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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위기의 시대 ‘대처’를 돌아본다
코리안위클리  2012/04/19, 09:46:13   
▲ 일반적인 영국 언론의 강도에 견주어 보아도 대처만큼 악의의 풍자나 비판을 받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인기 때문에 할 말을 아낀 적은 없었다 … 영국인들, 저주 퍼부으면서 잊지 못해

정치인이란 보통 아침에 사임하면 오후에는 벌써 세인의 뇌리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예외에 해당한다. 안 믿을지 몰라도 그녀가 당내 반란에 의해 총리직에서 갑자기 물러난 지도 벌써 22년이 다 돼 간다. 아니 22년 전이라니? 그렇게 오래전에 물러났다는 말이야? 대처가 총리직에서 물러난 정확한 연도를 들은 사람들은 대개 이렇게 반응한다.
작은 정부, 낮은 세금, 기업 간의 경쟁 유도를 통한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권, 국영기업 민영화, 정부 주택 사유화, 긴축재정 등의 대처리즘은 아직도 영국 사회에서 펄펄 살아 있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보수·노동·자민당의 여야 정치인은 모두 ‘대처의 아이들(Thatcher’s Kids)’이다. 어느 사회학자는 “우리 모두는 아직 ‘대처의 아이들’이다”라고 얘기할 정도다. “우리는 아직도 그녀 편에 서 있다. 시민으로서가 아니라 소비자로서 말이다”라는 말도 한다.
대처는 흔히 “양보와 타협을 모르는 철의 여인(Iron Lady)”으로 불린다. 이 칭호가 집권 이후 그녀의 통치 스타일을 보고 언론이 붙여준 것이라고 다들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집권 3년 전인 1976년 소련의 크라스나야 즈베즈다(붉은 별)라는 신문으로부터 받은 별명이다. 제대로 된 ‘철의 정책’을 보기도 전에 벌써 그런 별명을 붙인 옛 소련 기자의 그 이후 반응이 참 궁금하다.

22년 지나도 잊히지 않은 철의 여인

필자가 영국에 도착한 1982년은 대처의 철의 통치가 최고조에 달한 때였다. 온 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아 터진 남대서양의 포클랜드전쟁에서 일주일 내에 항공모함 파병을 결정하고, 그로부터 2개월 남짓한 기간에 도발을 한 아르헨티나 군사정부로부터 무조건 항복을 받아낸 일은 시작에 불과했다. 무소부재의 권력을 휘두르던 영국 탄광노조와의 대결로 인한 각종 노조들의 동맹파업으로 전국을 1년 넘게 혼란에 빠뜨리면서도 결국 양보하지 않고 버텨내 노조가 자진해서 파업을 철회하게 만드는 것도 보았다. 수감 중이던 북아일랜드 테러리스트들의 정치범 지위 요구 단식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아 10명이나 죽은 사건도 있었다. 당시는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테러도 절정에 달한 때이기도 했다. 당시 필자가 근무하던 사무실에서 불과 200~300m 거리에서 발생한 하이드파크 코너 폭탄 테러와 해러즈백화점 인근 폭탄 테러 등이 발생한 것도 바로 그해였다. 영국의 정치 현실을 필자 자신의 안전과 연계해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실감하기도 했다.
대처를 부르는 별명에는 ‘프라임 프레지던트(Prime President)’라는 말도 있다. 이 말은 총리(Prime Minister)라는 말을 그녀의 통치 스타일과 비견해 비튼 것이다. 내각책임제인 영국 정부에서 총리의 지위는 내각 내부에서의 사회자 같은 위치라고 보면 더 정확하다. 내각을 이루는 장관들과 동급인 현직 의원이고 동료 국회의원들의 투표에 의해 정해진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처는 그런 관행을 무시하고 거의 대통령과 같은 전권을 휘둘렀다고 해서 ‘프라임 프레지던트’란 별명을 출입기자들로부터 얻었다. “그녀의 내각 내 유일한 남자(the only man in her cabinet)”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그녀가 한 말 중에 남자에 관한 말이 여러 개가 있다. “나는 한 남자를 만난 지 몇 초 안 되어 내 마음을 결정한다. 그런데 그 결정을 별로 바꾸어 본 적이 없다.” “말이 필요하면 남자들에게 요구하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여자들에게 요청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세상의 남자들을 무시한 대처도 남편 데니스에게 만은 후했다. ‘세상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남성우월론자(chauvinist)와 타협을 모르는 여성동등권자의 52년에 걸친 행복한 결혼이라는 아름다운 모순’이라 일컬어지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그녀에게 데니스는 영원한 후원자였다.

그녀 옆엔 훌륭한 남편이 있었다

대처가 26세에 결혼할 때 10살 위 이혼남 백만장자였던 데니스는 약사(한국의 일부 언론에서는 대처의 전직을 화학자라 표기한다. 이는 아마 영국식 영어 ‘chemist’를 잘못 해석했기 때문인 듯하다. 영국에서 약방을 ‘chemistry’라 하듯 그녀는 옥스퍼드대 화학과를 나온 것이 아니라 약학과를 나왔다)인 대처를 후원해 법정변호사(barrister·보통의 변호사를 말하는 solicitor가 아닌 그보다 높은 법정변호사를 칭한다)로 신분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퍼스트 젠틀맨’이라는 말이 영어사전에 등재되게 만들고 ‘늘 아내 곁에 있으되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always present, never there)’를 몸으로 실천했다. 아내를 “보스”라 부르던 데니스를 그의 아내와는 달리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했다. 대처는 자서전에서 ‘총리란 자리는 외로운 자리다. 최종 결정을 혼자 해야 하는 태생적인 이유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데니스와 같이 있어서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한 인간으로서나 남편으로서나 친구로서 그는 더 이상 바랄 수 없을 만큼 최고였다’라고 칭찬했다. 세상의 남편 중 과연 몇 명이 아내로부터 이런 칭찬을 받을 수 있을까.
위대한 여자 총리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이 정도로 훌륭한 남편을 가져야 가능한 것인가 보다. 이런 남편을 2003년에 췌장암으로 잃고 대처는 결코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2007년에 살아 있는 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의회 안에 세워진 자신의 동상을 보고 ‘난 사실 철로 만든 것을 더 좋아 하는데. 그래도 동도 괜찮을 거야. 최소한 녹은 안 슬 것이니’라고 자신의 별명에 빗대어 유쾌한 농담을 할 때만 해도 그녀의 정신은 살아 있었다. 하지만 대처는 이후 치매에 걸렸다.

‘국장’ 결정은 속죄의 뜻?

사실 그녀는 살아서든 죽어서든 이미 받을 수 있는 영광은 다 받은 셈이다. 아직 살아 있는 그녀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하기로 결정한 게 벌써 수년 전이다. 이는 당시 총리였던 고든 브라운과 엘리자베스 여왕 사이에 결정된 것으로, 처칠 이후 처음이다. 영국 역사상 최고의 군사 영웅 웰링턴도 국장은 받았으나 넬슨 제독만 해도 해군장으로만 치러졌을 뿐이다. 다이애나 세자빈이나 직전 여왕이었던 현 엘리자베스 여왕 어머니 장례식도 국장이 아닌 왕실장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개인으로서 얼마나 큰 영광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할 만하다.
최근에 갑자기 그녀에 대한 예우가 좋아진 이유는 그녀의 치적을 새삼 기리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그녀를 부당하고 모질게 대하고 저주를 퍼부은 결과 그렇게 강하고 현명했던 대처가 치매에 걸려 저렇게 산송장(living dead)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을 온 국민이 느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살아 있는 동안에 어떤 형식으로든 속죄하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말이다.
사실 아무리 둘러봐도 산 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누구도 대처처럼 가혹한 취급을 받은 적이 없다. 사람들은 그녀를 아무렇게나 불러도 되고 어떤 혹평을 해도 좋은 대상으로 생각했다. 물론 어느 누구도 결코 비켜갈 수 없을 정도로 영국 대중 미디어의 예봉은 가혹하다. 심지어는 국민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지엄한 여왕마저도 코미디의 대상이 되어 국민을 즐겁게 만든다. 그러나 일반적인 영국 언론의 강도에 견주어 보아도 대처만큼 악의의 풍자나 비판을 받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스피팅 이미지(Spitting Image)’라는 코미디 인형극 프로에서 대처는 매번 만신창이가 됐다. 가수 엘비스 코스텔로는 공영방송인 BBC에서 “매기(대처의 애칭)의 무덤 위를 짓밟아서 흙이 관 위로 떨어질 수 있게 오래 살았으면 한다”고 노래하면서 “매기는 혼이 없고 죽어서 지옥불에 훨훨 탈 것이다”라고 저주했다. 엘튼 존마저도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노래에서 “매기 대처 우리는 오늘을 축하한다. 왜냐하면 당신의 죽음에 하루라도 더 가까워지니까”라고까지 했다.
모두들 그녀의 죽음에 왜 이리 집착하느냐는 물음에 최근 한 작가는 “이렇게 해서라도 그녀를 보내야지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영원히 살아 우리들 꿈에 나와 악몽으로 우릴 괴롭힐 것 같아서”라고 했다. 영국이 가장 어렵던 시절인 1980년대처럼 긴축재정과 복지 축소의 유령이 돌아다니는 지금 그녀가 다시 돌아온 것 같다고 느끼는 영국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가 드디어 죽었을 때 세상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느냐고 걱정한다. 거리로 쏟아져 나가 춤을 추면서 축하를 해야 할지, 아니면 ‘온 세상의 시계를 멈추라’는 시처럼 간곡한 애도를 해야 할지를 지금부터 결정해서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참 영국 사람들은 쓸데없는 일에 인생을 허비하고 한편으론 참 냉혹하다. 무려 20년도 전에 정치에서 사라져 아무런 힘이 없고 치매에 걸려 오늘내일 하는 사람을 아직도 저렇게 저주하니 말이다. 이럴 정도로 대처는 영국인의 삶에 깊이 들어와 있고 아직도 그녀가 늘어뜨린 그늘이 길게 영국 사회에 드리워져 있는 모양이다.

“국가에 기대지 마!”

대처만큼 영국인에게 있어 애증이 엇갈리는 현존 인물도 없다.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바른말을 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대처는 그런데도 입바른 말로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었다. 특히 국가의 복지에 목을 매고 살던 사람들과 그늘진 곳에 살던 사람들을 향해. 그것도 보수당이 대변하던 상류층에는 영원히 끼지 못할 하급 중산층 출신 주제에 말이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듯 대처에 대해 더 이를 가는 것은 그래서 서민들이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정치인으로서 사실 자살행위와 같음에도 대처는 그녀의 정치 인생에서 해야 할 말을 인기 때문에 결코 아낀 적이 없다. 다음과 같은 말이 대표적이다.
“내 생각에는 너무 많은 젊은이들과 사람들이 ‘내가 가진 이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 주어야 할 문제다’라든지 ‘내 문제는 정부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해결해야 할 문제다. 나는 집이 없으니 정부가 내 집을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도록 너무 오랫동안 잘못된 착각을 심어주었다. 그래서 그들이 자신의 모든 문제가 사회와 국가의 잘못 때문이라고 믿게 만들었다. 사회가 누구인가? 세상에 그런 것은 없다.(Who is society? There is no such thing.) 세상은 개개인과 가족이 존재해야 할 뿐이다. 자신들이 먼저 자신의 일을 처리하기 전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 자신들이 자신을 먼저 보살펴야 주위에서 도와준다. 인생이란 상호 호혜적인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해야 할 의무보다는 자신이 받을 권리에 관한 것이 더 많이 있다.”
버킹엄궁 근처 그녀의 집 앞에는 기관총을 든 경찰이 상시로 서 있고 그 앞에서는 개인적인 사진 촬영이나 대중매체의 비디오 촬영도 제한돼 있다. 어떤 전직 생존 정치인도 이런 보호를 받고 있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도 그녀를 진정으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가 보다. 그녀의 말마따나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쓴 모양이다.
만일 정말 오늘이라도 대처가 죽어 국장이 치러진다면 그보다 세계 언론의 관심을 뛰어넘는 인물은 누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정도나 비교가 될까. 물론 한 명이 있긴 하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장례식은 분명 대처보다는 더 큰 반향을 일으킬지 모른다. 단 여왕이 양위를 하지 않고 현직에서 돌아갔을 경우에만.

주간조선

글쓴이 권석하

 IM컨설팅 대표.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1980년대 초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영국에 건너가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유럽 잡지를 포함한 도서와 미디어 저작권 중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도서출판 학고재 등의 편집위원도 맡았다. 케이트 폭스의 ‘영국인 발견(Watching the English·학고재)’을 번역 출간했다. 영국 국가 공인 관광가이드시험에 합격, 관광가이드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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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1]
 JKOO 2012/05/06, 21:05:45  
제가 어쩌다 이글을 보고 의견을 쓰기위해 회원가입까지 하였읍니다. 제가 알기로는 또 많이 알려진대로 대처는 옥스포드대 somerville college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졸업후에는 BX Plastics에서 연구원(research chemist)으로 일하였읍니다. 물론 그후에 진로를 바꿔 barrister가 되었지만요. 영국에서 보통 chemist는 화학자를 칭하며 약사는 따로 pharmacist라고 합니다. 물론 chemist가 사람을 칭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그는 바로 약국을 말할떄 chemist라고 하죠. wikipedia (en)나 bbc website를 보시고 대처에 대해 다시 읽어보시기 바라며 oxford dictionary도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저는 화학을 전공하고 영국에서 공부한 전직 화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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