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최고의 명문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데이비드 베컴(28)을 레알 마드리드에 내준 데 이어 지난 6일 아르헨티나 출신의 플레이메이커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28)을 첼시로 이적시켰다. 팀의 미드필더진을 튼튼하게 받쳐주던 두 선수가 떠나면서 막강전력의 맨체스터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맨체스터에게는 시기상으로나 전술상으로나 베론의 이적이 베컴보다 더 큰 전력손실이 될 전망이다.
맨체스터는 베컴이 활약하던 지난 시즌까지 시원한 좌·우 크로스패스를 이용한 화끈한 경기를 펼쳤다. ‘좌-긱스 우-베컴’의 자로 잰듯한 크로스를 주요 공격옵션으로 이용하며 타겟맨 루드 반 니스텔루이의 골결정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때문에 많은 팬들은 베컴이 떠난 후 맨체스터의 공격력이 약해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맨체스터는 베컴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최근 더욱 짜임새 있는 모습을 선보였다. 얼마 전 막을 내린 2003챔피언스월드에서 베컴없이 경기를 치른 맨체스터는 주위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좋은 공격을 펼쳤다. 공격수들이 공간을 좁히며 빠른 패스워크를 주무기로 셀틱, 클럽 아메리카, 유벤투스, 바르셀로나의 강팀들을 상대로 14번이나 골네트를 흔들었다. 팀의 중심이었던 베컴이 떠났지만 성공적인 변신으로 강팀다운 면모를 과시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결정된 베론의 첼시행은 맨체스터에게는 베컴이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것보다 훨씬 더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팀의 변신에 핵심역할을 맡아야할 플레이메이커가 떠나면서 상승세를 타던 팀은 무게중심이 흔들릴 위험에 처했다. ‘살림꾼’ 폴 스콜스가 좋은 활약을 펼치며 기대를 모았지만, 베론의 공백이 생기면서 스콜스가 보다 많은 공격의 부담을 안게돼 공·수의 밸런스를 맞춰줄 역할을 해낼 수 있을 지 의문이 생기고 있다. 베론의 이적설이 퍼지자 맨체스터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베론만은 절대로 보낼 수 없다”고 말해왔던 것도 이같은 우려섞인 예상 때문이었다.
베론이 떠난 후 맨체스터 팬들은 직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팀의 간판이었던 베컴의 이적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반면에 베론의 새 소속팀 첼시의 감독 클라우디오 라니에리는 그를 영입한 후 인터뷰에서 “베론은 세계최고의 플레이어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아 맨체스터 팬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베론의 첼시행으로 큰 위기에 처한 맨체스터의 위기대처법이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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