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호 발행,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정보만 전달하는 ‘신문’에서 사회적 영향력 가진 ‘언론’으로 거듭나야
언론은 어제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자 오늘의 공론장이다. 현대인들이 언론을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닐 것이다. 언론은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소통의 ‘장’이다. 현대인들은 언론을 통해 정치, 사회, 문화 등 세상이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접하게 된다. 뿌옇게 흐려졌거나 깨진 창문으로는 바깥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다. 따라서 복잡한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왜곡 없이 세상을 재현하는 창으로서의 투명한 언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사실은 해외의 한인사회에 한인신문이 존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당위성이기도 하다.
최근 국사편찬위원회가 코리안위클리를 재영 한인사회 역사 연구의 자료로 채택 (2011년 1월 12일자 기사)한 것은 언론으로서의 정통성과 공정성을 인정받은 코리안위클리의 위상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특별히 인터넷 매체의 등장 이후 소위 ‘찌라시’라 불리는 언론들이 넘쳐나는 언론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20여 년 동안 단 한번도 휴간하지 않고 한인사회와 함께 호흡해 온 코리안위클리의 전통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중대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은 독자들의 관심과 지지 없이는 존재의 가치가 없다.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할 지라도 독자들의 애정과 지지를 받는 언론은 사멸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언론사적으로 볼 때, 오랜 기간 민중들의 지지를 얻어왔고 민주주의와 사회의 발전에 공헌했던 언론들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을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하나는 당대 사회 권력과 기득권 세력에 대한 비판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의무 중 하나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는 것이다. 언론의 비판적 기능 앞에서는 성역이 없어야 한다. 심지어 국가의 이익이나 종교 갈등 등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냉철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해야 하는 것이 언론이다. ‘외국에서 사는 것도 힘든데 왜 굳이 우울한 소식만 한인신문에 싣는지 모르겠다. 좀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을 수 없나?’ 언제인가 잘 알고 지내는 한 분이 지나가는 말로 던진 내용이다. 물론 그 상황은 웃음으로 넘겼지만, ‘언론은 희망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가득한 동화가 아니다’라는 나의 신념은 변함이 없다.
지금까지의 코리안위클리가 ‘재영 한인신문’에 국한되었다면,
이제는 그 이상의 가치를 내다보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언론, 전세계 한인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신뢰도가 높은 언론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영국에서의 4년동안 다양한 한인신문들을 통해 한국에서 일어난 소식들을 접할 수 있었고, 이들을 통해 영국 현지의 중요한 정보를 요긴하게 얻어왔다.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각종 뉴스와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정보화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한인신문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 인터넷의 무한한 정보에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은 뿐더러 제대로 필터링되지 않은 뉴스들 - 심지어는 사실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류의 뉴스가 넘쳐나는 정보의 바다에서 정처 없이 헤매는 사람들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인언론은 단순한 정보 전달자의 역할을 넘어 사회에 대한 비판적/균형적 시각을 견지하여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객관적 자세의 견지는 단순한 정보지로서의 ‘신문’과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언론’의 차이를 분명하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언론의 또 다른 의무 중 하나는 바로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재영 한인언론들은 영국 내 소수인종으로서의 한인들을 대변해야 함과 동시에, 한인 사회 내에서 소외 당하는 이중적 소수자들은 누구이며, 그들의 어려움은 무엇인가에 대해 아젠다(agenda)를 설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당장에는 이러한 언론의 모습이 불편하고 일부 독자들의 거부감을 야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볼 때, 이러한 언론의 움직임과 역할은 결국 해당 언론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를 높이고 그로 인해 언론의 네임 밸류가 상승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준다.
영국의 BBC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BBC의 아동 환자 돕기 연간 캠페인 - ‘BBC Children in Need’는 지난 1980년에 시작되어 2010년까지 약 5억 파운드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오고 있다. 지난 2010년 말에 있었던 BBC의 행사에서도 단 하루 만에 약 1800만 파운드의 기금이 기부되었다. 이러한 기적과 같은 일이 가능했던 요소들 중 핵심은 바로 BBC가 그 동안 꾸준히 쌓아온 언론으로서의 명성이다. 사람들은 공정한 언론으로서의 BBC를 인정하고 신뢰함으로써 기부에 동참하였고, 그로 인해 영국 사회의 수 많은 아동 환자들이 의료 혜택을 얻게 된 것이다.
코리안위클리는 지난 20년 동안 영국 한인사회에서 꽤나 입김이 센 언론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지위가 자칫 더 나은 언론으로의 발전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래되고 존경 받는 자리는 기득권화 되기 쉬운 자리이기 때문이다. 1000호 발간에 즈음한 많은 축하와 격려는 이제 새로운 도약의 밑거름으로 묻어두어야 하겠다. 지금까지의 코리안위클리가 ‘재영 한인신문’에 국한되었다면, 이제는 그 이상의 가치를 내다보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언론, 전세계 한인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신뢰도가 높은 언론으로 자리매김할 코리안위클리를 기대해 본다.
주 재 원
LSE 박사 과정 (미디어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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