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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12 변화하는 영국 지식인들
코리안위클리  2009/03/18, 23:41:21   
▲ 존 스튜어트 밀(왼쪽)은 도덕적 의무감을 삶의 기초로 삼은 대표적 지식인이었다. 그는 특권과 불의, 사회적 무관심에 적극적으로 대적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받아들였다. 버지이나 울프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오른쪽)은 도덕적 중압감에 압도된 19세기 영국 지식인들의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엄격한 도덕적 기준과 타인에 대한 의무감 중시
권위의식·엘리트교육 통해 영향력 발휘

지식인은 여러 의미로 정의된다. 어떤 정의에 의하면 지식인은 생각하는 것이 ‘일’인 동시에 ‘여흥’인 사람, 그 자체의 가치를 위한 연구나 지적 행위에 몰두하는 사람을 말한다. 1910년에 발간된 <브리태니커 사전>은 지식인을 ‘실제보다는 이론과 원칙’에 관심을 두는 사람, 주로 추상적 이론에 관계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그것은 세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특히 일상적인 감각적 기쁨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훈련과 문화의 인간’이다. 또 다른 정의에 의하면 지식인은 ‘의견을 조성하고 그 의견을 실현’시키려 하는 사람이다. 즉 사상을 생산해내고 그 사상이 실현될 방법을 특수화하는 두 가지 직무를 담당한다는 뜻으로 볼 때 지식인의 영향력은 그 사상의 성공적인 실현 정도로 측정될 수 있다.
지식인은 또한 행동하는 실제적 인간에 대비되는 부정적 개념으로도 사용된다. 부정적 지식인의 전형적인 예는 조지 엘리엇의 소설 <미들마치Middlemarch>에 등장하는 카소본인데 그는 현실 학문으로부터 완전히 동떨어진 화석화된 인물이다. 이런 영국의 통념과 달리 프랑스에서 지식인이란 드레퓌스 사건 이래 그 지적 지위 때문에 정치에 개입하고 정치권 권위를 주장하는 사람을 가리켰다.
영국에서 ‘지식인’이라는 용어는 1870~80년대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의미의 지식인이라는 단어가 딱히 존재하지 않았다.
1888년도 판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지식인이라는 낱말을 실었지만 인용문은 첨가하지 않았으며 <브리태니커 사전>도 1910년 판에서야 지식인을 언급했다. 그 전에는 주로 ‘문필가men of letters’라는 개념이 사용되었는데 예를 들어 디킨스·새커리·테니슨·칼라일·러스킨·아널드·밀 등의 시인·소설가·언론인·역사가·사회비평가·철학자·경제학자들이 그렇게 불렸다. 이들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현자’ 또는 ‘선지자’라 일컬어지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엘리트 집단에는 사회 하층으로부터의 신분상승이
눈에 띄게 되었고 지식인들의 사회경제적 배경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식인과 대중이 서로 갈등하면서 공존해야 하는 존재라면
그러한 다변화는 바람직하다


영국 지식인에 관해서는 두 가지 명제가 제시되어 왔다. 첫째, 영국 지식인들은 대륙에서와 달리 사람들로부터 거의 주목받지 못했으며 대중은 지식인들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러시아에 인텔리겐치아라는 뚜렷한 사회적 집단이 존재했던 것과 비교할 때 확실히 영국 지식인들은 두각을 나타내지 않은 것 같다.
둘째, 영국 지식인들은 소외된 인텔리겐치아나 부르주아 이데올로그가 아니라 지배 엘리트와 통합되었으며 그 때문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배 엘리트와의 밀착성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19세기 이래 영국 지식인들은 인척관계, 학연, 클럽 등을 통해 의회, 관료, 교회의 지도층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들은 드러내놓고 영향력을 발휘하려 하지 않았지만 체제통합적 지위 때문에 오히려 다른 나라 지식인들보다 더욱 강력한 세력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영국 지식인들의 체제통합적 성격은 자신들의 기득권에 대해 불편해하고 궁극적으로 나라를 배반했는데 영국 상층계급에 뿌리내리고 있는 권위 의식과 엘리트교육은 외적인 순응주의자와 동시에 내적인 반란인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토크빌은 1835년에 존 스튜어트 밀을 만났을 때, 프랑스 지식인들의 극단주의, 반 교회주의 그리고 폭력 선호는 그들이 사회적으로 주변부적 위치에 있고 가난하며 무식하기 때문에 야기되는 당연한 결과라고 갈파했다.
그에 반해 영국의 급진주의자들은 재정적으로 편안한 위치에 있고 역사책과 정치경제학을 읽으며 신사로 인정받기 때문에 재산권과 종교적 신념을 존중하고 방법에서도 점잖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19세기 영국 지식인들의 특징은 도덕성과 윤리의식 그리고 의무감에서 발견된다. 그들의 정치적 성향이나 활동영역이 어떻든 간에 엄격한 도덕적 기준과 타인에 대한 의무감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러한 특징은 18세기 말 복음주의자들 이래 뚜렷이 감지되었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이르면 도덕적 엄격함과 의무감에 대한 안티테제로 극도의 개인적 감각에 탐닉하는 지식인들이 나타났다.
세월이 가면서 1920~30년대 영국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쳤던 마르크스주의와 동성애는 쇠퇴했다. 1927~39년에 ‘사도들’로 뽑힌 31명 가운데 공산주의자가 15명이었던데 반해 1945년 이후에는 역사가 에릭 홉스봄 외에는 마르크스주의자로 남아 있는 사람이 없었고 동성애는 이성간의 애정으로 돌아섰다.
현재 영국 사회에는 여전히 기득권자들의 ‘끼리끼리’ 주의가 남아 있고 사도회는 아직 존속하면서 예술 부문과 정부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엘리트 집단에는 사회 하층으로부터의 신분상승이 눈에 띄게 되었고 지식인들의 사회경제적 배경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식인과 대중이 서로 갈등하면서 공존해야 하는 존재라면 그러한 다변화는 바람직하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지적 귀족들의 활동이 기대된다.

필자 박지향(朴枝香) 교수는
1953년 서울 출생
서울대 서양사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1978),
미국 뉴욕주립대 박사(유럽사학 1985), 영국사학회 연구이사
현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저서: ‘영국사’‘제국주의’‘슬픈 아일랜드’‘일그러진 근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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