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커브스의 최희섭(23)이 마지막 남은 허물 한장마저 홀가분하게 벗어던졌다.
커브스 구단은 31일 ‘1루수 프레드 맥그리프(39)에 대한 내년시즌 재계약 옵션을 포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2001시즌 도중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에서 이적해와 줄곧 주전 1루수로 뛴 맥그리프는 커브스를 떠나 자유계약선수가 됐다. 맥그리프는 “나는 계속 뛰고 싶다. 쉬면서 진로를 모색하겠다”고 말해 다른 팀으로 옮겨 현역 생활을 고수할 뜻을 밝혔다.
커브스로서는 이미 시즌 후반기 이후 공공연히 흘러나왔던 맥그리프 포기설을 월드시리즈 종료와 함께 마침내 실행에 옮긴 셈이다. 맥그리프의 불명예 퇴진은 전적으로 최희섭에게 밀린 결과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비록 39세의 고령이지만 성적으로 보면 결코 ‘잘릴’ 대상이 아니다. 올시즌 146게임에서 30홈런과 103타점을 올렸고, 메이저리그 최초로 5개 팀을 바꿔가며 30홈런 이상을 때리는 대기록에 4년 연속 100타점도 달성했다. 이처럼 나이에 아랑곳없이 꿋꿋이 버티고 있던 거목을 과감히 잘라낼 결심을 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최희섭의 미래를 더 믿었기 때문이다. 맥그리프와 재계약하면 향후 1, 2년은 버티겠지만 망가질대로 망가진 팀을 바닥부터 새롭게 개혁하기 위해서는 ‘젊은 피’ 최희섭이 더 필요했다는 얘기다.
이제 멍석은 번듯하게 깔렸다. 지역 언론에서는 만능내야수 마크 벨호른을 최희섭의 백업 1루수로 써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백업요원 신세에서 이제는 자신이 백업을 거느린 주전으로 탈바꿈했다. 이 모든게 눈깜짝할새 일어난 일 같지만 알고보면 커브스 구단이 오랜 세월 추진해온 프로젝트의 완성인 셈이다.
바야흐로 최희섭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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