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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정국 진정시킨 ‘칠랙스 리더십’
코리안위클리  2013/06/26, 04:45:57   
▲ 런던 테러가 일어난 지 사흘 만인 지난 5월 25일 스페인으로 가족 휴가를 떠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별명은 ‘칠랙스(chillax) 데이비드’다. 칠랙스는 ‘느긋하게 쉰다’라는 두 영어 단어 ‘chilled out’과 ‘relax’를 합친 말이다. 캐머런 총리가 한가하게 쉬는 모습을 하도 자주 보여줘서 언론과 야당이 붙여줬다. 대처 전 총리를 비롯해 ‘일중독’의 총리들만 보아왔던 영국인들에게는 캐머런 같은 새로운 유형의 총리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하다.
캐머런 총리는 얼마 전 그런 모습을 한 번 더 보여줘 ‘정말 캐머런은 못 말려!(You cannot stop Cameron!)’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그것도 지난 10년 동안 최악의 테러사태로 평가받는 ‘울위치 테러사건’이 난 와중이었다. 영국이 발칵 뒤집힌 지 채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캐머런은 테러 희생자 가족도 찾아보지 않고 식구들과 같이 지중해 휴양지 이비자로 떠났다. 영국 언론의 표현대로 ‘만용(蠻勇·blunt courage)’을 저질렀다. 그날 영국 신문들에는 테러 희생자 가족이 테러 현장을 방문해 꽃을 놓는 가슴 찢어지는 장면과 함께 캐머런 총리가 ‘칠랙스’하는 사진이 동시에 실렸다. 대낮 런던 길거리에서 정글용 칼로 현역 군인의 목을 자르는 장면이 TV에 그대로 방영돼 세계를 경악게 한 큰 사건이 터졌지만, 캐머런 총리는 해변가 카페에서 가벼운 옷차림에 부인과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공개된 것이다.
캐머런 총리의 이런 행동과 모습은 ‘어려움 모르고 귀하게 큰 부잣집 아들이 취미로 하는 정치라 목숨 걸지 않는다’는 평소 이미지에 너무나 잘 부합된다고 비평가들은 난리를 친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의 이런 ‘만용’은 철저히 계산된 것이다. 총리실의 발표대로 총리 가족이 지난 크리스마스 이후 한 번도 휴가를 못 가서 이번 끔찍한 테러에도 불구하고 휴가를 갈 수밖에 없었다고는 해도, 정말 정신이 나가지 않은 한, 자면서도 여론에 신경 쓰는 정치인이 그럴 수는 없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고는 야당 대표마저 외국 여행 일정을 줄이고 돌아오는 마당에 일국의 총리가 가족과 휴가를 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별명 칠랙스처럼 ‘느긋하게 쉬는 모습’의 사진이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나오게 하지는 않을 것임은 생각이 조금만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때문에 ‘캐머런의 노림수’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테러사건이 일어난 날 영국 정부 최고 위기관리위원회(COBRA·Cabinet Office Briefing Room A) 회의를 마치고 나와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정문 앞에 선 캐머런 총리는 감정에 전혀 동요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는 결연한 어조로 국민에게 처참한 비극에도 불구하고 “그냥 평소대로 살아가자(go about our normal lives)”라고 말했다. “이런 일을 저지른 자들은 우리들을 분열시키려 했지만 그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런 일은 우리를 더 굳게 뭉치게 하고 강하게 할 뿐이다(The peoples who did this were trying to divide us. They should know something like this will only bring us together and make us stronger)”라고도 했다. 또 군인들이 군복을 입고 바깥 출입을 하지 못하게 하자는 제안을 거부하면서 “영국은 테러에 굴복하지 않는다(Britain will not ‘buckle’ to terror)”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이슬람은 살인을 정당화하지도 않고 이런 살인은 종교에 대한 배반”이라고 강조해서 무슬림들을 끌어안았다.
그러고 난 뒤 사건을 대충 챙기고는 닉 클레그 부총리에게 사태 수습을 맡기고 자기는 식구들과 저가 항공을 타고 영국 젊은이들에게 ‘일탈의 현장’으로 받아들여지는 이비자 해변으로 떠났다. 자신의 말대로 영국이 ‘평소대로 살아감’을 보여준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런 정도 일에 영국이 흔들리지 않음을 보여줬고, 국가 수반이 이 정도 일에 직접 진두지휘하는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는 지도력도 동시에 보여준 셈이 되었다.
놀라운 것은 캐머런 총리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다른 정치 지도자들도 강하게 동의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연립정부 파트너인 자민당 대표 클레그 부총리도 “두 개인이 저지른 기막힌 범죄는 혐오스럽고 처참하다고 모든 사람들이 생각한다”고 했다. 에드 밀리반드 노동당 대표도 “우리들을 분열시키고자 하는 자들이 있다. 그자들은 전에도 런던에서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고 앞으로도 언제나 실패할 것이다. 영국인들은 신념, 종교, 배경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일치할 것이기 때문에 그자들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우리 군인들이 세계 각 곳에서 용감하게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군인이 런던 거리에서 종교를 내세운 테러범들에 의해 백주에 참수를 당하는 사태를 맞았음에도 영국 정당 지도자들이 소위 ‘양비론’을 논하지 않고 일치하여 폭도들을 비난하는 점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사실 캐머런의 이런 행동은 평소에 비치는 그의 이미지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가 인생에서 겪은 곤경은 딱 한 번밖에 없었다. 27세 때 보수당의 국회의원 지역구 공천을 받지 못해 31세인 2001년 국회에 입성하기까지 4년간 출마할 지역구를 찾아다닌 기간뿐이었다. 그 이후는 탄탄대로였다. 국회의원이 된 지 2년 만에 그림자 내각에 들어가고 여러 중책을 거친 후 6년 뒤인 39세에 야당 대표가 됐다. 야당 대표 생활 5년 끝인 2010년, 영국 헌정사 1812년 이후 198년 만에 가장 어린 총리가 됐다.
이번에 의연한 지도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인생의 굴곡이 없던 그도 지금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영국을 덮친 세계적 경제위기가 그를 코너로 몰아넣고 있다. 인기 없는 ‘감축과 내핍정책(Cut and Austerity Policy)’을 취한 탓에 각종 지방 보궐선거에서도 지고 여론조사에서는 노동당에 15% 이상 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BBC 탐사기자에게 속아넘어간 당 원내총무가 ‘돈 받고 국회에서 특정 당사자를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 소위 ‘캐시 포 스피치(Cash for Speech)’라는 독직 사건까지 불거져 곤경에 처해 있다. 이런 위기를 틈타 보수당 내에서도 끊임없이 ‘반역의 깃발’ 소문이 돌고 있다. 보수당 원로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가면 다음 선거에서 승리가 난망하다는 전망에 따라 총리 대체설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 인기가 갑자기 오른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 등 차기 총리감들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주간조선

글쓴이 권석하

IM컨설팅 대표.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1980년대 초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영국에 건너가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유럽 잡지를 포함한 도서와 미디어 저작권 중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도서출판 학고재 등의 편집위원도 맡았다. 케이트 폭스의 ‘영국인 발견(Watching the English·학고재)’을 번역 출간했다. 영국 국가 공인 관광가이드시험에 합격, 관광가이드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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