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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다이어리 - NHS 이야기
코리안위클리  2005/09/15, 04:46:46   
X-Ray 한번 찍는데 6개월? “앓느니 죽지”

올 2월 영어공부 한번 해보자는 굳은 각오로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입국심사를 마치고 건강검사(X-Ray촬영)를 하러갔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 즈음 의사가 오더니 X-Ray사진을 보여주며 “당신 가슴에 검은 점이 발견됐는데 폐렴일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유학생이 강제출국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이내 표정이 굳어지자 의사는 열에 한명 정도는 이런 일이 있다며 진정시켰다. 그래도 행여 문제가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큰병원에서 X-Ray촬영을 다시 하고 검사를 받으라며 자상하게 예약도 잡아주는 것이 아주 체계가 잡혀 있어 ‘영국은 뭔가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했다. 그리고 NHS대장정은 시작되었다.

■ 폐렴일지 모른다더니 ‘2개월 기다려?’

그렇게 의사와 약속을 정하고 편지로 날짜와 시간 등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겠다는 통보를 받은 일주일 후 편지 한통이 집으로 날아왔다. 내용인 즉 ‘2개월 후 Epsom의 한 병원에서 00의사와 진료예약을 해뒀으니 그날 꼭 검사를 받아라’는 것이었다.
‘2개월 후?’ 당황스러웠다. 폐렴이 의심돼 위험할지도 모른다던 의사가 약속이라고 잡아준 게 2개월 후다. 치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겨우 검사 한번 하는데 그렇게 긴 시간을 기다려야 된다니 ‘앓느니 죽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래도 쫓겨(?)나지 않기 위해 2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영양가 있는 음식들을 먹어댔다. 그리고 두달이 금새 흘러 병원으로 향했다.
8시30분. 약속시간보다 한시간 일찍 도착했다. 영국에서는 약속시간 안 지키면 큰일 난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 때문에 새벽같이 서두른 탓이었다. 1시간쯤 기다렸을까? 약속시간이 되어도 의사란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시간을 더 기다리니 의사가 와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진료를 하자고 한다.
병원 찾아가는데 한세월 흐르게 하더니 한시간 기다리게 만들고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는 것이 ‘과연’이라는 의문이 들게 만든다.

■ 3개월 후 다시 와라

‘한시간을 기다렸으니 뭔가 진료도 하고 검사도 하고 하겠지’하고 진료실에 앉아있는데 그 의사 한다는 말이 “요즘 어떠냐? 지금 아프냐?” 딱 두 마디 하더니 “괜찮다”는 대답에 3개월 후에 X-Ray나 한번 찍어보자며 예약을 다시 잡아준다. 친절(?)하게도 밥은 꼭 잘 챙겨 먹고 다니라고 말했다.
딱 2분 걸렸다. 새벽부터 서둘러 들은 대답이 3개월 후에 다시 오라는 말이다. 황당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힘없는 자의 설움이려니 하고 참는 수밖에.
밥을 잘 챙겨먹으라는 의사의 말을 충실히(?) 이행하는 동안 석달이 훌쩍 흘렀다. 드디어 병원으로 찾아가는 아침. 행여나 늦을까 약속시간 한참 전에 길을 나서 버스를 탔을 때쯤 병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약속은 취소되었습니다. 약속을 다시 잡아 편지로 알려드리겠습니다’라는 것이 요점이다. 이 무슨 ‘어이가 담 넘어 가는 소린가?’
기왕이면 하루 전쯤 말해줘도 될 일을 지난번에는 한시간 기다리게 하더니 이제는 폼잡고 병원가려는데 오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편지를 기다리란다. 꼭 트렌디 드라마의 돈 많은 남자 주인공의 “약속은 내가 정해, 넌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돼”라는 대사를 듣는 것만 같았다. ‘약속’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의 주인답지 않아 씁쓸한 표정을 짓게 만들었다.

■ 인내심 하나는 배우게 해주시네

결국 X-Ray사진 속에 있던 검은 점은 어릴 때 아팠던 상처가 가슴속에 흉터로 남아 검사할 때마다 찍히는 것으로 판명났다. 그 말을 듣기까지 무려 6개월. ‘NHS 진료 기다리다 죽은 사람도 있다’는 말에 행여 ‘나도 그렇게 되면 어쩌나’, ‘이국땅에서 생을 마감하긴 싫은데’하는 생각에 마음 졸이며 보냈던 6개월이 왜 그렇게 허무하게 느껴지는지.
말이 좋아 무료 의료 체계지 알고보면 사람잡는 의료체계 NHS는 실망을 금할 수 없는 안 좋은 경험 중의 하나다. 남은 영국 생활 동안 다시는 가보고 싶지 않은 곳이 병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다리는 법 하나는 제대로 배워간다. 아울러 기다림 속에서 ‘참을 인’자 세 번을 내 머릿속에 심어준 NHS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지난 영국 총선에서 각 정당의 주요 공약이었던 NHS 환경개선으로 ‘사람을 살리는 NHS’로 거듭 태어나 나와 같은 고생을 하는 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한민국 대표 유학생
nongsaggun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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