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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7 스포츠와 여성해방
코리안위클리  2008/12/31, 23:25:30   
▲ 자전거야말로 여가 활동의 상류계급 독점을 깨뜨린 최초의 스포츠이자 진정으로 여성해방에 기여한 스포츠였다.
스포츠는 여성을 해방시켰는가?
불편한 복장과 엄격한 행동규율… 여성 스스로 택한 ‘타협적 정신’ 주장도


19세기 후반기 사람들에게 여성 스포츠와 복장개혁 운동 및 여성해방 운동은 단순하고도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었다. “신여성”은 “자전거를 타고, 테니스나 골프를 치며, 스커트 밑으로 스타킹을 6인치 씩이나 드러내 보이고, 몸을 조이는 코르셋을 입지 않는 여자”로 간주되었다. ‘많은 여성들이 자전거를 타고 여성 참정권을 향해 나아갔다’는 말대로 여성 스포츠와 여성해방 운동은 동시에 발달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실제 역사적 현실은 훨씬 복잡했다. 19세기 중엽부터 여성이 스포츠를 즐기게 되고 그럼으로써 여성의 활동 범위가 확대된 것은 사실이지만, 스포츠의 발달과 여성해방 운동의 확대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성이 스포츠에 참여함으로써 만끽하게 된 자유는 여성해방론자들의 의식적 노력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스포츠를 즐기던 여성들은 여권 운동을 지지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문제는 왜 양자 사이에 관련이 없었는가 하는 점이다. 일부 학자들은 빅토리아 시대의 도덕적 규범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즉 남성과 여성의 분리된 영역을 정당화하는 전반적 사회통제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한편 여성의 복장과 행동거지에 부과된 엄격한 규율은 오히려 여성들 스스로가 택한 ‘타협적 정신’의 산물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여성다움과 육체적 운동이 양립할 수 있음을 보이려는 여성들이 고의적으로 의도한 결과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19세기 여성 스포츠의 한계를 오로지 사회통제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여성 스포츠의 한계는 여성들 스스로가 그러한 사회통제를 깨뜨리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야기된 결과였다. 초기에 스포츠를 즐겼던 여성들은 페미니스트이기는커녕 사실상 결혼 상대자를 구하기 위해 스포츠를 이용한 사람들이었다. 다른 한편 여성해방론자들은 스포츠를 특별히 여성해방의 한 도구로 여기지 않아 스포츠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따라서 19세기를 통해 여성의 육체적 해방과 이념적 해방은 각기 다른 길을 걸었다.
여성 복장 개혁과 여권해방 운동 사이에도 역시 긴밀한 관계가 없었다. 영국 여성해방론자들은 대체로 복장개혁 문제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들은 늘 여성의 전통적 복장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차림으로 여성해방을 주장했다. 복장개혁 운동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비판에 휩쓸리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따라서 19세기 여성 스포츠, 여성 복장개혁, 그리고 여성해방 운동의 전개 과정은 겉보기와 달리 서로 밀접히 연관된 현상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여성의 이념적 해방과 신체적 해방은 1910년경에 드디어 접점을 이루었다. 그 무렵 코르셋이 사라지고 스포츠 경기에서 보다 편안한 복장이 착용되었다. 1913년 제1회 여자대학 라크로스 경기가 열렸을 때, 옥스퍼드대학 팀은 여전히 킨 스커트 차림이었지만 케임브리지 팀은 무릎길이의 튜닉 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1913~14년경의 사진들을 보면 예전에 볼 수 있던 스커트가 스키장에서 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여성들로 하여금 사무실과 공장에서 남자들이 남기고 간 직무를 대행하게 만들었고, 전쟁 중에 여성들은 보편적으로 바지를 착용했다.

빅토리아 시대를 통해 스포츠, 여성 복장의 개혁,
그리고 여성해방은 각기 분리된 길을 걸었다.
역설적으로 이 분리된 세 갈래 길은
빅토리아 시대 여권론의 한계가 빚은
결과인 동시에 그 원인이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중요한 세력은 젊은 중류계급 출신 여성들, 그 중에서도 중등학교나 대학에서 교육받은 여성들이었다. 이들 제2세대 페미니스트들은 제1세대보다 훨씬 더 과격하고 전통에 덜 순종적이었다. 이들은 특히 야외활동을 즐겼는데, 예를 들어 버나드 쇼가 주동이 되어 페이비언 협회가 매년 여름 개최한 페이비언 캠프에서는, 하루 일과가 체조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체조복을 입었다.
<페이비언>뉴스는 이 광경을 “지적인 정열이 장시간의 산책과 등산, 운동경기, 체조 등과 섞여 있다”고 묘사했다. 그러나 페이비언 협회 젊은이들의 이러한 분위기는 나이 많은 세대의 입장에서 볼 때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1910년 여름 캠프에 다녀온 비어트리스 웹은 젊은 대학졸업생들의 경박함과 더불어 신중하고 지적인 토론보다는 여흥을 즐기는 태도를 비판했다.
해방을 향한 흐름은 노동계급 여성들에게서도 마찬가지로 추적해 볼 수 있다. 중간계급뿐만 아니라 중하류층이나 노동계급 여성들 중에서도 점차 친목 단체나 휴가 단체에 가입하는 수가 증가하면서, 이들 단체들은 1890년대에 성황을 이루었다. 대부분의 협동조합 휴가협회에서는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유명한 사회주의자 로버트 블래치퍼드가 조직한 클라리언 클럽은 중하류층과 노동계급 남녀에게 매우 인기가 높았는데 그들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조차도 클라리언 클럽에서 행해지는 “노골적인 연애행각”을 비난했다.
1914년에 이르면 몸과 마음이 자유로운 여성이 탄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페미니스트들의 의식적 노력에서 비롯된 결과가 아니었다. 사실 여성 복장개혁은 정치적·법률적 변화 없이도 이루어질 수 있었다.
대학 졸업장과 달리 복장개혁은 남성들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의도하기만 한다면 여성의 자율적 힘으로도 성취할 수 있는 것이었다. 복장개혁 운동이 실패한 책임은 여성에게 있었다. 복장개혁과 여성 스포츠의 한계는 빅토리아 시대의 규율과 구속의 반영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또한 여성들 스스로가 부과한 규율과 구속이기도 했다.
여성 복장개혁 운동은 여성해방 운동가들로부터 거의 지지를 얻지 못한 채 “아킬레스의 발뒤꿈치”로 남아 있다가 사라져 버렸다. 스포츠가 가져다준 신체의 자유도 여성해방론자들에게서 인정받지 못했다.
페미니스트들은 스포츠를 즐기는 수많은 여성에게 접근하여 그들을 여권 운동의 동지로 삼을 수 있었지만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빅토리아 시대를 통해 스포츠, 여성 복장의 개혁, 그리고 여성해방은 각기 분리된 길을 걸었다. 역설적으로 이 분리된 세 갈래 길은 빅토리아 시대 여권론의 한계가 빚은 결과인 동시에 그 원인이기도 했다.


필자 박지향(朴枝香) 교수는
1953년 서울 출생
서울대 서양사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1978),
미국 뉴욕주립대 박사(유럽사학 1985), 영국사학회 연구이사
현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저서: ‘영국사’‘제국주의’‘슬픈 아일랜드’‘일그러진 근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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