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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47 정신과와 정신분석의 관계
코리안위클리  2016/02/17, 07:32:43   
▲ 인간의 마음은 신체와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숨이라도 쉬기 위해서 어떤 것을 희생하고라도 그 기관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한다. 때로는 그 희생의 댓가가 아주 혹독할 수 있다.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정신분석을 알고 있다는 것이 때로는 너무나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다. 시간이나 마음도 더 써야 하고 모르면 안보이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보여진다는 것이 무엇을 반드시 해야한다는 것처럼 부담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것은 약 처방은 정신과 의사로서 할 수 있는 많은 부분 중 하나라는 생각이다. 비록 여러가지 보험이나 현실 때문에 어렵다 하더라도 인간의 마음에 대한 공부는 시간을 내서 열심히 고민하고 생각해 봐야 한다.
레지던트때 만난 40대 중반의 한 아주머니 환자는 갑자가 의심증이 생겨서 시장에 있는 사람들과 어떤 조직의 명령을 받은 사람이 자신을 따라 다니는 두려움으로 24년 전 택시비로 100만원 이상 쓰면서 지방으로 도망을 다닌 경우다. 당시 일년차로 신나게 증상을 적고 환자가 정말로 책에 나오는 정신분열병(지금은 조현병)에 맞다면서 약간의 흥분 즉 퍼즐을 열심히 맞추고 나름 잘 맞추고 있다는 재미를 느꼈다. 병력을 한창 적고 있는데 10대때 집안을 돕기 위해 학교도 그만 두고 시골의 집을 떠나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버스 차장(지금 어리 분들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옛날에 ‘오라잇!’ 하면서 버스 두드리는 역할을 하는 도우미가 있었다)을 하다 집단으로 강간을 당했는데 그때 강간한 남자가 자기 이름을 허벅지에 새겨서 아직도 그 문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당시 난 20대 중반이었지만 아마도 조금 어렸던 것 같다. 환자가 그 말을 하는 동안 계속 차트에 적는다고 환자 얼굴조차 볼 틈이 없었다. 나중에 과장님이 물어보실 때 버벅거리면 혼난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다.
과연 이 분이 40대에 정신병이 생긴 것이 그냥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때문에 생긴걸까 아니면 그때의 일이 인생에 어떤 흉터를 남겨서 나이 먹는 것을 어렵게 한 것일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몸이 늙고 병들어서 육체도 젊음을 잃어버리고 가까운 사람, 예를 들어 부모가 돌아가신다든지 아니면 자녀가 자라서 이제는 더 이상 자기 곁에 없다든지의 이별이 생긴다. 40대는 이런 점에서 ‘위기의 시기’다.
심리적 외상이라는 관점을 생각해보면 이 환자분은 어렸을 때 집을 떠난 것, 남동생은 공부하는데 자신은 학교도 못 다니고 돈을 벌어야 하는 소위 사람 취급 못 받는 것, 집 떠나 외로이 있고 부모에게서 내팽쳐 졌다고 느끼는 가운데 집단 강간을 당한 것, 그것도 모자라 그 남자 이름 문신이 허벅지에 새겨져 있어서 그 트라우마를 씻기도 어려운 것 등의 엄청나 정신적 외상을 그것도 여러번 오랫동안 당한채 살아야 했던 처절한 인생이다.
어쩌면 이분은 옥상에서 뛰어 내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신병에 차라리 걸린 것은 아닐까? 지금 자신이 그래도 뭔가 살기 위해서 택시라도 타고 도망이라도 치고 있다는 것이 이분에게는 위안이 되지 않을까. 정신과 의사로서 이러한 부분들을 알고 있었다 한들 환자의 병이 훨씬 더 나아졌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어느 순간 병들고 그러다가 죽게된다. 내가 아플 때 외롭고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죽음보다 더 힘들 수가 있다. 환자를 항상 낫게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의사보다는 환자의 아픔을 이해하려는 의사가 조금 더 도움을 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신과 의사에게도 인간의 심층 심리를 이해하는 공부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위해 누구를 원망하고 항상 불만으로 가득차 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그 결과 주변 사람은 떠나가고 외톨이가 되고
사회를 원망하는 마음이 강해지고 상처 투성이로 인생을 전전하게 될 수 있다.


청소년 시기에는 여러가지 도전이 생긴다. 요즘 들어 ‘귀에서 환청이 들린다’ ‘눈에 헛것이 보인다’는 등의 유사 정신병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이 온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환자들에게 약을 주고 정신병 증상이 좋아지는 과정에서 거의 극심한 불안이나 우울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어쩌면 그들의 정신병 증상들은 자신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불안을 조절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결과적으로는 인간의 마음은 신체와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숨이라도 쉬기 위해 어떤 것을 희생하고라도 그 기관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한다. 때로는 그 희생의 댓가라는 것이 아주 혹독할 수 있다. 특히 아주 취약한 성격의 소유자에게 어떤 조각들이 짜깁기하듯 왜곡된 생각들이 들러붙게 되어 현실이 그대로 받아들여지게 되면 일어날 breakdown을 피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경우도 있다.
한 가지 예로 어려운 현실을 받아 들이는 것을 항상 어려워 하는 여인이 자신의 외동아들이 영국에서 죽었다는 비보를 접하게 된다. 그 아주머니는 그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가 없어서 아들이 살아있다고 믿고 있고 영국 정부의 방해 공작으로 아들이 실려간 병원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분개하고 있었다. 점차적으로 이러한 망상 조각이 그 아주머니의 전체적 정신기능에 장애를 주기 시작해서 이제는 남편과의 관계도 거의 붕괴 직전에 이르러 한편으로 잠시나마 멘탈의 붕괴를 막아준 방어가 이제는 더 큰 재앙을 가져오게 됐다.
대한민국은 특히나 트라우마가 많은 나라다. 이러한 극심한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위해 누구를 원망하고 항상 불만으로 가득차 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항상 억울해 하고 비통해 하면서 회사나 나라를 원망하고 조금만 달리 했다면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상 누구를 원망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의 마음은 항상 복수심으로 불타 오르고 있고 그 화를 삭히면서 칼을 마음속으로 품으며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 결과는 어쩌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칼’ 때문에 스스로의 마음이 상처 투성이로 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주변의 사람은 떠나가고 자신은 외톨이가 되고 남을 원망하고 사회를 원망하는 마음이 강해지고 상처 투성이로 인생을 전전하게 될 수 있다. 이런 것이 자신의 마음속의 붕괴를 막기는 했지만 자신이 치러야 할 댓가 일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랑에 대한 확신이 없고 외상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인생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가지 굴곡을 잘 견뎌내지 못한다. 이런 환자들이 정신과를 찾아 왔을 때 약을 처방 받아서 증상이 좋아지게 되면 오히려 스스로가 방어하고 있던 어려운 심리적 문제들이 올라오게 되기 때문에 마음이 또 다른 증상을 만들어 내거나 더 이상 병원에 오지 않고 치료를 중단하게 된다. 왜냐하면 자신이 좋아지는 것을 감당할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정신과를 생물학적으로만 보고 증상들이 뇌의 신경 전달 물질의 이상으로 생긴다고만 믿는다면 이런 것은 뜬구름 잡는 것 같은 허황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25년간 정신과 의사 생활을 하면서 직접 목격한 사실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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