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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을 되돌아 보며…
코리안위클리  2003/08/28, 05:06:18   
아이들 영어공부 아주 쉬운 스토리 북부터 시작해야

이 주 연 <뉴몰든 거주>


▲ 영국온지 한 달째, 템즈강을 배경으로 행복한 사진 한 컷. 사진 왼쪽부터 재훈, 지윤 그리고 필자.

2002년 9월 그러니까 어언 1년전 엄청난 짐꾸러미와 함께 두려움과 설렘, 각오로 충만했던 저와 아이 둘이 히드로 공항에 내렸습니다. 그때의 첫 느낌은 인천공항과 달리 히드로 공항이 참 초라하고 낡아보였다는 점, 유학원에서 소개시켜준 목사님의 차를 타고 오면서 보이는 차창 밖의 도로가 쭉쭉뻗은 한국의 8차선 도로가 아닌 대부분의 2차선 도로여서 의아했던 점 등이었습니다.
작금의 한국은 과연 영어의 열풍, 그것도 조기 영어의 열풍속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발음이 안좋을 수 있다는 우려로 어린 아이들의 혀를 늘리는 수술을 하고, 한달에 70만원이 넘는 유명 영어학원엘 보내려고 6개월이 넘도록 기다려야 하는 상황들… 먼나라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내 이웃, 내 주변의 현실들이었습니다. 혹자는 여자들의 치맛바람 때문에 망국병처럼 사교육만 늘어났다지만 그것이 어찌 어머니들의 탓만이겠습니까? 마치 엉클어진 실타래처럼 얽혀진 교육과 사회의 총체적인 여건이 부모들을 압박하고 개중에는 극단적인 욕심으로 아이들을 몰아붙이는 사례도 있는 것이겠죠.
저는 대학 4학년 때 한국마사회에 입사해서 10년이 넘도록 사보기자로 일하느라 지방에 계신 시어머니께서 아이 둘을 돌봐주셨습니다. 큰 딸 지윤이가 6살, 막내아들이 4살 때 퇴직한 후로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때로는 아이들 인생은 아이들 인생이니 ‘너무 극성 떨지 마라, 나중에 후회한다’라고 조언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긴 인생중에서 아이들에게 헌신하고 몰두 할 수 있는 시간은 어쩌면 그리 길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은 무시하면서 아이들을 벼랑으로 몰기보다는 늘 아이들과 함께 하는 부모가 되자고 남편과 평소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어디에선가 외국어의 완성은 ‘현지인들과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을 정도이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제 저와 아이들이 영국에 머문지 10개월이 지난 지금 지윤이(Anna·year 4)와 재훈이(year 1)는 그 나이 또래의 조크를 하며 자유롭게 영어를 구사합니다. 학기말 성적에서 지윤이는 영어와 과학이 최상위, 수학과 컴퓨터는 중상위이며 재훈이는 선생님께 bilingual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이 아이가 혹시 한국말을 잊어버리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곳에야 워낙에 영어를 모국어처럼 잘하는 한국학생들이 많고, 또 대부분의 한국학생들은 학업성적도 뛰어나서 저희 아이들이 우수한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그래도 짧은기간 동안 이뤄낸 아이들의 성취를 보고서는 주위에서 의아해 하시기도 하고,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셔서 처음 정착하시는 분들의 자녀들이나, 다소 느리게 영어를 받아들이는 자녀를 두신 부모님들게 이러한 사례가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싶어 저희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어쩌면 자식자랑하는 것이 아니냐 라는 생각을 하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하지만 1년전 제가 이곳에 왔을 때 하나같이 1년은 영어배우기에 부족한 기간이라고 하셨던 말씀들과, 1년간의 해외연수를 목표로 남편없이 열심히 살아온 저희들이 이제 목표를 어느 정도 이룬만큼 부끄러운 일만은 아닐거라는 약간의 자만심이 용기를 부추기는군요.
저희 아이들은 한국에서 영어학원은 한번도 다닌 적이 없습니다. 그러면 또 사람들은 ‘아 엄마가 영어가 되니까 애들하고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지냈나 보지’ 하시지만 아이들 영어공부에 관심을 가지면서 다시 공부하기 시작해 읽기나 독해, 문법 같은 것은 그럭저럭 하지만 스피킹은 저도 아직까지 버벅수준입니다. 하여간 저희 아이 둘다 엄마표 영어공부로 모두 집에서 저와 같이 공부하며 때로는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해왔답니다.

독서, 그 무한한 힘을 통해…
지윤이는 책읽기를 참 좋아합니다. 개인적인 소견입니다만 학습이나 공부라는 것은 결국은 본인 스스로가 극복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바로 선생님이나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희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고 독서를 통해 학습적인 난관은 넘기를 바랬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 도서관에서 취학전과 후 책을 참 많이 빌려 읽었는데 그냥 빌려오고 갖다주는 것이 아까워 컴퓨터에 하나하나 기록을 해왔었죠. 책 1,000권(1년 10개월정도 소요)이 되는 날 떡 한말을 해서 도서관에 돌렸더니 도서관장님이 지역신문에 지윤이와 저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비영어권에서 사는 우리가 그래도 가장 효과적으로 언어를 습득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책읽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어는 우리말 글이 아니기 때문에 겸손한 마음으로 아주 쉬운 스토리 북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북, 즉 그림동화는 아이의 정서와 영어 두가지 측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토리북은 아이가 조금만 학년이 높아져도 유치하다며 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접할 수 있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아이의 나이가 어리다면 부지런히 접하게 하시고, 처음 영국에 오신 분들이라면 아이의 나이가 비록 고학년이라 하더라도 그림동화부터 시작하여 서서히 책 수준을 높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영국에 온 그 다음날부터 찾아간 뉴몰든 도서관, 제 학교가 있는 윔블던 도서관, 또 킹스톤의 children library 등에서 빌려 읽은 책이 지난 주 드디어 지윤이가 1,000권 재훈이가 850여권의 책을 넘어 이 기록을 도서관에 소개하고 각각의 도서관에 작은 선물로 초콜릿을 선물해 많은 칭찬도 받았답니다. 차도 없이 일주일에 50~70권의 책을, 3곳의 도서관에서 빌리자면, 그것도 막내녀석을 위해 두꺼운 보드북도 만만치 않게 빌리는데 솔직히 말해 1,000권이 되기는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 책들을 베낭에 메고, 봉지에 들고 다니느라 급기야 제 어깨엔 금이 간 상태이니까요.
저는 도서관 책을 참 좋아합니다. 물론 서점에 가면 신간도 많고, 손때 안탄 새책들도 많지만 도서관처럼 예전의 명작부터 시작해 주옥같은 문학작품을 한번에 고를 수는 없지요. 더구나 공짜 아닙니까? 물가도 비싸지만 책값 또한 비싼 이곳에서 저희 아이들 책읽은 것을 다소 속물적이지만 계산해 보면 최저비로 해봐도 천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돈 많이 법니다. 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정서적 가치를 계산해 본다면….
지윤이는 이곳에서 Jacqueline Wilson, Jeremy Strong, Anne Fine, Roald Dahl 같은 작가들의 열혈 팬이 되어 한국에 가서도 이 작가들이 신간을 낸다면 바로 인터넷으로 살 작정입니다.
영국에 오기전 1년 6개월여 동안 영어 만화비디오를 종이로 자막을 가리고 하루도 안빠지고 보았습니다. 나중에는 만화비디오를 보다보다 볼 것이 없어 점차 영화로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비디오들을 그냥 본 것이 아니라 카셋트 테잎에 영화자체를 녹음을 해 아이들이 놀 때, 잘 때, 심지어는 수학공부할 때 조차도 그냥 음악처럼 틀어놓았더랬습니다. 나중에는 listening이 점차 상승하여 내용이 귀에 팍 꽂일 정도가 되자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공부할 때는 틀지 않게 되었지요. 지윤이 말로는 이 비디오 시청 방법이 이곳 영국에서 말하기에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해요. 한국에 있을 때는 누구랑 영어로 좔좔 얘기할 기회가 없으니까 그냥 영어 센텐스가 머리 속에만 있었는데 이곳에 오니 그냥 그런 문장들이 술술 자기도 모르게 나온다고 해요. 실제로 딸아이는 온지 2개월만에, 재훈이는 6개월만에 영어로 말문이 확 열려버렸습니다.

비디오를 보고 들으며 따라 말하기
카셋트가 딸려 있는 책을 보며 따라말하기를 했습니다. 테이프가 딸린 책들을 충분히 들었다 싶으면 테잎의 속도와 똑같이 따라말하기를 하는 것이죠. 이것을 하다보면 저절로 영어글자를 익히게 되며 발음이 현저히 좋아집니다. 한국에서 지윤이가 영어책을 읽을 기회가 있으면 주위 사람들이 놀라던 기억이 납니다. reading 이나 발음면에서는 참으로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지윤이가 이곳에서 영국학교를 다니게 되었을 때 영국아이들이 자꾸 발음을 시켜보더라는 말을 했습니다. 니 발음은 미국식이라며. 한국에 있는 영어교재들 대부분이 미국식 발음으로 녹음되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어 CD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라는 유명한 Text교재의 CD를 통해 짧은 문장을 여러번 따라하면서 영어의 어순과 간단하지만 참으로 중요한 영어의 기본규칙(문법)을 무의식중에 깨닫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 이곳 영국 DK사의 First Dictionary 1,000단어 사전 CD를 2번정도 반복했었습니다. 한 단어를 클릭하면 그 단어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그림이 움직여 참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에서는 꽤 알려져 있는데 오히려 이곳 영국에 와서는 통 찾아볼 수가 없네요. 이 1,000단어를 하나하나 클릭해 역시 카셋트에 녹음해 아이들 여가시간에 틀어주기도 했었습니다.
저희는 목표했던 바를 어느 정도 성취해 한국으로 돌아가 아빠와 다시 행복하게 지낼 날을 고대하고 있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문제로 고민중입니다. 당초 지윤이는 바이올린을 전공 예정으로 열심히 연습하고 연주해 왔었는데 이곳 코밤에 있는 예후디 메뉴인 음악학교 오디션에 합격하여 장학금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곳에 어학연수를 올 때에도 많은 반대와 번거로운 절차로 정말이지 포기하고 싶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이제 딸이 어쩌면 영국에 오래 머무를지도 모른다는 상황이 되고 보니 한국에 있는 남편은 처음엔 화를 내고 당장 데리고 들어오라고 난리더군요. 어느날 밤에는 술에 잔뜩 취한 남편이 딸에게 전화를 해 “지윤아~ 아빠 안보고 싶어? 너 혼자 영국에 살 수 있어?” 하더라며 딸이 울먹였습니다. 남편도 많은 고민이 되는가 봅니다. 그래도 영국에 올 때는 설렘도 각오도 남달라 열심히 살았는데 인생이라는 것이 계획하고 각오한다고 해서 뜻대로 만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잠든 큰 아이 얼굴을 쓰다듬으며 요새는 자꾸만 눈시울이 붉어지기만 합니다. 앞으로의 일을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메뉴인에 얼마간 다니다 한국으로 데려가려고 마음만 먹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 할 수 있을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잘 했으면, 꼭 극복했으면 하는 문제가 한국에선 바로 영어 일 것입니다. 모든 자녀를 잘 교육시키고자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위의 방법들은 저와 아이들이 같이 걸어온 하나의 길이구요. 그것도 완성된 길은 절대 아니지요. 아니 어쩌면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은 지금보다 더 먼 길일 수 있을지도 모르구요.
제 친구들은 제게 이제 들어오기 싫지 않느냐는 질문들을 하지만 저는 아닙니다. 저희 아이들이 아직 어려 치열한 학습경쟁에 지쳐있지 않아서였나 몰라도 저에게 한국은 너무도 그리운 대상이기만 합니다. 고작 1년을 떠나왔으면서 말입니다. 일단 애들 아빠가 그립고, 한국음식이 그립고, 이맘쯤이면 도시를 떠나 물반 사람반일 한국의 바닷가도 그립고, 온 가족이 TV를 보며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깔깔거리던 느긋했던 주말저녁도 참 그립습니다.
먼훗날 우리 아이들이 자라 영국의 작은 마을 New Malden을 기억할 때 부모가 자신들에게 베풀어준정성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미소지을 수 있다면 지금의 향수나 고통들은 모두 즐거운 추억이 될 수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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