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여행의 뒷면… 사고경험 주위에 알려야
스페인은 한국인의 주요 여행국가로 부상하여 최근 스페인을 방문하고 있는 우리나라 여행객수는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3만 여명에 이르고 있다
스페인은 엘 그레꼬, 고야, 피카소, 달리, 가우디 등 고대로부터 현대에 걸쳐 세계 미술사 및 건축사를 풍미한 거장들을 배출한 국가로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주요 방문지가 되고 있다.
스페인은 관광대국답게 외국인을 위한 각종 관광안내 등 서비스가 세심하게 잘 되어 있다.
그러나 이면을 들춰보면 사뭇 우려되는 점이 많다고 하겠다. 무엇보다 관광객에 대한 안전대책이 충분치 못하다는 느낌이다. 물론 스페인정부로서도 관광객 보호를 위해 관광객 피해사고의 신속재판제도 도입 등 노력을 기울인 것도 사실이지만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범죄, 특히 조직범죄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범죄자의 대부분이 북아프리카에서 밀입국한 불법체류자들이나 인권문제로 이들에 대한 처리 문제가 쉽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변이지만 이곳을 여행한 많은 한국인, 특히 피해를 당한 여행객과 대사관 실무자가 느끼는 외국인 관광객(특히 아시아 관광객)의 신변안전도는 주요 관광국가중 최저의 수준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진다.
대사관에 신고된 여권도난 피해건수만 하더라도 2002년 168건, 2003년 167건에 달하였으며, 실제 여권도난을 제외한 다른 피해 등 미신고 사고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의 대부분은 단순 절도가 아닌 폭력에 의한 강탈이었다. 1999년말에는 스페인에서 성악을 공부하는 장래가 촉망되던 성악가가 각목을 사용한 목조르기를 당하여 꿈을 접어야 하는 사례도 있을 정도이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사고의 대부분이 주요관광지 또는 기차역 및 공항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왕래가 잦은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우리 여행객들 사이에 악명이 높았던 이태리의 범죄자들이 최근 이태리 당국의 강력한 단속으로 상대적으로 단속이 느슨한 스페인으로 몰리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라는 한 여행사 사장의 분석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물론 우리 여행객들에게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범죄자들은 동양인이 현금을 많이 휴대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그 인식이 바로 범행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이곳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피해자에게서 받은 설문성격의 사고경위서를 보면 우리 관광객의 현금 소지액은 범죄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수준이다.
또한 한국인 여행객 대부분이 여행국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사전에 습득치 않고 단편적인 지식만으로 여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화시대인 요즈음에 해당국가에 소재한 우리 대사관 홈페이지 접속 여부를 피해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불행하게도 한사람도 접속을 시도한 적이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더욱이 정보 검색의 귀재라고 하는 한국의 젊은이들도 그 예외는 아니다.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피해자들의 안일한 생각도 문제다.
사실 타지를 여행할 때의 주의할 점은 국내나 외국이나 어찌보면 대동소이하다.
그래도 스페인 여행시 주의사항을 간단히 열거한다면 우선 현금을 줄이고, 개별관광은 가급적 피하고, 그래도 개별여행을 하려면 관광객의 티를 나타내지 말 것이며, 여권도 현금처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광객에게는 어쩌면 가장 어려운 주문사항이지만 항상 주위를 경계하면서 차분하게 여행하라는 충고를 하고 싶다.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외국을 여행할 때는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들뜨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스페인은 더 이상 우리나라 관광객들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우리와 같이 동양인 관광객은 관광지에서 틀림없이 범죄자들의 목표가 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피해자들을 면담하면서 당부하는 말 한마디는 사고당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지 말고 주위사람들에게 스페인에서의 경험을 알려 주라는 것이다.
사고를 당한 국내 모대학 교수에게 내가 한 마지막 말은 “국내로 돌아가서 첫 강의시 그것부터 강의하시는 것이 어떠실까요?” 였다.
김필환
(주 스페인 대사관 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