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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의료 선진국 영국에서 배운다
코리안위클리  2013/12/04, 08:07:19   
▲ 영국에서 살다 보면 영국인이 병을 대하는 운명론적 태도를 보고 많이 놀란다. ‘병이란 운명적으로 발병하는 것이지 안달한다고 안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는 달관의 인생관 때문인 듯하다.

환자가 원하는 시간만큼 충분한 상담 통증 치유부터 미술·음악치료까지

영국 동포들의 암투병 경험을 통한 영국 의료제도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라진다. 전 국민을 전액 완전 무상으로 치료하는 국민의료보험 환자(NHS·National Health Service) 경우를 들어 보자.

교민 C(85)씨는 위암 진단을 받았다. 진단·수술은 물론 회복 기간 동안 공립 병원의 전적인 보호와 치료를 받았다. 퇴원 후에도 집에 매일 간호사가 방문했고 의사는 3일에 한 번씩 집에 와서 환자의 경과를 보살폈다. 물론 항암치료 기간 동안 구토를 동반한 고통의 제어와 완화치료 프로그램은 완벽했다. 구청에서 복지 관련의 모든 특혜를 주기 때문에 발병 이전보다 경제적 형편이 더 좋아져 환자와 가족들은 행복해 한다.

두 번째는 사립보험(Private Health Insurance)의 경우이다. 교민 A씨는 자가 진단으로 유방암을 발견하고 보험서류에 나오는 전문 병원에 가서 바로 진찰을 받았다. 월요일 병원에서 조직 채취를 한 후 수요일 검사 결과가 나오고 토요일 수술 후 다음주 수요일 퇴원했다. 국민의료보험 환자에 비해서는 거의 전광석화 같은 진단과 수술이었다. 암을 운 좋게 자신이 조기에 발견, 수술을 해서 별다른 후유증 없이 건강이 회복됐다. 이후 한 달간 병원을 매일 방문, 의사 진찰과 함께 사후 진료를 받았다. 6개월에 한 번씩 방사선 치료를 받고 5년간 복약하고 회복하는 동안 각종 치료를 받았다. 수술까지만 사립보험이고 그 이후는 전부 국민보험을 통한 사후 치료이다.

세 번째 사례인 A씨는 방광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혈뇨가 나와서 가정의에게 갔으나 간단한 검사를 한 후 방광 감염이라고 항생제만 처방받고 돌아왔다. 4년 후 다시 혈뇨가 나와 같은 가정의에게 갔으나 또 같은 진단을 해서 한국에 와 정밀검사를 통해 암 판정을 받았다. 암도 그 사이에 이미 거의 말기에 가까운 상태로 진행이 되어 버렸다. 서울서 수술을 받고 바로 영국에 돌아와 가정의를 찾아가서 경과 보고를 하고 항암치료를 요구했다. 가정의는 그때부터 조속한 사후 조치를 약속했다. 그 이후부터는 지속적인 치료와 함께 완화치료가 임종 때까지 뒤따랐다. 진통제 주사와 치료 투약은 물론 그림과 음악을 통한 환자의 고통을 줄이는 치료까지도 병행했다. 그래도 고인은 상당한 고통을 받았고 유족들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국 의료제도에 대한 실망과 원망을 토로한다. 이런 사후약방문 같은 완화치료나 투병 마지막 단계에 가서 쏟는 관심보다는 병의 조속 발견과 정확한 수술이 앞서야 한다는 뜻이다. 무엇이 더 환자를 더 위하는 길인지 영국 의료제도는 모르는 듯하다고 고인의 가족들은 불만이 가득하다.

이렇게 내 주위 암환자들의 영국 암 치료에 대한 의견은 의료보험 지역,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판이하게 다르다. 그러나 이런 교민 환자들 모두 영국 의료제도에 대해 공통적으로 만족하는 점은 환자를 대하는 영국 의사들의 태도이다. 환자들이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내 대화를 하고 진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해 준다. 진료 시간에 제약을 두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아 불안한 환자와 가족들이 많은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수술 후 환자나 환자 가족들이 겪는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고통에 대한 완화치료를 통한 배려도 놀라웠다고 얘기한다. 수술 후 사후 치유과정은 분명 영국 제도가 한국보다 낫다고 했다. 한국의 효과적인 검사와 신속한 수술은 중병이 난 영국 교민들이 한국으로 날아가는 이유이다. 그러나 수술 후 치유와 회복은 공통적으로 영국에 와서 하기를 원한다. 그만큼 장기적인 환자 회복이나 완화 치유 프로그램은 영국이 앞서 있다.

내가 영국 의료제도를 말하면서 영국인 환자가 아니고 한국 동포의 경우만 든 이유는 양국 제도를 다 겪어 본 영국 교민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살다 보면 영국인이 병을 대하는 운명론적 태도를 보고 많이 놀란다. 우선 영국 의료진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환자를 살려 놓겠다는 의지가 안 보인다. 영국 의사들은 일부 개업 전문의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무원이라 환자 치료에 의욕을 안 내고 근무 태만을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환자 자신이나 가족의 태도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 병을 낫게 해야겠다는 악착같은 투지가 모두에게서 안 보인다. 또 놀랍게도 전문의가 한번 내린 결론에 대해 이견을 내는 환자는 거의 없다. 다른 전문의의 제2의견, 제3의견을 구해 보기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영국에서는 아주 특이한 일로 여겨진다. 이것은 영국인의 사회제도에 대한 무의식적 복종과 함께 의료진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가 곁들여져서인 것 같다. 영국인은 영국 시스템이 자신이 아는 전부이고 어디 가서 비교해 볼 수도 없으니 별다른 이견 없이 따른다고 볼 수 있다.

영국인은 건강검진을 잘 하지 않는다. 워낙 건강검진비가 고가라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일반 시민은 하려야 할 수도 없다. 직원 복지가 좋은 기관이나 회사들도 일괄적으로 전 직원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관행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의료보험에서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게 하지도 않는다. 만일 엄청나게 불안하다면 가정의에게 가서 거의 투쟁과 같은 요구를 해야 한 번 할까 말까이다. 그것도 이상하다는 그 부분만이지 전체적인 검사는 언감생심이다. 결국 어딘가 탈이 나고 나서야 검사를 진행한다. 그냥 몸이 별 이상 없으면 그러려니 하고 지난다. 굳이 먼저 걱정하거나 근심하지 않는다. ‘병이란 운명적으로 발병하는 것이지 안달한다고 안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는 달관의 인생관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병이 일단 나면 그 다음의 조치는 놀라울 정도이다. 중병은 운명의 문제라 조기발견이나 중병 수술의 성공도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사후 치유에는 최선의 힘을 쏟아야 한다는 철학 같기도 하다. 그래서 대개의 영국 종합병원들은 완화치료 병동을 따로 갖추고 있다. 호스피스도 원하면 입원이 가능하도록 충분하게 존재한다. 재택 치유를 원하는 환자에게는 매일 의사가 간호사를 대동하고 왕진해 호스피스 이상의 치유를 해 준다. 의료보험 입장에서는 재택 치유가 그래도 비용이 더 적게 들기 때문이다. 물론 환자에게도 정신적 안정을 주어 더 좋은 효과를 낸다고 한다. 대개의 호스피스는 일반인의 자선으로 운영되고 있고 완벽하게 무료 시설이다. 그중에도 찰스 왕세자의 적극적 후원으로 설립된 프린스 오브 웨일스 호스피스는 특히 유명하다. 운영비의 70%를 일반인의 기부로 충당하고 기부금의 85%가 직접 환자를 돕는 데 사용된다. 기부금에서 직원들의 월급과 재단 운영비는 15%를 넘지 않게 사용한다는 말이다. 영국에서 100병상 이상의 병원은 대다수가 완화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병원들도 20%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간조선

글쓴이 권석하

IM컨설팅 대표.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1980년대 초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영국에 건너가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유럽 잡지를 포함한 도서와 미디어 저작권 중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도서출판 학고재 등의 편집위원도 맡았다. 케이트 폭스의 ‘영국인 발견(Watching the English·학고재)’을 번역 출간했다. 영국 국가 공인 관광가이드시험에 합격, 관광가이드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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