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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87 환자와의 소통
코리안위클리  2017/10/18, 06:05:25   
▲ 우울증 환자 자신이 우울 지수 비교를 통해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치료 동기가 높아져서 전체적 치료 경과가 좋게 나타난다.

작금의 NHS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서비스 질의 향상이다. 이런 방향으로의 발전을 위해서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첫째로 중요한 것은 서비스를 받고 있는 환자나 보호자(이것을 용어로는 service user라고 한다)들이 서비스 제공자인 병원 관계자나 정책 담당자, 담당 의사, 간호사, 등의 직원들에게 양질의 피드백을 줄 수 있는냐 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의료분야에서 동등한 조건에서의 양방간의 의사 소통은 힘들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환자는 과거엔 절대적으로 의사에게 신체를 맏기고 의료진의 진료결정에 따라서 다음의 치료 계획을 밟아나가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철저히 의사쪽에서 환자나 보호자 쪽으로의 방향이었다. 당연히 환자나 보호자들의 얘기는 쓸데없는 불평으로 여겨질 확률이 많았고 어떤 환자들은 공연히 엉뚱한 얘기를 해서 의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느끼는 사람들까지도 있었다. 과거의 한국 병원에는 환자의 목소리를 듣는다면서 조그마한 박스(신문고)를 비치해 놓을 때도 있었지만 대개의 환자나 보호자들은 그러한 것이 있는 것도 몰랐고 박스를 열어보더라도 빈통일 때가 대부분이 었다. 여기에서 좀 더 발전한 것이 complaint을 공식적으로 하고 그것에 대해서 일정한 절차를 밟아서 하는 시스템인데 영국 NHS에서 이러한 제도를 운영한지는 아주 오래 되었고 적절한 조사를 통해서 병원이 사과하고 환자들은 보상금을 받아 내는 등의 신문기사는 요즘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한국에서는 최근의 인터넷 발달로 인해서 병원게시판을 이용해서 환자나 보호자들의 피드백을 받아서 개선하겠다는 답글을 올린다든지 사과를 한다든지 이제 전반적인 면에서는 의료진들의 일방적인 의사소통으로 인한 폐해들은 점점 줄어 드는 방향으로 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방금 얘기한 이러한 피드백들을 거의 자신에게 행해진 의료나 다른 서비스가 불만족스럽기 때문에 개선을 원한다는 내용이지 실제로 치료 과정중에 이러한 피드백을 치료자체에 이용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지만 어쩌면 실제로는 아주 오래전부터 의료 현장에서는 이러한 방향의 의사 소통은 있어왔다고도 볼 수 있다. 아니 거의 매번 의사와 환자가 만나서 하는 행위라는 것이 이런 것일런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서 “이 약을 드시고 나서 어떠셨습니까?” “이 수술하고 나서는 통증이 많이 나아지셨나요?”라든 등의 치료 행위를 하고 난 뒤에 경과 체크하는 과정이 의사와 환자 사이의 활발한 의사소통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전통적인 피드백 과정은 굉장히 주관적이고 어쩌면 주먹구구식이라 객과적으로 증명하고 볼만한 자료로 만들기에는 엉성하다는 것이 문제다. 통증은 나아졌는데 얼마정도 나아졌는지, 아니면 부작용은 심했는지 등의 사항은 얼마만큼의 호전을 이야기하는지 애매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러한 자료는 의사가 주관적으로 만든 셈법에 따라서 다음 치료 과정을 의사가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환자나 보호자는 치료결정과정에서는 수동적인 위치에 놓여질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특히 필자가 진료하는 정신과에서는 환자들이 수동적으로 되면 치료에 애로 사항들이 많은데 신체적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자신들이 아프고 불편하기 때문에 치료에 동기의식이 많고 적극적이지만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불편하기 보다는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불편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치료받고싶은 마음이 별로 없다. 또한 우울증 같이 자신이 우울해서 인생살이가 힘들다 하더라도 우울증 자체가 치료에 대해서 허무적으로 대하는 바람에 치료에 열심히 안오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이유로 인해 정신보건에서는 환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중의 하나이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치료 동기를 높이는데는 치료가 얼마나 자신한테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깨달으면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즉 우울증 환자에게 처음 만났을 때 우울 지수가 너무 높아서 최고 우울 점수 10점중에 9점이었다고 하면 오늘 치료를 받고 나서 집에 갈 때 측정한 결과는 점수가 좋아져서 6점이었다고 하면 치료가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겠지만 병원에 오는 것이 어쨌든 효과가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된다. 그래서 환자 자신이 그런 점수 비교를 통해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치료 동기가 높아져서 전체적 치료 경과가 좋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거의 모든 환자들이 처음 병원을 방문할 때 우울이나 불안. 아니면 여러가지 행동장애에 대해서 환자 자신들을 포함해서 보호자들이 간단한 설문지로 불편한 정도를 수치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그 이유는 환자나 보호자 자신들에게 치료과정이 얼마나 환자에게 치료적 효과를 가져다 주고 있는지를 치료진과 같이 모니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함으로써 좀 더 환자들이 주도하는 진료를 하게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요즘은 아이패드같은 테크놀로지를 이용해서 청소년들이 좀 더 손쉽고 부담감 없이 이러한 테스트를 거의 병원 방문마다 진료 시작과 진료 종료 후에 하도록 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점점 이러한 자료 없이는 병원에서 서비스 유지를 위한 비용을 받아 내기가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즉 이러한 자료를 이용해서 그 기관이 얼마나 가치있게 일을 하고 있는지를 보고 하는 증거 자료로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전통적인 의학개념을 아직도 가지고 계신 분들은 ‘명의’가 자신을 진찰해서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내어서 진료하고 자신은 그냥 ‘몸’만 맡기면 되는 것을 원하실 수도 있다. 아직도 수술이 필요한 외과에서는 이러한 문화일런지는 모르지만 정신보건 분야는 아니다. 정신과 진료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입’이 아니고 ‘귀’다. 환자의 말소리를 어떻게 하면 잘 들을 수 있는지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가 이 경과관찰(outcome monitoring) 기법이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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