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토 커뮤니티 구인 전화번호 지난신문보기
전체기사
핫이슈
영국
한인
칼럼
연재
기고
스포츠
연예
한국
국제
날씨
달력/행사
포토뉴스
동영상 뉴스
칼럼니스트
지난신문보기
  뉴스연재 글짜크기  | 
연재-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8 전설의 두 영웅
코리안위클리  2009/01/14, 23:39:36   
▲ 본래 잉글랜드인들에게는 자신들의 고유한 신화가 없다. 그들은 토착 켄트인들의 전설적 영웅을 자신들의 영웅으로 만들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서 왕이다(사진 위). 로빈 후드는 아서와 다른 궤도를 거쳐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다. 즉 그는 ‘자유롭게 태어난 잉글랜드 사람’으로서 일부가 아닌 국민 전체의 정치적 권리를 옹호하는 역할을 맡았다.
‘브리튼의 희망’ 아서 왕과 ‘의적’ 로빈 후드
영국의 복잡한 국민 정체성 형성에 크게 기여


아서 왕과 로빈 후드는 아마도 영국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전설상의 영웅들일 것이다. 20세기 초의 한 문인은 ‘아서 왕과 그 기사들 이야기가 궁정 계급의 서사시라면, 로빈 후드 이야기는 대중의 서사시’라고 정의했다.
유럽 대륙의 켈트족이나 아일랜드인들, 웨일스인들과 달리 잉글랜드인들에게는 진정한 신화가 없다. 왜냐하면 그들의 선조인 앵글로색슨인들이 브리튼 섬의 원주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잉글랜드인들은 토착 켈트인들의 전설적 영웅을 전유하여 자신들의 영웅으로 만들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서 왕이다.
아서 왕 전설은 원래 앵글로색슨족이 잉글랜드를 점령하면서 쫓아낸 브리튼인들의 신화였다. 이 브리튼 신화는 우선 잉글랜드 사람들에 의해 전유되었고, 그 다음으로 1066년에 브리튼 섬을 장악한 노르만인들에 의해 더욱 철저하게 전유되었다. 이후 13세기에 이르러 아서 왕은 브리튼적 영웅이 되었고 그와 관련된 지역들이 스코틀랜드로부터 콘월까지 광범위하게 언급되었다.
아서 왕 전설은 특히 두 가지 점에서 흥미롭다. 하나는 앞서 언급했듯이 잉글랜드인들의 조상을 몰아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되어 있는 ‘켈트인’아서가 후세에 이르러 ‘잉글랜드인’들의 위대한 전설적 영웅이 되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 전설이 한동안 잉글랜드가 아니라 프랑스에서 최대의 발전을 보였다는 점이다.
한편 로빈 후드가 오늘날까지도 인기를 끄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가 부패에 맞선 일반적 저항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의 투쟁은 모든 형태의 남용에 맞선 인간의 영원한 전쟁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로빈이 18세기에 이르러 자유의 상징으로 영웅시된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로빈 후드의 매력은 ‘숲속의 에덴동산’으로 변해갔다. 그 전설의 핵심 요소인 먹고 마시는 흥청망청 즐기기, 남자들간의 끈끈한 유대, 그리고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는 약탈 등에서 사람들은 ‘즐거운 잉글랜드Merrie England’를 찾으려 했던 것이다.
우리가 유독 아서 왕과 로빈 후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우선 오늘날에도 뚜렷이 감지되는 그들의 인기 때문이지만 더욱 중요하게는 그들이 특히 영국의 국민 정체성 형성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전설적 영웅은 국가 공동체의 정체성을 인식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8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영국 국민문화에서 아서 왕과 로빈 후드는 국민 정체성의 본질이라고 간주된 요소들과 동일시되는 한편 그러한 요소들을 조장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는 특히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 시기인 1790~1820년에 아서 왕과 로빈 후드 관련 문학이 최정점에 달했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두 인물은 이념적으로 완전히 상반된다. 한 사람은 왕이고 다른 한 사람은 무법자다. 아서 왕은 질서·권위·안정을 대변하는 엘리트의 영웅인 반면, 로빈 후드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체제 전복적 인물이며 무질서·반란·혼란을 대변한다. 저명한 역사가 에릭 홉스봄은 로빈 후드를 ‘사회적 반역자의 원형’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사다움과 훌륭한 매너의 모델로 그려지고, 궁극적으로는 왕 앞에 무릎 꿇은 사람으로 묘사된다.

아서 왕과 로빈 후드는 이념적으로 완전히 상반된다.
아서는 질서·권위·안정을 대변하는 엘리트의 영웅인 반면,
로빈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체제 전복적 인물이며 무질서·반란·혼란을 대변한다.

아서와 로빈은 영국인들에게 무엇을 의미했을까? 아서는 웰링턴 장군이나 말버러 공작처럼 과거에 출중했던 군사 지도자들에 비유되었으며 군사적 영광을 강조하면서 충성과 통합을 고무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아서의 역학은 근본적으로 보수적이다.
한편 로빈 후드는 아서와 다른 궤도를 거쳐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다. 즉 그는 ‘자유롭게 태어난 잉글랜드 사람’으로서 일부가 아닌 국민 전체의 정치적 권리를 옹호하는 역할을 맡았다.
영국인들은 조국의 영광과 자부심의 궁극적 기원을 정치적 전통, 즉 자유에서 찾는다. 그렇다면 그 어떤 영웅이 로빈 후드보다 더 훌륭하게 자유를 구현할 수 있겠는가? 물론 인종주의가 득세하고 국민국가가 최고로 강성했던 19세기에 로빈은 노르만 영주들에 대항하는 색슨을 대표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로빈은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라는 이미지와 함께 자유와 연결되어 있다.
모든 국민은 국민적 신화를 요구하게 마련이다. 근대에 들어 국가의 경계선이 내적으로는 시민권이라는 맥락으로, 외적으로는 제국이라는 맥락으로 확대됨에 따라 과거에 대한 전례 없는 관심과 함께 국민적 통합을 유지하고 확인하려는 노력이 진행되었다. 국가가 태곳적부터 존재해 왔다는 믿음이 강화되고 이와 함께 국가는 영광스러운 운명을 만들어 내어 구성원들의 일체감을 조성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도록 만든 것이다. 전설 혹은 실제의 영웅은 그러한 국가적 의제에 봉사하게끔 효율적으로 이용되었다. 그처럼 상이한 아서 왕과 로빈 후드라는 두 인물이 동시에 국민적 영웅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사실은 영국의 국민 정체성이 얼마나 복잡한가를 나타낸다.
켈트 변두리의 민족적 각성이 뚜렷해지고 유럽통합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오늘날, 영국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망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영국의 해체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서 왕과 로빈 후드 전설은 영국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동안 영국을 유지하는 강력한 접착제 역할을 할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지난 세월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전설상의 두 인물은 언젠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며 그들의 상징도 또 다른 무엇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그들이 어떤 새로운 이미지로 나타날지 기대된다.


필자 박지향(朴枝香) 교수는
1953년 서울 출생
서울대 서양사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1978),
미국 뉴욕주립대 박사(유럽사학 1985), 영국사학회 연구이사
현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저서: ‘영국사’‘제국주의’‘슬픈 아일랜드’‘일그러진 근대’ 등

ⓒ 코리안위클리(http://www.koweekly.co.uk),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플러스 광고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연재-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9 ‘처녀왕’의 신화 2009.01.28
‘국민적 히로인’ 엘리자베스 1세
연재- 런던의 매력적인 거리를 찾아서 19- 테이트모던 터빈홀 2009.01.21
강변로를 박물관으로 끌어들인, 테이트 모던 터빈 홀
연재-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8 전설의 두 영웅 2009.01.14
‘브리튼의 희망’아서 왕과 ‘의적’ 로빈 후드
연재- 런던의 매력적인 거리를 찾아서 18-Victoria Embankment 2009.01.07
템스 강의 조망지점이자 산책로, 빅토리아 임방크먼트
연재-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7 스포츠와 여성해방 2008.12.31
스포츠는 여성을 해방시켰는가?
핫이슈 !!!
영국 재향군인회 송년 행사 개최    2021.11.23   
31일 서머타임 시작    2024.03.21   
찰스 국왕 새 지폐 6월부터 유통    2024.02.22   
찰스 3세 국왕 뉴몰든 첫 방문    2023.11.09   
해군 순항훈련전단, 런던한국학교서 문화공연 가져    2023.11.05   
찰스 국왕 새 지폐 6월부터 유..
영국 차보험료 사상 최고 기록
제 22대 국선 재외선거 신고·..
31일 서머타임 시작
영국,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 금..
넷플릭스의 웨스트 엔드 진출 의..
‘한식 전파 프로젝트’를 시작합..
새로운 시작을 망설이고 있는 당..
안정감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한국 연극의 글로벌 진출 : 교..
포토뉴스
 프리미엄 광고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생활광고신청  |  정기구독신청  |  서비스/제휴문의  |  업체등록  |  이용약관  |  개인정보 보호정책
영국 대표 한인신문 코리안 위클리(The Korean Weekly)    Copyright (c) KBC Ltd. all rights reserved
Email : koweekly@koweekly.co.uk
Cavendish House, Cavendish Avenue, New Malden, Surrey, KT3 6QQ, 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