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서 심층보도해야
오래전부터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으로 언론의 비판을 받아온 검찰이 이를 개선하기 위해 활발한 제도개선을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지만 지역언론은 이에 대한 변화와 의미를 자세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어 정작 가장 큰 수혜대상자인 지역주민은 여전한 정보부재 상태에 있다.
전국 검찰 가운데 처음으로 ‘구속심사제’, ‘집중검토제’, ‘피의자 사전예고제’ 등 파격적인 개혁조치들을 입안, 실행하고 있는 곳은 창원검찰청(이훈규 검사장). 이런 제도가 주민과 자치단체, 중앙정부에 어떤 의미가 있으며 어떤 관심과 지원, 감시가 필요한지 지역언론이 좀 더 자상하고 심층적으로 보도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지역의 검찰문제지만 정작 중앙일간지인 <동아일보>(10월31일자)를 통해 창원 검찰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구속심사제’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미디어 창’을 통해 지역언론이 놓치고 있거나 의미축소하고 있는 부분, 진실로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 구속심사제도 - 구속자들에 대해 구속상태에서 혹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할지 여부를 민간인들로 구성된 구속심사위원회의 판단을 의뢰, 수렴하는 방식
◆ 집중검토제 - 특정사건을 한 검사에게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부장검사와 평검사들이 함께 회의를 통해 수사방향과 기법, 유사사례 등을 초기단계에 논의하여 단시간내에 수사착수, 종결로 이어지는 방식
◆ 피의자 사전예고제 - 사건이 접수될 경우 피의자에게도 미리 사건내용을 알리고 대응준비를 할 시간을 주는 방식
먼저 구속심사제도. ‘창원검찰청에서 처음으로 구속심사제도를 도입하여 실시하고 있다’는 식의 관급기사로 보도는 했지만 내용상 지역주민 밀착형 정보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것이 실제로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심사위원회 진행상황도 참관하고 그 정당성과 의미에 대해 언론은 따져봐야 한다.
구속심사제도란 창원검찰청에서 구속자들에 대해 구속상태에서 혹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할지 여부를 민간인들로 구성된 구속심사위원회의 판단을 의뢰, 수렴하는 방식을 말한다. 구속심사위원회의 결정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 제도 실시후 20여건에 이르는 현재까지 합의된 결과에 대해서는 검찰이 그대로 수용했다. 과거에는 구속상태 지속여부는 검사가 주관적으로 결정해온 고유권한의 일종이었다. 그러나 인신구속 여부는 당사자들에게는 너무도 중요한 사안인만큼 말이 많았다. 힘있는 변호사를 사게되면 구속도 불구속이 되고 구속되더라도 금방 풀려나온다는 말이 있었다. 또한 검찰청에 ‘힘있는 사람’과 통하거나 로비를 하면 구속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말도 나돌았다.
그러나 민간인에 의한 구속심사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검사의 구속권 여부를 둘러싼 일부의 남용이나 횡포를 막을 수 있게 됐다. 피의자 입장에서도 수사권의 공정성과 구속여부를 둘러싼 부당함에 대한 우려를 예방할 수 있게 됐다. 민간인 다섯명의 지극히 상식적인 차원에서 내려지는 결정에 따라 구속, 불구속이 결정되는만큼 법치에 대한 불만도 최소화하게 됐다.
검찰 일각에서는 검사의 고유권한에 대한 침해 우려도 있지만 검찰권의 투명화와 민간참여로 검찰 전체의 신뢰성과 권위회복에 지름길로 이 제도를 알게된 시민들은 큰 호응을 보이고 있다.
두 번째는 집중검토제. 집중검토제란 특정사건을 한 검사에게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부장검사와 평검사들이 함께 회의를 통해 수사방향과 기법, 유사사례 등을 초기단계에 논의하여 단시간내에 수사착수, 종결로 이어지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는 한 검사가 사건을 맡게되면 개별 검사역량이나 의지에 따라 사건이 지연화 되거나 방향을 잘못잡아 시행착오를 겪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 도입된 것이다. 무엇보다 피의자 신분상태에서 장기간 수사가 지속되면 유무죄 여부를 떠나 심리적 위축과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이런 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집중검토제야말로 시민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고마운 제도인가.
마지막으로 피의자 사전예고제. 검찰의 수사는 현재까지 주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고발인이나 고소인의 주장에 바탕을 두고 수사에 착수하는 방식이었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언제 자신의 사건이 검찰에 넘어갔는지 무엇 때문에 검찰청에서 오라고 하는지 영문도 모르고 불려갔다가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이러한 폐단을 줄이기 위해 사건이 접수될 경우 피의자에게도 미리 사건내용을 알리고 대응준비를 할 시간을 준다는 취지다.
사건수사단계에서 한쪽의 주장만 듣기보다는 양쪽의 주장을 동시에 듣게되기 때문에 좀 더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졸지에 당했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검찰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러한 새로운 제도는 많은 연구만으로는 부족하다. 검사장 한사람의 의지만으로도 제대로 실행하기 어렵다. 창원검찰청의 검사장과 허리역할을 충실히 하는 차장검사, 부장검사들, 평검사들의 개혁에 대한 공감대와 소명의식이 절대적이다.
시민의 기본권을 존중하면서 수사권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최대한 높이려는 창원검찰청의 숨은 노력은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하고 언론은 좀 더 자세하게 보도하여야 한다. 그래서 이런 민생을 위한 제도가 경남 창원지역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대돼서 법에 의해, 검찰에 의해 억울한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나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김창룡 교수
인제대학교 언론정치학부
cykim2002@yaho.co.kr
김창룡교수는 영국 런던 시티 대학교(석사)와 카디프 대학교 언론대학원(박사)을 졸업했으며
통신 서울특파원과 국민일보 기자,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인제대학교 언론정치학부 교수 겸 국제인력자원연구소 소장으로 재직중이다. 198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1991년 걸프전쟁 등 전쟁 취재경험이 있으며 <매스컴과 미디어 비평>등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