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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물가, 그래도 런던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코리안위클리  2014/12/10, 06:22:29   
지난 8월 영국 집권 보수당 하원의원이자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의 차관이 런던에서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사표를 냈다. 외교부 아프리카 담당 정무차관인 마크 시몬드 의원은 자신의 연봉으로는 런던에서 가족들과 같이 살 수가 없어 지역구 의원과 차관 일을 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의 연봉은 의원 세비 6만7000파운드와 차관 수당을 합쳐 약 12만파운드(2억400만원)로 적지 않은 액수였다.
그는 사임하면서 “내년 5월 총선에도 입후보하지 않겠다”고 했다. 의회의원들을 위한 경비보조법이 규정한 경비 지원 액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수년 전 몇몇 의원들이 경비를 부당청구했고 이로 인해 그들은 지금까지 수형생활을 하고 있다. 사건 이후 경비보조 지원 규모가 변경됐는데, 현재는 자녀가 3명 있는 런던 외 지역구 출신 하원 의원에게 임대주택 보조금으로 2만7875파운드(4737만원·월로 계산하면 394만7000원)가 지급된다. 시몬드 의원은 “그 정도 보조금으로는 런던의 임대주택비를 감당할 수 없다. 앞으로도 5년간 식구(14살과 15살의 두 딸과 부인)들을 보지 못하고 호텔 방에서 지낼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고 말했다. 영국 의회가 있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지역의 방 3개짜리 주택 월세는 평균 6030파운드(1251만원)로 시몬드 의원이 받는 주택수당으로는 가족을 도저히 런던으로 부를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시몬드 의원에 대한 비판 의견(같은 당 동료의원을 포함)도 만만찮다. 웨스트민스터는 세계에서 생활비가 가장 높다는 런던에서도 가장 비싼 중심부이다. 이런 지역의 주택 가격은 거의가 100억원을 넘어간다. 집세도 1000만원을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의회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만 가서 기차를 타고 30분만 나가면 월세는 3분의 1로 뚝 떨어진다. 그런 정도의 거리에서 매일 출퇴근하는 사람만 44만명이 넘는데 왜 의회의원이라고 그 대열에 끼면 안 되느냐는 비판이다.
또 보통 영국인이 법정 최저임금(minimum wahe)인 시간당 6.31파운드(1만727원)를 받고 주당 40시간 일하면 연봉으로 겨우 1만3124파운드 밖에 못 번다. 런던 최저 생계임금(London Living Wage)인 시간당 8.80파운드를 받는다 해도 연봉이 1만8300파운드밖에 안 된다. 런던 내에는 70만명이 이런 최저 생계임금도 못 받고 있다. 또 시몬드 의원의 세비 12만파운드는 영국 전체 평균연봉(2만6017파운드)이나 런던 평균연봉(3만5238파운드)의 몇 배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못살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다. 의원이 되기 전 영국 최고 부동산 개발회사 CEO였던 시몬드 의원으로서는 영국 의회 의원 생활이 국가를 위한 사명감 넘치는 봉사직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 돈을 받고 런던에서 생활하기는 어려웠는가 보다. 그의 사임 의사가 말이 되든 안 되든 간에 런던의 살인적인 물가에 대한 문제를 다시 한번 환기시킨 소동이었다.
런던에 근무하거나 근무하러 오는 영국 공무원들은 지방의 같은 직종, 직급의 동료 월급에 ‘런던수당(London Weighing, London Supplement)’이라는 것을 더 얹어 받는다. 지방으로 가면 런던수당을 받을 수 없어 월급이 깎이지만 영국의 공무원은 런던 근무를 그렇게 반기지 않는다. 그만큼 런던이 생활비를 포함해 모든 물가가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싸고 여러 가지 여건이 나쁘다는 뜻이다. 특히 런던 시내는 물론 런던 근교의 집값도 지방에 비하면 두세 배 높다. 영국 정부 각 기관들이 대의회 기능이나 외교 부문을 빼놓고는 일반적인 행정 처리 기능은 거의가 다 지방에 분산해 놓고 있는 이유도 땅값 때문이다. 런던수당은 1920년에 이미 시작된 제도이다. 현재 3000파운드에서 7000파운드 정도를 직종에 따라 월급에 더 얹어 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런던이 대도시로 존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교사, 소방대원을 비롯한 재난구호요원, 병원종사자, 경찰, 교통요원 등의 ‘키 워커(key worker)’들을 구하기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뿐만 아니다. 각종 통계에 의하면 런던은 세계에서도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 혹은 주거환경이 나쁜 도시라고 악평이 나 있다. 잠깐 다녀가는 관광객도 런던의 비싼 교통비(지하철 단 한 정거장을 가더라도 교통카드 없이 현금으로 지불하면 6800원), 관광지 입장료(런던탑은 2만7200원), 식사비(두 사람이 간단한 음료를 곁들여 식사하면 최소 6만8000원이 기본), 택시비(기본요금 4080원에다 야간에 10분 거리 정도 가면 2만원이 훌쩍 넘음), 담뱃값(한 갑에 1만4875원), 호텔비(아무리 험한 호텔이라도 10만원 이하는 없다. 5성급 호텔은 하룻밤에 100만원 정도)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없는 비싼 도시라는 인식을 갖고 돌아가게 마련이다. 런던으로 근무하러 오는 외국 회사 주재원들을 위해 세계 각 도시의 생활여건을 조사한 외국 언론이나 기관들의 자료를 봐도 런던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 자료에는 런던의 주택 임대료를 비롯해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사무실 임대료, 인건비, 호텔비, 택시비 같은 항목이 세계 최고라고 돼 있다.
런던으로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도 런던 물가에 혀를 내두른다. 영국은 전세 개념이 없이 모두 월세이다. 런던, 특히 시내 한복판의 아파트 월세는 23~26㎡(7~8평) 정도의 스튜디오 원룸이 거의 2000파운드(340만원)를 넘나든다. 런던대학에 다니는 대다수 학생들은 2학년이면 기숙사를 나와야 하는데 아무리 허름한 방 하나를 얻으려 해도 한 달에 1000파운드(170만원)는 줘야 한다.(사실 대학들의 런던 시내 기숙사비도 만만치 않다. 한 달에 거의 150만원에 가깝다.) 궁여지책으로 방 하나에 두 명이 나누어 산다든지, 런던 변두리 혹은 교외로 주거를 옮겨 통학을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런데 교통비도 학생들의 주머니로는 만만치 않다. 런던 시내에서 기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한인타운 뉴몰든까지의 1년 기차비가 2136파운드(363만1200원)이니 말이다. 그래서 런던 대학교는 웹사이트를 통해 입학생들에게 학비(1만5000파운드·2500만원) 말고 1년에 최소한 1만2000파운드(2040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준비하라고 충고한다.
런던이 이렇게 외국인들이 살기 어려운 도시라는 악명을 얻게 된 이유는 주택임대료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주택임대료가 비싼 이유는 최근 수십 년간 엄청나게 오른 부동산 가격 때문이다. 유럽 어느 대도시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런던만 부동산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 중심가의 부동산은 거의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다. 비현실적이라는 표현을 떠나 초현실적이라는 말이 더 적합할 정도이다.
지난 5월 영국 역사상 최고가의 아파트 거래가 이루어졌다. 런던의 가장 중심부인 나이스브리지(Knightsbridge)의 최고급 맨션인 ‘원하이드파크’의 1487㎡(450평) 크기의 펜트하우스가 무려 1억4000만파운드(2380억원)에 팔렸다. 펜트하우스 D라고 불리는 이 아파트는 벽과 바닥, 천장밖에 없고 심지어는 중간 벽조차도 없는 4각형의 텅 빈 공간일 뿐이었다. 그래서 구입자가 벽을 치고 방도 만들고 하는 내부 공사비로 595억원을 들였다고 한다. 거기다가 부동산 등기를 위한 인지세로도 357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결국 부동산 전체 구입비로 3332억원, 아파트 3.3㎡(1평)에 7억4000만원이 든 셈이다. 아무리 런던 최고의 경치라는 하이드파크를 한쪽에 두고 세계 최고의 고급 백화점 헤롯을 비롯한 명품가를 다른 한쪽으로 바라보는 위치라고는 하지만 이런 가격은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 그런데도 이런 가격으로 아파트가 팔렸다. 근처의 나머지 3채도 현재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니 어떤 가격이라도 구매자가 있으면 정당화된다는 뜻이다.
올해 영국에서 10번째로 부자인 웨스트민스터 공작 소유의 런던 중심가 주택 하나가 2억4000만파운드(4080억원)에 팔린 일도 있다. 큰 건물도 아니고 런던 중심가에 위치한 5층짜리 저택이 이런 가격에 팔렸다.
이렇게 런던 중심가의 부동산 가격은 정말 초현실적이다. 런던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 30년간 거의 매년 상승해 왔다. 그중에도 지난 7년간이 가장 빠르게 급등했다. 거의 모든 부동산 전문가들이 이제 버블이 붕괴될 시기가 왔다고는 하지만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다는 견해도 많다. 런던 부동산 불침론의 제일 큰 이유는 외국인 부호들의 선호현상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 규제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치안이나 안전도 세계 최고 수준이고 자녀교육도 최고이다 보니 불이 더 붙으면 붙었지 꺼질 이유는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원하이드파크 펜트하우스 D동의 소유주는 정치적으로 불안한 우크라이나인이라는 설이 나돈다. 이런 초현실적인 가격의 부동산은 차치하고라도 런던 시내에는 아무리 가격이 낮은 주택이라도 100만파운드(17억원) 이하 금액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이유 때문에 런던의 주택 임대료는 비싸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사실 런던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810만명의 ‘런던대도시권(Greater London Area)’ 주민에게는 이런 외국인들의 불평이나 악평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천정부지의 런던 시내 부동산 가격이나 눈이 돌아가는 런던 시내 물가는 전부 다 남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런던에서 일하는 대다수 런더너들은 런던에 살지 않는다. 대개 출퇴근 한 시간 내외의 교외에 살고 있다. 그들은 한 달에 자신 월급의 몇 배인 월세를 내지도 않고, 잘못 타면 일당이 날아가는 택시를 일 년에 한 번도 안 탄다. 촛불 켜 놓고 식사 한 번 하고 일주일치 식품비를 쓰지도 않는다. 그냥 런던은 그들에게 있어 직장이 있는 곳일 뿐이지 생활의 근거지가 아니다. 아침에 출근해 사무실에서 일하고 점심에는 자신이 싸 온 샌드위치를 들고 인근 공원 잔디에 앉아 먹거나 펍에서 파는 3~4파운드짜리 점심으로 간단하게 때운다. 자신의 집이 있는 런던 근교 마을을 중심으로 쇼핑하고 식사하고 살아간다. 
이렇게 런던 대도시권인 런던 근교에 사는 이들은 말이 런더너들이지 런던을 생활 근거지로 삼지 않는다. 1년에 한두 번 자녀들을 데리고 런던에서 벌어지는 행사를 보러 올 뿐 런던 시내 백화점이나 상점에서 물건도 사지 않고 식사도 하지 않는다. 런던의 백화점과 상점은 외국인이나 관광객만 쇼핑하고, 런던 식당엔 런더너들이 없다. 런던은 이제 오로지 외국인들의 것이라고 런더너들은 얘기한다. 런던 시내 부동산의 과반수가 외국인 소유가 된 지도 상당히 오래전이다. 외국인들이 하도 런던 시내 부동산을 투자 목적 혹은 제2, 제3의 주택으로 사놓고 거주를 하지 않아 런던시가 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대한 세금(empty property tax) 부과를 계획할 정도이다.
잠깐 다녀가는 외국인이 잘 몰라서 그렇지 사실 런더너들은 런더너들대로 다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 한마디로 말해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런더너들은 비싼 런던 상점에서 물건을 안 사더라도 어디를 가면 같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지를 잘 안다. 믿지 않을지 몰라도 런더너들에게는 런던 물가가 세계 다른 대도시보다 특별히 더 비싸게 와 닿지도 않는다. 얼마 전 영국 신문 가디언이 세계 각 대도시의 주요 생필품 물가를 비교한 적이 있다. 도시별로 품목에 따라서 엄청나게 차이가 났었는데 흥미로운 점은 각 품목의 가격 전체를 합해 본 결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더라는 점이다. 결국 한두 가지만 비교하면 엄청나게 비싸 보여도 다른 것은 상대적으로 싸서 모든 것을 하나로 합해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영국의 소비자 제품 물가는 유럽에서도 가장 싼 축에 든다. 한국과 비교해도 육류, 채소, 과일, 유제품 같은 기본 식품비는 의류나 구두 같은 물건들과 함께 상당히 저렴하다. 런던 물가가 비싸다는 사람들에게 근교 상점이나 슈퍼마켓을 보여주면 생각을 바꾼다.
런던을 폄하하는 어떤 시도에도 불구하고 런던이 분명 매력적인 도시인 것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런던이 그렇게 나쁜 도시라면 1년에 런던 시민의 거의 두 배 가까운 1500만명의 외국인이 방문할 리가 없지 않은가? 런던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 이유는 개인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런던이 가지는 대도시의 세련됨과 화려함, 다문화적인 매력, 모험적인 요소, 사업과 취업 기회, 색다른 삶의 기회, 문화적 이유, 역사적인 매력이 아닐까 한다. 이제 런던이 가지는 그런 매력을 몇 가지만 들어 보자.
 런던은 우선 영국의 다른 도시들 어디에서나 보이는 경제적 궁핍함이 보이지 않는 도시다. 세계 다른 나라 대도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빈민가가 없다. 런던에는 옛날부터 다른 종류의 집을 섞어서 짓게 했다. 한 지역에서 각기 다른 계급과 경제력의 사람들이 어울려서 살아가게 크고 작은 집들을 가까이 섞어서 건설했다. 그래서 런던에는 수백억원짜리 집 바로 건너편에 4억~5억원짜리 일반 아파트들이 있고 그 옆에 무주택자 서민들에게 시에서 제공하는 임대주택이 있다, 밥 한 끼에 40만~50만원 하는 식당 옆에 한 끼에 5000원짜리 음식을 파는 허름한 식당도 장사를 잘하고 있다. 엄청난 부의 차이가 있어도 잘 어울려 산다. 영국인은 계급에 따라 영어 발음도 다르고 다른 단어를 쓰고 옷도 다르게 입는다. 식품도 계급에 따라 다른 상점에서 사지만 아무런 문제없이 어우러져 잘 살아간다. 그것이 런던의 매력이다.
또 런던은 다양하다. 2011년 인구조사로는 런던 대도시권에는 817만4100명이 살고 있다. 그중 44.9%만이 백인이다. 37%가 영국 밖에서 태어났고 그중 24.5%는 유럽 밖에서 태어났다. 1만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소수민족 공동체가 런던에 50개가 넘는다. 그중에는 뉴몰든의 한인촌도 들어간다. 이렇게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런던은 다양하다. 그래서 런던에서 오래 살다 보면 영국식 영어를 잊어버린다는 말이 나오고, 런던에 오래 살면 말하기(speaking)는 몰라도 듣기(hearing) 하나는 완벽해진다는 말도 나온다. 영어를 제법 잘한다는 사람이 외국에 와서 곤혹스러운 일 중 첫 번째는 히어링이 안 된다는 것이다. 영어는 이제 영국인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들의 영어는 발음이 워낙 달라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알아듣기 힘들다. 그런데 런던에 살다 보면 각종 영어를 다 알아들을 수 있다. 이렇게 런던에는 다양한 인종이 살기 때문에 런던에서는 어떤 종류의 음식도 찾을 수 있다. 비록 영국 요리가 아주 ‘한심해도’ 이런 이유 때문에 런던이 살 만하고, 런던을 요리 백화점이라고 하는가 보다.
런던 물가가 그렇게 비싸다 해서 굳이 런던을 피할 이유는 없다. 런던의 살인적인 물가를 보상하는 너무나 많은 무료 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굳이 런던까지 와서 피곤한 발을 쉬려고 비싼 커피숍에 들어앉아 있을 일이 없다.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는 인근에 수두룩한 공원에 앉아 런던의 쾌적한 날씨를 즐기면 된다. 비 오고 우중충하고 어두운 겨울, 도저히 공원에 앉아 있기 힘들면 무료 박물관, 미술관들을 가면 된다. 대영박물관, 국립미술관, 자연사박물관, 과학박물관, 빅토리아알버트박물관 같은 크고 유명한 박물관 말고도 테이트브리턴, 테이트모던, 국립초상화박물관을 비롯한 많은 박물관, 미술관이 무료다. 이런 곳처럼 잘 안 알려졌으나 너무나 알찬 수집품으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왈리스컬렉션, 제국전쟁박물관, 챌시군대박물관 같은 곳도 수없이 많다. 이런 곳만 다녀도 일주일은 바쁘다. 입이 딱 벌어지는 입장료 때문에 영국인들도 잘 안 가는 런던탑을 굳이 가서 런던을 비싼 도시라고 악평할 일이 아니다. 
이렇게 두 손으로도 다 꼽지 못할 정도로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무료로 개방하는 나라는 과문해서 그런지 몰라도 영국 말고는 본 적이 없다. 이것만으로도 런던의 물가를 용서해 줄 만하지 않은가.
런던 물가를 용서해 주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공연예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런던에는 세계적 수준의 교향악단이 한두 개가 아니다. 세계 대도시들은 모두 교향악단 한두 개는 보유하고 있으나, 런던처럼 이름만 들어도 명성이 짐작 가는 교향악단 6개를 가지고 있는 도시는 없다. 로열심포니오케스트라를 비롯해 로열필하모니, 런던심포니, 런던필하모니, 필하모니아, BBC심포니가 그들이다. 거기다가 내셔널심포니 같은 소형 교향악단과 각 지역구에서 결성된 교향악단까지 치면 런던은 교향악단의 메카다.
심지어는 런던 게이 심포니오케스트라까지 있다. 여기다가 로열오페라와 잉글리시내셔널오페라를 비롯해 로열발레, 잉글리시내셔널발레까지 치면 런던의 밤을 집에서 죽치고 보낼 이유가 없다. 입장료도 다양해서 값이 비싸서 공연을 못 보러 간다는 소리는 할 수가 없다. 또 연극과 뮤지컬 공연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한때 이런 대중 공연물의 주무대가 뉴욕 브로드웨이였지만 이제는 런던 웨스트엔드가 그 역할을 뺏어온 지 오래다. 거의 모든 유명 뮤지컬이 런던에서 시작되어 세계로 뻗어 나간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 ‘에비타’가 그런 것들이다. 모두 영국의 천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영국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의 작품이다. 거기다가 ‘미스 사이공’ ‘맘마미아’까지 합치면 가히 영국 뮤지컬 말고 어느 나라 작품이 있느냐고 할 정도이다. 이런 작품들이 런던 어딘가에서 공연되고 있으니 더 할 말이 없다. 그것도 서울에 와서 하는 공연의 4분의 1, 5분의 1 수준의 값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어떤 블로그에서 본 ‘런던을 사랑해야 할 이유 100가지’ 중에 나오는 몇 가지 예를 들고 끝을 맺자.
‘런던 시내 곳곳에는 다람쥐가 뛰어다니는 공원들이 수도 없다. 
늦은 밤 런던 길거리에서는 여우가 사람을 놀라게 한다. 
런던에는 4500개의 펍이 있다.
런던은 터너상 같이 기괴망측한 작품을 선정해 상을 주는 도시이다.
세계적 밴드라면 런던에서 반드시 공연을 한다.
런던의 비는 절대 오래 내리지 않는다.
영화에서나 보던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 모두 런던 극장에서 한번은 연기 실력 테스트를 하고 싶어한다. 이런 극장 티켓 두 장 값은 런던 식당의 저녁 값보다 싸다.
세계의 모든 사람이 런던에 평생 한 번은 오니 당신이 굳이 그들을 만나러 가지 않아도 된다.
당신이 어딘가에서 대단히 이상한 사람이라고 취급을 받았어도 런던에서는 언제나 당신보다 훨씬 더 이상한 사람을 반드시 만날 수 있음을 보증한다.
2000년도 넘은 왕위제도가 존재하는 도시이다. 그래서 런던에 가면 여왕을 만날 수 있다.’
살인적 물가에도 불구하고 런던을 사랑해야 할 이유가 더 이상 필요한가. 런던은 영국이라는 섬 위에 떠 있는 또 하나의 섬이다. 이렇게 그 런던은 더 이상 영국에 속해 있지 않고 또 영국인이 소유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런던은 이제 손님인 당신의 것이다. 

주간조선

글쓴이 권석하
IM컨설팅 대표.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 1980년대 초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영국에 건너가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유럽 잡지·도서와 미디어 저작권 중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도서출판 학고재 등의 편집위원. 저서로는 '영국인 재발견(안나푸르나)'. 케이트 폭스의 ‘영국인 발견(Watching the English·학고재)’을 번역 출간했다. 영국 국가 공인 관광가이드시험에 합격, 관광가이드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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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1]
 꼬물이쪽 2015/01/10, 01:01:09  
런던이 물가가 비싸다기 보다는 환율이 비싸서...뭐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ㅠㅠ
막상와보니까 걱정했던것보다 안비싸고, 한국이랑 비슷한 수준인 것 같아요
IP : 31.XXX.69.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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