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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 - 당신의 어깨
코리안위클리  2005/06/02, 04:55:22   
당신의 어깨

내가 아주 어렸을 적 올려다본 당신의 어깨는 마치 강철과 같이 튼튼하고 태산보다도 더 높아 보였습니다. 우리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던 당신의 어깨는 어린 나에게 더 할 수 없이 자랑스럽고 든든했으며 감히 올려다보지 못할 만큼 당당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의 키가 어느덧 당신의 키보다 더 커졌을 때 사춘기의 소년이었던 난 더 이상 당신의 어깨가 높아 보이거나 당당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렸을 적 감히 올려다보지 못했던 당신의 어깨는 세월의 무게에 많이 지쳐있었고 쇠약해져 있었습니다.
철이 없던 사춘기 시절에 난 당신의 어깨가 왜 지쳐가고 쇠약해 가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바보처럼 내가 이제 어른이 되었다고 착각을 한 채로 더 이상 당신을 올려다 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잔소리에 큰소리로 반항도 하고 나도 이제 어른이라고 간섭하지 말라며 오히려 당신을 몰아 세우기까지 했습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철이 없었는지...
어머니와 헤어져 당신과 고등학교 3년을 단둘이 자취를 하던 때 당신은 나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나에게 큰소리 한번 치시지 않고 행여나 밖에 나가서 기가 죽을까봐 항상 철없는 아들을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도시락도 싸주시고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면 방해가 될까봐 자리를 비켜주시던 당신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보같은 이 아들은 그런 당신의 마음도 모른 채 이유 없이 당신을 미워하고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투정을 부리기만 했습니다. 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당신의 가슴에 나보다 더 큰 상처를 주고 있는지도 모르고 바보같이 당신을 원망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7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하루하루 지쳐만 가는 당신의 어깨가 바로 나 때문인 것을.
항상 투정만 부리고 내 생각만하는 못난 자식을 위해 당신의 그 어깨가 지쳐만 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어렸을 적 태산같이 높고 강철같이 튼튼해 보였던 당신의 어깨가 이제는 세월의 무게에 내려앉고 약해져 예전 당신의 어깨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지만 뒤늦게 철이 든 지금 다시 한번 당신의 어깨를 올려다 봅니다.
예전의 튼튼하고 강했던 어깨의 모습을 지금은 볼 수 없지만 비록 축 늘어진 근육들과 주름들로 가득 찬 당신의 어깨지만 난 이제야 깨닫습니다. 결코 나의 모습이 당신의 모습보다 크거나 강하지 않음을. 당신 앞에서는 난 언제나 강가에 내 놓은 어린애 같음을.
내가 아무리 몸집이 자라서 당신보다 키도 크고 당신보다 힘이 세어진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겪어온 세월의 무게보다 높거나 무겁지 않음을.
사춘기 시절 한없이 낮게만 보이던 당신의 어깨가 몸이 아닌 생각이 자라고 난 지금 오히려 내가 어렸을 적 올려다보던 그 어깨보다 더 높고 더 존경스러워집니다.
그리고 이제는 거만함에 내려다만 보던 당신의 어깨 높이에 내 어깨를 맞춰 보고 싶습니다. 그리곤 당신의 어깨를 주물러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세월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는 그 짐을 내가 대신 짊어지고 싶습니다.
그것이 조금이나마 당신의 어깨에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이 못난 아들을 위해서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하나 당신 마음대로 해본 적이 없는 당신을 위해 이제는 내가 당신을 위해 내 어깨를 쓰고 싶습니다.
이제는 당신이 내 어깨에 위에서 환하게 미소 짓기를 원합니다. 아직은 내가 능력이 부족해 당신에게 받은 만큼 돌려 줄 수는 없지만 당신이 날 위해 26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냈듯이 이제는 내가 그에 못지않은 긴 시간을 당신을 위해 보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그 어깨를 닮아 가려 합니다. 미래의 나의 자식이 나의 어깨를 보고 똑같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당신의 그 어깨를 닮아가려 합니다. 그 강철같이 튼튼하고 태산보다 높은 당신의 그 어깨를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아버지.

글 - 김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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