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재영한국학교 학생연합 글짓기 대회- 중등부 장원 [영국대표 한인신문]

내가 사랑하는 것
하태경 글라스고한국학교 중 3 (영국 거주 12년)

이젠 사람들을 만나면 모두들 저보고 다 큰 애 갔대요. 중학교 3학년이나 되었으니 이젠 거의 다 큰 셈이죠. 그런데도 집에서는 막내라고 별로 인정을 받지 못한답니다. 항상 엄마랑 언니가 돌봐주고 어린애처럼 취급하니까요.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받을 줄만 알았습니다. 사랑은 그냥 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조르기만 하면 아니 조르지 않아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졸라도 가질 수 없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강아지였습니다. 엄마에게 강아지를 사달라고 조를 때마다 엄마는 강아지 키우는 게 얼마나 일이 많고 성가신 일인지 말씀하시며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럴수록 전 더욱 더 강아지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집에 개를 키우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부러웠습니다. 그 때는 그게 하나도 힘들어 보이지 않고 재미있게만 보였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언니가 대학가면 혼자 남게 될 제가 외로울까 봐 걱정하시던 엄마가 태어난 지 두 달된 강아지를 주셨습니다.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며칠 동안 거실 소파에서 잠을 자면서 엄마개를 찾으며 우는 강아지를 보살펴 주었습니다. 근데 강아지는 귀엽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마루바닥 아무 곳에나 오줌도 싸고 똥도 싸는 것이었어요. 아무리 귀엽고 예쁜 강아지도 똥은 냄새나고 더러웠어요. 닦아내고 그 자리를 소독하고 하면서 저는 속으로는 싫었지만 겉으로는 그래도 좋은 척 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졸라서 생긴 강아지였으니까요. 이미 페니라는 이름도 지어주고 제 동생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으니까요. 똥을 치울 때면 ‘으아~’싶다가도 귀여운 모습을 보면 또 같이 장난하다 보면 더 예뻐지는 것이었어요.
이제는 한 살이 다 되어가는 페니는 덩치도 커졌고 말썽꾸러기입니다. 뒤뜰에 잔디를 다 파헤쳐 놓고 꽃밭도 망가뜨리고 신발도 못쓰게 만들기도 합니다. 무슨 일에나 끼어들고 싶어 하고 따라다니고 싶어 하고 쓰레기통을 엎어서 난장판을 만들기도 합니다.
엄마에게 페니가 혼날까 봐 제가 먼저 보면 빨리 치워서 덮어주기도 하고 혼날 땐 변호를 해 주기도 합니다. 내게도 주는 사랑이 생긴 것입니다. 사랑은 이제 받는 것만이 아니라 힘들 때도 있고 싫증날 때도 있고 짜증 날 때도 있어도 참고 또 희생하며 주는 것이라는 것을 배웁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을 주다보니 점점 더 그 사랑이 커지는 걸 느낍니다. 그리고 내가 받기만 했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엄마랑 언니에게도 내가 참고 희생하며 책임감을 가지는 그런 사랑도 해야겠죠? 그래도 지금 내겐 사랑이라는 말은 페니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빙긋 웃게 합니다.

심사평
아! 한국학교가 이래서 존재의 의미가 있구나! 한국학교 교사로서, 평균 해외거주기간이 7년이 넘어감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국어를 이렇게 구사할 수 있는 학생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작년에 비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라서 그런지 작품 구성이 대체로 무난하였고 읽는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도 많았다.
하태경 학생의 ‘내가 사랑하는 것’은 강아지를 키우면서 얻은 사랑의 경험을 통하여 그동안 가족에게 받아 온 사랑을 오히려 깨닫게 되었다는 것을 사춘기 소녀다운 섬세함으로 표현하여 읽는 이에게 감동을 주었기에 장원으로 선정되었다.
차상으로 선정된 우에스더 학생의 ‘행복의 의미’는 가족의 소중함과 구성원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는 섬세함이 돋보였으며, 역시 차상을 받은 이단비 학생의 ‘나의 소중한 세 가지 보물’은 진솔한 표현으로 잔잔한 감동을 준다.
가족의 구성원들이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린 작품을 읽으면서 줄곧 미소 지을 수 있었고, 자신의 미래를 재치 있게 풀어간 작품을 통하여 우리 미래를 이끌어 갈 자랑스런 한국 청소년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던 점이 심사위원으로서 얻은 소중한 기쁨이다.
강북 런던한국학교 교사 김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