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는 원칙과 정도에 반하는 상식 밖의 사건들이 쏟아져 나와 온 나라가 시끄럽고 혼란스러웠다. 연말에는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소동이 한반도는 물론 세계과학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은 물론 재벌,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새해의 경영목표를 ‘Globalization’, ‘Global Standard 설정’, ‘Global 경영’으로 정해 세계시장에서 국가 및 기업 경쟁력을 키워 조직과 외형을 극대화 시키는 것을 유행처럼 생각해 왔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문민정부 초기, 필자는 청와대 경제비서실로부터 세계화를 추진하기위해 빠른 시간 내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것을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국제경쟁력을 강화하여 선진국이 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영국과 미국 등 해외에서 근무한 20여 년의 경험과 해외공부를 기초로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에게 소위 ‘Globalization’의 의미와 경험을 설명한 적이 있다.
당시 건의 내용 중 핵심은 △첫째, 정확하고도 새로운 정보를 많이 수집하여 관계자 여러 사람이 공유하고 △둘째,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간 위주의 경영 △셋째, 첨단기술의 개발로 핵심역량을 키워 남보다 먼저 선점하는 경영 △넷째, 우리 교육제도의 과감한 개혁과 인성교육 중심의 근본적인 정책변화 △다섯째, 법률과 금융 업무 등을 포함한 과감한 시장 개방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투명 경영’이라고 건의했다. 앞의 다섯 가지가 다 성공하더라도 마지막 ‘투명 경영’이 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그후 필자는 기회가 될 때마다 이 내용을 주제로 각종 세미나, 강의 발표를 통해 강조한 바 있다.
당시 기업인 가운데는 ‘Global ization’을 제일 먼저 주장하고 임직원에게 교육을 시킨 사람이 선경그룹의 최종현 회장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닉하게도 세계화를 추진하던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나 ‘Globalization’을 항상 주장하던 선경의 최회장도 ‘Globalization’의 정확한 의미를 실천하지 못했다.
조직, 인력, 경영 등에 있어 투명하지 못해 IMF사태를 맞기도 했으며 기업의 회장, 대통령이나 기업주의 아들이 구속되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였다.
누구보다 ‘Globalization’을 잘 알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인인 두산 그룹의 박회장 일가 사건, 삼성그룹의 주식 양도 문제와 기업주 딸의 불행한 사건, 벤처기업협회장의 분식으로 인한 구속 사건, 벤처기업들의 선망의 대상인 로커스 회사의 분식 사건 등 모두가 기회만 있으면 주장하는 ‘Globalization’의 기본을 망각한 예가 아닌가 해서 참으로 안타깝다.
요즘 필자는 업무차 오랜 기간 동안 근무했던 영국에 와 있으면서 이곳 저명인사나 언론을 접할 때 한국인이라고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심정이다.
국내를 휩쓸고 세계과학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황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은 모두가 말로만 ‘Globalization’, ‘Global Standard ’, ‘Global 경영’을 부르짖으면서 진정한 ‘Global Standard’가 무엇인지 잘 모르거나, 또는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은 데서 초래된 것이다. ‘Global Standard’의 핵심은 최근의 중요한 정보를 수집하여 여러 사람이 공유하면서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투명해야 할 부분을 혼자만 알고 공개하지 않고 적당히 넘기고자 하는 데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보다 심각하고 우려되는 것은 해외 유학을 다녀오고 이웃집 방문하듯 자주 외국여행을 하며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줄 아는 지도급 인사가 말로는 ‘Globalization’을 자주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가장 중요한 Global Standard, ‘투명경영’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한인회장 선거문제도 당시 한인회 회장단과 임원들이 Global Standard가 무엇인지,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정도경영 등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발생한 것이다.
늦은감이 있으나 지금이라도 당장 ‘Globalization’의 정확인 의미와 ‘Global Standard’가 무엇이며 ‘투명경영’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인식해야 한다. 교육과 함께 경각심을 가져 앞으로의 더 큰 불행을 미리 예방해야 할 것이다.
박 영 수 :
전 재영 한인회장
전 진로그룹 회장
전 (주) 선경 구주·중동·아프리카 총괄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