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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 - 아낌없이 주는 나무
코리안위클리  2005/06/09, 04:40:14   
아낌없이 주는 나무

26년 전부터 나에게 바라는 것 없이 주기만 하는 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그 나무는 튼튼하지도 그렇다고 잎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열매가 많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계속 주더군요.
배고프다고 울면 열매를 줘 내 배를 채워주었고, 여름에 덥다고 하면 자신의 몸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필요할 때는 자신의 열매와 가지를 팔아서 나에게 재물을 제공했고 추운 겨울에는 난로가 또 집이 되어주었습니다.
물론 나는 ‘공짠데 뭐~’라는 식으로 그 나무가 주는 사랑을 받기만 했습니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구요. 그것도 모자라 ‘에게~ 겨우 이거’, ‘아~ 귀찮아 죽겠네’, ‘남들은 이런 거 줘도 안해’라며 투정까지 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그래서 그 나무가 어떻게 됐냐구요? 물론 멀쩡했죠. 적어도 겉은요.
내 나이 열여덟에 처음 알았습니다. 그 나무가 겉만 멀쩡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여느때와 같이 늦은 밤 학교에서 돌아왔습니다. 나무는 물었습니다.
“밥은 먹었니? 피곤하진 않아?”
“당연히 피곤하지. 배도 고프고. 나무 니가 고3의 고통을 알아!!”, “다른 애들은 다 용돈을 많이 받아서 저녁도, 간식도 사먹어서 배가 하나도 안 고프다고. 문제집도 좋고 많아. 과외도 한단말야!!”, “나무 너는 중학교도 안 가봐서 그런 거 모르잖아. 돈이나 많이 벌어와줘! 제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 못을 나무에 박아 버렸습니다.
나무는 울었습니다. 처음 봤습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왜 울고 난리야. 짜증나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렇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어나 방을 나서 거실로 향했습니다. 나무가 물을 마시고 있더군요.
‘그래 나무는 물이 있어야 사니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물만이 아니었습니다. 조그만 봉투에 담긴 가루를 같이 들이켰습니다. 봉투에 선명하게 새겨진 ‘신경안정제’라는 글자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나무는 이미 물로만 버틸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 동안 내가 내뱉었던 말에 상처를 받아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한번도 내색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걸 알면 내가 미안해 할까봐 더 숨겼던 것입니다.
목이 메였습니다. 받을 줄만 알았지 주는 법을 몰랐던 내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거기다 준다는 것이 겨우 ‘상처’였습니다. 내 자신이 부끄러워 눈물이 났습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을 염치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없이 빌고 또 빌었습니다.
나무가 눈물을 닦아 주면서 말하더군요. “남자가 울면 쓰나. 우리 석호는 남자잖아. 그런데 울면 우짜노”, “후에 어른 되면 다 갚아야 된다. 공짜가 어디있노. 가계부에 니한테 들어간 돈 다 계산해서 기록해 놨다. 니가 투정한 것도 돈으로 다 계산해 놨고.”
제 어머니입니다. 초등학교 밖에 못나오셨지만 열세살 그 어린 나이에 공장에 나가 ‘박양’이 되어 밤낮으로 일해 집안 살림을 보태셨고, 스물넷 꽃다운 나이에 한 남자의 아내가 돼 ‘여보’로 불리며 변변찮은 남편 뒷바라지에 자식들 철없는 투정까지 다 받아주시고 지금은 이 먼 곳 영국땅에 아들내미를 보내시고 밤낮으로 걱정하시는 단 한분.
혹 물가 비싼 나라에서 먹고 싶은 것 못 먹고 밥 굶고 다니지는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 하시는 내 어머니. 그래서 쉰세개의 나이테를 가지고도 아직 식당에 나가 일하시는 분. 시차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몰라 나의 새벽잠을 깨울까 하는 잔걱정에 전화한통 쉽게 못하시는 그 사람. 바로 제 어머니 박희선씨입니다.
이 편지를 통해 여보, 엄마, 아줌마도 아닌 29년 전 잃어버린 당신의 이름을 찾아드리고 싶었어요. 사랑해요 희선씨.
물론 거부하시겠지만 지금껏 아낌없이 주셨던 당신의 사랑을 하나씩 돌려드리겠습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가계부에 적힌 그 많은 빚 다 갚을 때 까지요.

P.S 전화는 아무 때나 하셔도 되요.


글 - 이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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