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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영국의 추수절 Harvest Sunday
코리안위클리  2007/09/20, 02:02:16   

미국의 추수감사절과 영국의 추수절은 사뭇 다르다. 우선 ‘Thanksgiving day’라고 하여 인디언 토착 문화와의 융합으로 수확한 곡식에 대하여 감사를 드린다는 의미로 쓰이는 미국과는 달리 영국의 추수절은 그냥 ‘수확한다’는 의미의 ‘harvest’만을 사용하여 명칭부터 다르다. 게다가 미국의 추수감사절이 귀성하는 사람들로 목요일부터 시작되는 며칠간의 공휴일이 부족할 정도라면 영국은 9월의 어느 한 일요일을 빌려 조용히 넘어간다. 칠면조를 굽고 가족끼리 모이는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오히려 영국의 크리스마스와 가깝다.
그래서 우리의 추석은 영국의 추수절보다는 미국의 추수감사절과 훨씬 비슷한 점이 많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가을볕에 잘 익은 곡식을 거둬야 하는 수확시기는 해마다 달라지지만, 지난 일 년간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거두고 앞으로 다가올 긴긴 겨울 동안의 양식을 마련하는 추수절은 농업이 생계유지의 수단이었던 옛날, 분명 가장 들뜨고 신나는 날이었다. 농부의 아내는 집에서 담근 술과 치즈를 내놓고 추수를 하는 일꾼들의 기운을 북돋우고, 힘센 장정들이 낫으로 곡식이삭을 베어 놓으면 뒤따라 아낙네들이 그것을 추스려 모아 곡식단을 차곡차곡 만들어 쌓고, 이를 보면 절로 신바람이 난다. 주인의 넉넉한 인심이 동하여, 마지막 곡식단을 묶고 난 들판에 동네의 가난한 사람들도 떨어져 남은 이삭을 주워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고, 그러다 보면 갑자기 온 동네가 부자가 된 느낌이 든다.
곡간에 모처럼 곡식이 가득 차고 지난 한 해의 결실을 수확하였으니 주인인 농부는 떠들썩하게 잔치판을 벌여 술통을 따고 고기가 나오고 거나하게 무르익은 잔치판은 덩실덩실 춤을 춘다. 그래서 음식이 귀하던 시절, 가난한 일꾼들에게는 이 추수절과 크리스마스가 일년에 단 두 번 고기맛을 볼 수 있는 그런 넉넉한 때이기도 했다.
또한 이렇게 잔치를 베풀고 추수를 할 땅이 있는 농부는 그 중 부자이고 많은 사람들이 남의 땅을 빌려 살던 때에는 품삯을 팔아야 했던 가난한 일꾼들에게 이 날 땅 주인이 기세 좋게 나눠 주는 품삯이 혹독한 겨울 동안의 양식과 연료를 사는 밑천이 되었으니 추수절이야 말로  일 년 중 가장 기다려지고 풍요로운 날이었다.
이렇게 추수한 곡식이 양식의 전부였던 시절이라 마지막으로 만든 곡식단은 특별히 인형을 만들어 매서운 겨울 날씨와 궁핍한 춘궁기를 무사히 잘 넘길 수 있게 해 달라고 집안에 부적처럼 걸어 두기도 하였다. 우리 나라나 영국이나 겨울을 넘기고 보릿고개를 넘기는 일이 생사의 문제였던 그런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몇 백년을 두고 이렇게 동네 잔치처럼 떠들썩하게 치러졌던 추수절은 지난 세기부터 몇몇 교회에서 추수 감사 미사를 드리고 이 미사에 추수한 곡식과 물고기 등을 가지고 오도록 하여 축복하기 시작하면서 교회의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았다. 가끔 하룻밤 취기에 일 년간의 품삯을 다 날려 버리거나 방탕하고 흐트러진 분위기로 시끄러워지기도 했던 추수절에 결국 종교적 요소가 가미되면서 오늘날의 안정된 그런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농업기술의 발달과 기계화, 국경 없는 식량 수출입으로 이제 굶주린 배를 움켜 쥐고 겨울을 보내야 한다거나, 많은 사람이 매달려 들판에서 땀을 흘릴 필요가 없어졌다. 추수와 관계 없이 일 년 내내 풍족한 식생활을 하고, 넓은 들판에 사람의 그림자 대신 커다란 콤바인 트랙터의 소리만 요란하다. 그래서 추수라는 행사에 대해 아쉬울 것이 없어진 지금의 추수절은 교회내의 행사쯤으로 변화하고 솔직히 영국의 추수절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거의 잊혀진 날이 되어 버렸다.
오늘날, 교회나 성당의 추수 감사 미사 때면 신자들은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은 것, 좋아하는 음식들을 제단에 바친다. 각종 과일과 야채, 치즈나 버터는 물론, 초콜릿, 통조림을 들고 오는 아이들도 있고 자신이 직접 키운 작물을 가져 오거나 물고기를 잡아 오는 사람도 있다. 밀이삭 모양의 빵이 농업이 전부였던 옛날을 말해 주듯 제단에 놓여 있고, 땅에서 나는 것뿐만 아니라 바다나 강에서 나는 모든 것에도 감사드린다는 의미에서 물고기를 잡는 그물도 교회를 장식한다. 이렇게 해서 모인 감사의 제물은 교회에서 모아 가난한 사람들이나 집 없는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시대가 바뀌어 그 축하하는 모양새는 바뀌었으나 예전의 추수절의 넉넉한 인심만은 오늘날도 그대로 전해져 내려옴을 느낄 수 있다.

정미선의 <이층버스와 버버리코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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