의 정확한 위치는 지하철 세인트 존스 우드 역에서부터 북쪽 순환로(North Circular)까지 이르는 거리로 단일 거리로는 런던에서 가장 길다. 그러나 핀칠리 로드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런던 시내와 북쪽을 연계하기 위하여 핀칠리 로드가 놓여지고,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된 것은 1820년대 부터다. 이후 몇 차례의 확장공사가 이루어졌고 오늘날과 같은 모습에 이르렀다. 그런가 하면 1879년에 핀칠리 로드역, 1907년에 골더스그린역, 1939년에 스위스 코타지 역과 세인트 존스 우드 역이 핀칠리 로드의 주요 지점에 건립됨으로써 핀칠리 로드는 상업지역으로도 빠르게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현재 핀칠리 로드역 주변에는 대규모 쇼핑센터가 조성되었고, 지속적으로 쇼핑 및 문화 예술 관련 시설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세인트 존스 우드역 주변에서부터 완만한 언덕길을 따라서 핀칠리 로드를 걸어보자. 가장 큰 특징은 양쪽 거리에 빼곡히 들어선 빅토리안 스타일의 타운하우스다. 동서방향으로 길게 지어진 주택들은 대부분 붉은색 벽돌을 사용했다. 낮게는 3층 높게는 5층 내외로 이루어진 주택들은 1, 2층을 상가로 그 위는 주택으로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러한 타운하우스는 핀칠리 로드와 좌우측의 뒷편에 위치한 주택단지를 보호하는 거대한 병풍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러한 모습은 아마도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도시가 확장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영국은 19세기 말에 세계 최초로 ‘전원도시’ 이론을 탄생시킨 바 있다. 핀칠리 로드 주변의 모습은 도시의 편안함과 교외의 전원적인 삶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개념의 전원도시 이론이 도시가 확장되는데 적용된 적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도시가 팽칭함에 따라서 길을 새로 만들고 집을 짓는 것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지어진 길과 집이 기존과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사용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핀칠리 로드는 거리, 주거, 상업시설이 적절히 어우러지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해가는 전형적인 영국 거리의 특성을 드러낸다.
핀칠리 로드 주변에는 현재 한국 학생들을 포함하여 외국 유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센트럴 런던과 교통편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앞서 설명한 것처럼 주거 및 상업 지역으로써 핀칠리 로드가 지닌 매력 때문일 것이다.
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런던정경대학 튜터)
약력 :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 학부 및 대학원 졸업.
디자인 스튜디오 O.N.E 소장 / 건축 비평가
영국 바쓰대학 건축학 및 런던정경대학 도시사회학 박사과정 수료
저서 : <공간사옥>(공저, 2003),
<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상상/하다, 채움의 문화>(공저, 2006)
<유럽건축 뒤집어보기>(2007)
활동 : 현재 디자인과 강의를 하고 있으며 조선일보, KBS, SBS의
디자인 프로그램 자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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