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위클리 그대는
그대는 빛이어야 한다.
흘러가는 강물을 보고 역사를 깨우치고
돋아나는 새싹을 보고 영원을 깨우치고
떨어지는 꽃잎을 보고 아픔을 깨우치고
슬퍼해야 할 때 슬퍼할 줄 알며
희망해야 할 때 희망할 줄 알게
우리의 눈과 길을 열어 주는 빛이어야 한다.
그대는 바람이어야 한다.
산이 높으면 높은 산보다 더 높게
골이 깊으면 깊은 골짜기보다 더 깊게
눈 앞 깜깜하면 어둠 뚫고서
큰 강에 다리 없어도
흐르는 강물 위로 건너오는 바람이어야 한다.
가만히 앉아 있는 바람이 아니라
시대를 달려가는 바람
작은 풀잎마다에 스치는
참으로 여린 손길이다가
때로는 꺾어 버릴 것은 꺾어 버리고
날려 버릴 것은 날려 버리는
이 세상을 어루만지는
시대의 달려가는 바람이어야 한다.
그대는 보여야 한다.
흐린 날에는 그 창창한 울음소리로
어둠을 걷어 내고
사람들에게는 오직 미래의 목소리로
희망을 얘기하며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용기스러운 일인가를
보여야 한다.
그대는 약속이어야 한다.
사람들에게 골고루
따스한 사랑을 베푸는 약속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드디어
참 뜻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그대는 날아야 한다.
작고 조용한 그대의 소리가
큰 함성 든든한 역사가 되어
길고 먼 시간 위에 살아 꿈틀거리게
날아올라야 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고 있습니다.
농촌의 풍경은 아날로그로 보이고 도시의 풍경은 디지털로 보입니다.
돈으로 물건을 사는 것이 아날로그라면 카드로 물건을 사는 것은 디지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은 아날로그적으로 보이고 거래하는 사람의 얼굴은 디지털적으로 보입니다. 신앙이 아날로그라면 과학은 디지털입니다.
이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가 그립습니다.
춘향전을 볼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진 것도 다름 아닌 춘향이 같은 아날로그형 인간이 그리운 까닭입니다.
인터넷이 디지털이라면 종이 신문은 아날로그입니다.
‘코리안 위클리’는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같은 사랑입니다.
늘 곁에 두고 싶은 아날로그 사랑입니다.
20년, 긴 세월 동안 우리 교민들과 함께한 소중한 그대 ‘코리안 위클리’에게 다시 한번 축하와 함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글쓴이
김 은 혁
아름다운교회의 담임목사, 시인, 칼럼리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인간성으로서의 하나님>, 시집 <작은 꽃 한송이 되고 싶구나>,
<그대가 되고 싶습니다>, <기쁨아 너를 부르면 슬픔이 왜 앞서 오느냐>,
<다시 사랑하고 싶다>와 칼럼집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등이 있습니다.
ⓒ 코리안위클리(http://www.koweekly.co.uk),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