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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창대하리라
코리안위클리  2011/06/30, 22:34:03   
코리안 위클리 창간 20주년을 축하합니다.

그러니까, 그게 1991년의 일이었던가요? 그때 필자는 런던 북쪽에 위치한 런던일링한인교회 담임목사였습니다. 어느날 젊은 부부가 저희 교회에 출석했습니다. 멋진 부부였습니다. 커다란 밴을 몰고 왔습니다. 교회 주차장에 들어올 수 없으리만큼 커서 길거리에 세워 놓아야 했습니다. 침실도 있고 욕실, 식당까지 갖춘 아주 멋진 여행용 캐러밴(Caravan)이었습니다. 아무데나 세워 놓으면 그곳이 바로 그들 부부의 현주소가 되고, 주중에는 아름다운 산과 들을 찾아 여행하다가 주일이면 꼭꼭 교회를 찾아와 예배를 드리는, 조금은 독특한 부부였습니다. 그러니까 보헤미안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주일엔 깍듯이 정장차림으로 나타나 예배를 드리곤 했습니다. 어느날 이 부부가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목사님, 한글 신문을 발간하면 어떨까 해서요”
“무슨 신문을? 어떻게 말입니까? 런던에서요?”
필자가 목사되기 전 조선일보 기자로, MBC PD로 활동했다고 하니까, 아마 조언을 구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이미 신문 이름까지 갖고 왔습니다. ‘코리안 위클리(Korean Weekly)’.

시장조사도 끝냈고, 발행부수에 배포처, 스폰서까지 계산을 해놓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는 컴퓨터 실력이 아직 신문을 만들 만큼 능숙하지 못했던지라, 혹시 교회 안에 도움을 받을만한 사람이 없겠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컴퓨터 공학박사 논문을 막 끝내고 있는 성도 한 분을 추천했고, 짝짜꿍이 잘 맞아 이내 자그맣고 예쁜 신문이 탄생했습니다. A4사이즈에 8면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아직 한국인들이 많지도 않고 더구나 한국 기업조차 본격적으로 진출해 있지 않은 시절이었던지라 가내수공업 수준이었습니다. 그랬던 그 젊은 부부가 어느날 갑자기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렸습니다. 역시 보헤미안 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20년 큰 나무로 자란 코리안 위클리

그리곤 그 바톤을 이어받은 분이 신정훈 사장 부부였습니다. 그들은 열심이었습니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였습니다. 신문의 지면과 체제가 일신됐습니다. 콘텐츠도 새로워졌습니다. 전력투구하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대견하다 싶었습니다만, 은근히 걱정됐습니다. 그게 그토록 젊음을 바쳐 매달릴만한 신문일 수 있을까? 그게 밥이 되겠는가? 뭐 그런 원초적인 염려였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사뭇 사명감을 갖고 덤벼들었습니다. 제가 선교신학 논문을 마치고 귀국하게 되던날 인터뷰를 갖게 됐습니다. 아주 능숙한 솜씨로 깊은 이야기까지 뽑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잘되겠다 싶었습니다.

그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 지난 세월입니다. 그동안 코리안 위클리는 스무살 큰 나무로 성장했습니다. 이번에 저는 오랜만에 영국에 들렀습니다. 체코 프라하에서 집회를 마치고, 런던의 큰딸네, 막내 아들네를 순회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애비 따라 영국에 왔던 아들이 장가들어 딸을 낳아 백일을 맞았으니, 세월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

100년 거목으로 키워내기를!

늘 그대로일 것 같은 런던인줄 알았는데, 정중동(靜中動) 어쩔 수 없는 변화 속에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저희가 살던 Southall Ealing으로 나아가는 철로 밑 굴다리 옆에 아주 오래된 아름다운 건물의 펍(Pub)이 있었습니다.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그 펍이 미국식의 맥도널드 빵가게로 변해 있었습니다. 길거리엔 미국계 KFC, Pizzahut, Starbucks 커피체인점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미국 바람이 드세게 불어 닥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인 사회도 엄청 커지고 달라진 것 같습니다. 대형 코리언 슈퍼마켓이 여럿 들어 서 있고, 그 가게들엔 된장, 고추장은 물론 김치, 깻잎까지 들어차 있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숱한 한글신문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침 톱뉴스로 어느 한인 복덕방이 고객들의 돈을 갈취해서 잠적하는 바람에 영국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기사도 실려 있었습니다. 코리안 위클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수 밖에 없겠다고 여겨지는 대목입니다.








고무송

목사 / 한국교회인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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