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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73 대상(object)의 필요성?
코리안위클리  2017/03/15, 03:14:47   
▲ 인간의 몸이 공기를 필요로 하듯이 사람의 마음은 항상 대상과의 관계를 맺어야만 죽지 않고 살아 숨쉬는 심리상태가 영위된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에게 쌓이는 노폐물이나 찌꺼기를 어떻게 배출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겠는가.

인간이 우주에서 혼자 물과 음식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 생리적으로 본다면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신적으론 많은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특히 ‘혼자’ 있다는 것이 인간의 생존에 지대한 위협을 끼치게 되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광활한 우주에 자신이 혼자 있다고 생각할 때 과연 생명유지의 의지가 생길지도 의문이고 또한 살아가는 뜻이나 목적에 대한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아주 많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본다면 혼자 있다고 했을 때 과연 혼자라는 것은 옆에서 보았을 때 혼자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마음 속에 아무런 대상이 살아 있지 않고 모두 다 전멸하거나 전무한 것을 이야기 하느냐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혼자 있는다 하더라도 언제가는 자기 옆에 와줄 누구(대상)을 기다린다면 겉보기에는 혼자인지 모르지만 마음 속에는 혼자가 아니며 자신을 찾아와 줄 어떤 대상과 같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의 심리작용으로 인해서 생기는 환상 속에서 우리 마음 속에 과연 누가 들어와 살고 있는지 또한 아무도 없다 하더라도 자신을 버린 대상으로 가득차 있는지는 개개인의 개별적 정신활동에 의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모든 사람들이 날 버리고 가서 나 혼자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대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버린 대상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마음 활동에서 대상과의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은 개개인이 관계의 결과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기 보다는 다소 능동적으로 자신의 정신활동의 결과로 생긴 경우라고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대상과의 관계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체의 버릇과 습관처럼 정형화되는 경향이 있다. 즉 마치 인체의 세포막에서 삼투압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 없이 펌프가 주도적으로 작용하듯이 정상적이든 병적이든 마음 속에도 이런 펌프가 작동해서 일정한 상태의 대상관계를 유지시키는 현상이 발생한다. 가령 주변에서 자신을 제대로 대해주는 사람이 없고 자신은 항상 이용만 당한다는 사람들도 이러한 펌프가 계속적으로 작용해서 이런 자신의 가정에 부합되는 경험들은 마음 속에 자꾸 쌓이고 거기에 반하는 좋은 경험들은 펌프를 이용해서 밖으로 자꾸 내보내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이런 패턴들은 바뀌지 않는다.
어쨌든 이런 펌프를 이용해서 자신의 심리 상태를 어떤 상태이든지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마음 속으로 관계를 맺을 대상들이 필요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나를 돌봐주는 대상, 나를 괴롭히는 대상, 나를 구해주는 대상 등등 이런 여러가지 대상들에 대한 자아의 관계가 그 사람의 심리 상태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렇지 않다면 그 마음은 죽은 마음이고 생명이 없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병적일 수도 있고 건강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런 대상들을 마음 속에 두고 있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기능이 아주 빈약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마음의 숨이 붙어 있는 한 이런 존재에 대한 자아의 관계는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이런 가정으로 태아를 보았을 때 이미 세상에 태어날 육체가 젖을 먹고 자라듯이 마음도 이미 이런 대상에 대한 기본 관념을 가지고 태어나고 그 대상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계를 가질 준비를 하고 육체의 성장과 더불어서 이런 대상관계가 발달한다고 볼 수 있다. 어렸을 때 젖을 제대로 못먹고 자란 아이가 나중에 건강이 좋지 않고 발육 상태가 안좋아 지듯이 마음도 마찬가지로 이런 대상관계를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부모나 양육자를 만나지 못하면 이후의 심리 상태도 병든 마음이 되거나 쉽게 다치는 허약체질(?)로 되는 것은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
아이가 엄마와의 좋은 경험을 하든 나쁜 경험을 하든 엄마라는 대상과는 인생의 전반을 결정할 대상관계를 가지는 것이고 그것은 인간의 몸이 공기를 필요로 하듯이 사람의 마음은 항상 대상과의 관계를 맺어야만 죽지 않고 살아 숨쉬는 심리상태가 영위된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에게 쌓이는 노폐물이나 찌꺼기를 어떻게 배출하고 삶을 지속할 수 있겠는가.
필자가 생각하기엔 우리의 심리 상태도 매일 들어 오는 자극을 소화하고 다루다 보면 처리하고 버려야 될 결과물도 생기고 이런 처리는 우리 마음 속에 있는 대상을 통해서 배출도 하고 흡수도 하면서 삶을 유지한다고 보인다. 즉 대상이 필요하다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우리가 생명할동을 연장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성립되지 않는 질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죽기 전까지 어떤 형태로든지 대상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유지해야 한다면 우리에게 건강한 상태로 해야할텐데 그러한 관계는 불행하게도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항상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며 성장을 통해서 이러한 관계가 영향을 받고 굳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사람은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을 만나서 초기의 나쁜 영향이 상쇄 되기도 하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도 초기의 경험이 너무나 부실하게 되어 있는 경우에는 좋은 쪽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 힘든 경우도 많다.
대상을 가지고 감정처리를 하는 것 중에 어쩌면 가장 흔한 것은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경험을 대상에게 던져 버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인간의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주위 사람들은 자신이 던져 버린 감정의 찌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 이것을 어떤 종교에서는 ‘허상’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끊임 없이 대상관계를 하는 인간의 심리 속에서 주위의 대상들의 진실한 모습을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며 그러한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차라리 겸허한 인간의 미미함을 받아들인다고 볼 수 있다.
치료라는 것은 어쩌면 이러한 자신과 대상들의 ‘진실된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도움주는 것일 수 있는데 짐작하다시피 이 과정은 거의 항상 두려움과 고통을 동반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어떤 분들은 종교를 찾아 갈 수도 있는데 독자들도 아시다시피 종교를 믿는다는 것은 항상 ‘꽃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때론 자신은 가시밭길을 걸어가야 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쉽고 빠르고 편안한 길을 제시하는 것은 진정한 진실의 길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 지도 모른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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