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국에 온지 3개월이 다 되어간다. 비오는 날이 많은 영국에서의 생활은 가끔씩 나를 울적하게 한다.
오늘도 비가 내린다.
서울에 계신 엄마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우리집은 딸 셋에 아들 하나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비오는 아침이면 엄마는 항상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셔야만 했다. 우산 때문이었다. 우리집은 항상 우산이 부족했었다.
철없이 자존심만 강한 아이였던 나는 집안 형편을 알면서도 엄마에게 “우산 빨리 사와!” 라며 모진 말로 투정을 부렸다. 엄마는 차마 돈이 없다는 말씀은 하지 않으시고 무작정 빗길로 뛰어나가셔서 어디선가 찢어진 우산을 구해 오시곤 했다. 남들이 버린 우산을 주워 오신 것이었다. 당신 자신은 비에 흠뻑 젖으신 채로. 그러면 나는 “이걸 창피해서 어떻게 써!”하며 우산을 팽개치고는 그냥 비를 맞고, 울면서 학교에 갔던 기억이 난다.
뒤따라 나오시던 엄마의 가슴저린 표정을 멀리 한 채로. 그뿐이 아니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도 여전히 비가 내리면, 난 엄마가 우산을 들고 학교에 올 때까지 집에 가지 않고 기다려 엄마 속을 태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가 왜! 왜 그랬을까?
엄마가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이다. 나도 이제 아이 둘의 엄마가 되고 보니 그때 엄마의 심정이 어땠을 지가 충분히 헤아려진다. 엄마가 가까이 없어서 일까? 엄마가 너무너무 보고싶고 더욱더 그립다.
엄마!
건강하시고요, 돌아가는 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열무 물김치 꼭 담궈 주세요.
여전히 철없는 엄마 첫째 딸이죠? 사랑해요.
영국 대표 한인신문 코리안 위클리(The Korean Weekly) Copyright (c) KBC Ltd. all rights reserved
Email : koweekly@koweekly.co.uk
Cavendish House, Cavendish Avenue, New Malden, Surrey, KT3 6QQ, 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