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느낌없이 사건 받아들이길....
영국 사회는 다양한 민족이 이루고 있는 만큼 인종과 관련된 다양한 사고와 사건도 많다. 아직까지 인종대립으로 인한 심각한 분쟁이나 분열은 없었지만, 크고 작은 사건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주 한국인을 아내로 둔 영국인 남편이 그의 아내를 잔인하게 살해한 것으로 유력시 되는 사건이 발생하여, 한인사회에 큰 충격과 함께 이슈가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살인의 배경에 많은 궁금함을 가지고 있지만, 범인으로 추정되는 남편이 아직까지 검거되지 않아 정확한 살인 동기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건이 있기 불과 두 주 전만 해도 부부가 함께 영어교사와 경영자로 열심히 어학원을 운영하며 살던 그들이 피해자와 가해자가 되고 슬하에 있는 한 여아는 영문도 모른 채 엄마와는 다시 볼 수 없는 이별을 그리고 아빠와도 본의 아니게 헤어져 살아야 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충격과 슬픔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이 사건을 보며 한인사회에 세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 번째는 인종차별(racism)과 이번 사건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영국에 사는 한인들은 은연중에 차별적인 대우를 받거나 느낌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은행업무, 의료서비스부분, 교통법규, 경찰업무, 공공기관을 이용하는 것 등이다. 낯선 우리에게는 너무도 많은 것이 이해되지 않고, 불편하게 느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인종차별의 느낌까지 가지게 된다. 특히 문화와 언어가 달라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하거나 생활방식이 달라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나온 행동으로 인해 서로 얼굴을 붉혔던 경험을 적지 않게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인종차별과는 거리가 있다. 한인사회에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피해를 입은 부부의 한쪽이 한인이지만 인종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이와 반대로 몇 년 전에는 한국인 남편이 보험금을 노리고 영국인 아내를 방화살인한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이것 역시 부부간에 있었던 사건이지 인종차별이라 할 수 있겠는가? 영국사회에 인종편견이나 차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인사회와 영국당국이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로 함께 풀어가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가정의 테두리에서 생각해 본다. 이번 사건의 부부는 학원을 몇 년째 운영 중이었다. 범인으로 보이는 남편 Paul씨는 이미 한국 학생들에게는 IELTS 명강사로 하루에 6시간 내지 8시간씩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잘 알려져 있고 아내인 강씨는 어학원 전체의 행정을 관리하며 함께 열심히 일하던 부부였다. 남편 Paul씨가 검거되면 밝혀지겠지만 아마도 서로의 갈등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았던 것 같다. 남의 가정의 대소사에 뭐라 말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모든 가정의 행복은 남편과 아내의 공동 작품이다. 어느 한쪽의 무조건적인 희생이나 강요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행복을 만들어가는 지름길이다. 필자와 마지막 만남은 <코리안 위클리> 주최로 열린 ‘이민법 설명회’에서 였다. 열심히 살아가려던 그들인데, 지금 불과 몇 주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사건으로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행복의 꿈을 다 이루지 못하고 우리와 헤어진 고 강태희 씨의 명복을 빈다.
셋째로 이를 바라보는 한인사회에 나의 의견을 말하고 싶다.
한인사회에도 다양한 부류가 있다. 교민, 주재원, 학생들 그리고 국제결혼한 분 등등이다. 강씨 경우가 국제 결혼이다. 얼마 전 성공회관련 세미나에서 한 영국인 성직자를 만났는데 그의 아내가 한국인이었다. 이렇듯 어느 한쪽이 한국인인 부부가 많이 늘고 있다. 그들의 2세까지 생각해 본다면 그 수는 상당할 것이다. 한인사회가 더 이상 한인들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다. 국적은 다르지만 그들 모두가 한인사회의 한 가족인 것이다. 한인사회가 민족과 지역적인 개념과 편견을 벗어나 한 가족으로, 예수님께서 우리는 모두가 하나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예수님의 사랑이 우리 한인사회 안에 폭 넓게 실천되었으면 한다.
이번 사건으로 영국신문사, 경찰, 사건수사팀, 킹스톤 카운슬로부터 한인들의 의견을 묻는 전화가 많이 걸려오고 있다. 이 사건이 ‘한인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혹은 ‘어떤 반응을 할 것인가?’ 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인종차별을 염려한 것이다. 그래서 이 사건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 사건수사, 신문사와 방송에서의 보도, 킹스톤 카운슬과 경찰은 더할 나위 없다. 긴장감 마저 느껴진다. 킹스톤 경찰과 카운슬은 한인의 안전과 인종차별의 피해에 대비해 최선을 다해 예방한다는 약속까지 하고 있다.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킹스톤 행정 기관들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만큼 킹스톤에서 한인이 차지하는 인구비율이 높다는 증거다. 이 지역을 살기 좋게 만들어가는 것은 어느 한쪽이 아닌 공동 책임인 것이다.
끝으로 이 아픔을 당한 가족들 그리고 가장 큰 아픔을 겪게 될 철모르는 6살 딸에게 뭐라 말할 수 없는 미안함으로 하나님의 위로하심이 있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강씨가 출석하던 모 한인교회에 그리고 이 사건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한인사회에 하나님의 사랑하심과 위로하심이 있기를 소망한다.
이 석 희
크라이스트 처치 목사
성공회 킹스톤교구
한인담당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