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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시대 시험대 자신있게 오를 수 있는 언론되길
코리안위클리  2005/03/10, 05:25:33   
한인사회 공익 대변하는 신문으로 거듭나야

먼저 코리안위클리 발간 14주년을 축하합니다. 영국에 와서 처음 접한 교민지가 코리안위클리였고, 지난 7년을 바라보며 함께 한 시간 속에서 ‘대표교민지’가 되고자 애써온 노력들이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 이제 지난 시간들을 바탕으로, 다가오는 새 시대에는 말 그대로 ‘언론’으로서 거듭 태어나는 신문이 되길 기원합니다.
앞으로 재영한인사회는 이미 시작된 흐름, 서서히 진행되어 잘 감지하지 못하고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가속을 받는 그래서 급격한 충격을 느낄 수 있는 커다란 변화의 틀에 놓이게 될 겁니다. 그 첫째는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의 일들입니다. 유럽연합의 내면적 고민 중 ‘뜨거운 감자’에 속하는 주제인 ‘소수민족과 이민, 난민문제’와 맞물려서 영국의 비유럽계 소수민족은 그 수가 급작스럽게 많이 늘어나지 않게 될 거라는 전망입니다.
비유럽계 소수민족 중 다른 소수민족은 이미 자립재생산구조를 할 수 있다는 5만명 이상을 훨씬 넘은 곳이 많습니다. 그러나 한인사회는 이름만 나있고 아직 정착은 안된, 더구나 구성원이 1:4로 정착민보다 유목민유형이 많은 것을 감안할 때, 한인사회는 이민사회의 성장방향과 존립 그리고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consensus(합의)가 모아져야 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둘째 영국은 ‘구심적 흡수’(Centripetal force of assimilation)  문화가 근본뿌리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누구든지 이 땅에 들어오면 영국문화에 흡수되길 원합니다. 이민자들이 영어를 하고 영국학교를 나오고 영어간판을 달고 영국교회에 나오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급속히 다문화공동체로 변화해 가는 조국을 피부로 느끼면서 영국인 스스로도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래서 차별화하고 구분하고 소외시킴으로써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는 ‘원심적 배타’(Centrifugal force of exclusion) 문화가 심각하게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한인사회가 폐쇄적 겟토(ghetto)가 되어서도 안되고 그리고 흡수되어서도 안되며, 오히려 ‘다양성 속의 일치’(unity in diversity)를 나누는 ‘함께 사는 영국사회’ 건설에 한인동포가 참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영주권자들은 이제 ‘건강한 한국계 영국시민’으로 나서야 하고 이들이 주류가 되어 영국 속의 한인사회 문화를 세워가야 할 일이 긴박합니다.

이민사회 정체성 확립할 시점

셋째는 영국이 다민족사회로 급속히 변화하는 가운데 필연적으로 문화적 종교적 정치적 충돌이 찾아오기 마련이며 이미 무르익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래된 이민국가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 변화와 충돌은 작은 사건들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은 힘이 없고 기반이 약한 소수민족에게 불똥이 튀어서 희생양이 되곤 했다는 사실들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80~90년대 흑백갈등은 한인사회로 불똥이 튀어 엄청난 희생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 희생을 바탕으로 미주한인사회도 참여하는 사회, 봉사하는 사회, 현지법을 지키는 준법 사회, 함께 사는 사회를 건설하는 데 정열을 나누는 ‘나눔공동체’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영국사회는 우리한인사회를 향하여 폐쇄공동체에서 벗어나 ‘coming out’하라고 다양한 경로와 창구를 통해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요구도 중요하지만 먼저 이 땅에 사는 사람으로서 책임있는 의무와 참여가 절실합니다. 그런 참여와 나눔이 우리 한인 사회를 건강하게 세우고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우리 재영한인사회가 뿌리 내리고 있는 ‘영국 땅’의 변화를 조망해보면서, 한인사회를 이끄는 한 축으로서 14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교민신문 ‘코리안위클리’가 이러한 일에 앞장서는 신문이 되길 바라는 기대는 자못 비장한 마음이기도 합니다.
먼저 코리안위클리가 이렇게 변화될 사회 속에서도 대표교민지, 그리고 역사와 전통을 표방할 수 있는 신문이 되려면, 그리고 한인사회의 공기(公器)이려면 문자화된 신문자체와 더불어 신문을 만드는 언론인의 사상과 신념 그리고 삶 자체가 신문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교회가 성서에 바탕을 두었지만 목회자와 성도들의 사상과 삶이 그 개체교회의 정체성이 되듯이 신문에도 사상이 나타나고 그 사상과 일치된 언론인의 삶이 증거되는 신문이 되길 바랍니다.

사상과 정보 나눔있는 동포주주신문 기대

둘째로는 이제 상업성이 최고 우선 순위인 신문이 아니라 한인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가치와 철학, 계몽과 교육 그리고 정보와 나눔이 최고가치로 우뚝 설 수 있는 신문이 되길 바랍니다. 이를 위해 이제 코리안위클리가 건강한 자본과 선진경영 그리고 앞서나가는 편집사상을 펼칠 수 있도록, 건강한 주주들의 투자로 확대 재생산되는 ‘동포주주신문사’로 발전되길 기대합니다. 바른 언론, 정직한 언론, 비젼있는 언론에 한 걸음씩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한인사회의 공익적 consensus를 개발하는데 앞장서는 신문이 되길 기대합니다. 지금 우리 한인사회는 푯대와 정신가치가 절실합니다. 교회와 언론이 함께 할 수 있는 일도 이런 일입니다. 앞서나가서 공동체를 이끄는 ‘창조적 소수’의 역할을 감당하는 코리안위클리가 되길 희망합니다.
다시 한번 코리안위클리의 발간14주년을 축하하며 새 시대를 이끄는 신문이 되길 기원합니다.


황 선 엽
영국구세군
런던한인교회 담임사관
재영한인교회연합회 회장
sunyup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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