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
웃산디 고개너머
수원지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수십난자 달걀 속에
자식의 미래를 담아 머리에 이고
또 한 손엔 반절 만한 보따리 하나…
넘어질 듯 자빠질 듯 하시던 어머니! 어머니!
눈물없인 당신 이름
부를 수가 없나이다.
어느 새벽 고구마순 삶아
깻잎 간장 잡곡 나누어 이고,
풍전동쯤 가다보면
새벽을 깨우는 은적사의 풍경소리…
이삼십년 전 오늘같이
무더운 삼복 때에도 점심을 잊으신 체
호랑이 제발 물어갔으면 했던
널따란 건네 밭에서
바라구풀, 쇠비듬, 잡초들과 맞섰습니다.
물아람, 꾀까람과 피사리에
해진 줄 잊으셨지요.
저물도록 풀 매다가 식구들을 보내놓고
혼자남아 달 맞으며
소망을 일구시던 날엔
가집 영애네 할머니가 나무라셨다지요.
한 이틀 가지 말고 가사를 도우라
하시던 때엔 교복 훔쳐 입고
십리 길을 뛰어 달아나며
당신이 훌륭한 어머니라고는
상상치도 못했습니다.
앞논, 원논, 원안논, 보릿배미틀
두분이서 6일 동안 호락질하다가
주일날만 돌아오면 아끼시던 동생,
긴따로도 합동작전이었지요
한이랑 복풀매고 힘들다 가버리는
막내가 부러웠다며
만나면 옛이야기 하는
사랑 많은 큰오빠 집에서
닭 키우던 살림꾼 오빠얘기도 하였습니다.
힘들 때마다 엄마 생각하며 이겨낸다
찬중애민(여동생) 말합니다.
긴 세월 흘러 지천명 오십에
무거운 삶에 눌린 오늘에야 비로소
거룩하시다고, 장하시다고,
많은 부모 중에 고생 더욱 많으셨다고
자식들과 입을 모았습니다.
심장 속에 남아있는 외마디 올릴 말씀,
어머니! 당신을 정녕 사랑합니다.
부디 기원하옵는 것은 두분이서
지금처럼 아껴주면서
여러 해 더 낙을 누리시다가
천국 반열, 영생복락 누리소서
글 - 김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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