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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107 어디까지가 정신과적인 문제인가?
코리안위클리  2018/10/03, 03:44:30   
▲ 지능장애나 자폐아동은 행동문제로 의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 원인을 찾아 들어가다 보면 뜻하지 않은 감각 문제나 사고 방식의 경직성 때문에 생기는 여러가지 생활 속에서의 문제가 공격적 행동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전 아동이 밥을 잘 먹지 않는다고 엄마가 애를 클리닉에 데리고 왔다. 아동의 지능이 아주 좋은 것도 아니고 발달지연이 있는데다가 최근에는 자폐진단까지 받았다고 한다. 아동이 식사를 종종 거부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면 도무지 밥을 먹지를 않아서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여간 걱정이 아니다.
만약 일반 가정에서 자녀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안해준다고 식사를 안하고 떼를 쓰면 어떻게 할까? 아마도 부모가 설득하든지 협박(?)하든지 자녀가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음식을 먹도록 권유할 것이다. 또한 교육상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왜 편식을 하면 안좋은지를 가르치려고 할 것이고 보여주려고 할 것이다.
만약에 학교에서 이런 학생을 만난다면 선생님들은 가정교육에 대해서 걱정할 수도 있고 다른 학생들과 같은 급식을 먹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저런 방법을 다 써도 학생이 식사를 잘 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이것이 정신적인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인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느냐 하면 많은 부모나 아니면 선생님들이 도대체 어떤 문제가 어느 정도 되어야지 병원이나 전문가에게 데리고 가야 할 것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다. 과거 ADHD에 대한 정보가 없었을 때는 학생들이 자리에 잘 앉아 있지 않고 돌아다니거나 말을 잘 안들으면 버릇이 없거나 가정교육이 안된 애라고 간주해서 야단치거나 부모에게 전화해서 집에서 잘 가르치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아무도 이런 상태의 아동이 임상적 문제가 있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더구나 이런 문제를 가지고 병원에 간다는 것은 도무지 방향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학교에서도 그리고 많은 학부형들도 ‘이런 저런 병이 있다’라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어서 애가 행동이 부산하고 왔다갔다 하면 이제는 병원에 데리고 가보라고 조언을 하기도 한다.
이는 물론 부작용 또한 있어서 다른 문제로 주의 집중이 안되는 경우에도 ADHD라고 진단을 받아야 된다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한 어떤 경우에는 부모가 자신의 자녀는 틀림없이 병이 있어서 그렇다고 믿기 때문에 때론 전문가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식사 거부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전에는 몰랐지만 자폐증에 대해 점점 많은 것이 밝혀진 지금은 이들의 감각이 보통사람과는 아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서 어떤 아동은 입안에 젖은 음식이 들어가면 마치 모래가 닿는 것처럼 이상하게 느끼거나 또한 자신이 처음에 이상할 것이라고 생각한 음식이 대해서는 그 첫인상을 바꾸는 것이 너무나 어려운 아동들이 있다. 많은 경우에 부모들은 이미 경험으로 자신의 아들이 점심에는 파스타만 먹을 수 있고 그것도 토마토 소스가 아니면 절대로 다른 소스는 시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심한 경우에는 학교 선생님을 믿지 못하고 엄마가 학교까지 찾아가서 점심을 먹이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아동이 엄마가 주는 음식이 아니면 반드시 이상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웬만한 경우에는 선생님이나 다른 사람들이 식사를 먹이기가 불가능하다.
‘배고프면 먹지 않겠는가’라는 것처럼 우매한 질문은 없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 아동들은 밥을 먹기 보다는 신경질을 내고 수업시간에 힘든 행동을 많이 보여서 수업을 방해하기 때문에 결국 모든 영역에 있어서 어려움이 생긴다. 이것이 너무 심한 경우에는 학교에서 부모에게 전화를 해서 ‘애가 오늘 힘드니까 집으로 데려가라’고 하고 이것이 반복되다보면 학교와 부모 사이가 나빠짐은 물론이다.
또한 집에 간 뒤에 아동은 신경질을 계속 내고 다음에 학교를 잘 안가려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아동과 부모가 힘겨루기하고 그런 와중에 아동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하면 이제는 병원에 데리고 가야 되나 전전 긍긍하게 된다.
실제로 아동 청소년 정신 보건 센터에 있다보면 지능장애나 자폐아동은 행동문제로 의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국에서 정신보건 센터는 한국에서 대학병원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그 원인을 찾아 들어가다 보면 이렇게 뜻하지 않은 감각 문제나 사고 방식의 경직성 때문에 생기는 여러가지 생활 속에서의 문제가 공격적 행동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디까지가 정신보건센터에서 상의해 볼 문제인가는 좀 더 범위를 넓혀서 보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9살 먹은 아들이 집을 나갈 때 마다 손을 씻는다고 가족들을 기다리게 한다고 자꾸 야단치기 보다는 아들이 혹시 손을 안씻으면 불안해 하는 강박장애가 있는지 생각해 본다든가 시험칠 때마다 너무 긴장을 해서 학교 가기를 거부한다든지 하면 불안장애가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아마 한국에서 이런 글을 적었다면 다분히 의심적인 눈초리로 필자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는 항상 의사들의 과잉 진료에 대해 국가나 국민들이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영국에서는 조기에 병을 발견해서 치료해야 나중에 큰병으로 발전해서 치료비용이 많이 드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의료 지식을 일반인에게 많이 알리는 계몽사업을 자주 하는 편이다.
필자가 일하는 아동 청소년 정신보건 분야에서는 학교나 사회사업가들에게 ‘어떤 경우에 어떤 정신과적 진단’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을 미리 교육하거나 아니면 서로가 같이 일하는 환경을 통해서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이것도 다른 인터넷의 폐해와 마찬가지로 정확한 지식보다는 이러한 지식을 자신이 편리한 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아동의 행동이 너무 부산해서 ADHD가 의심된다고는 하지만 집에서 부모가 심각한 정신적 문제로 아동이 제대로 양육받지 못하고 있어서 아동 학대나 방임으로 문제를 접근해야 하는데 어떤 경우는 사회사업가나 이웃이 약을 써야 한다고 부모에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부모는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고 아동이 ‘병’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자기들이 좋을대로 생각해서 ADHD로 진단해야 된다고 주장을 한다. 물론 반대로 아동이 임상적인 병을 가지고 있는데도 부모를 무시해서 그렇다고 체벌을 가한다거나 아니면 아주 가혹하고 엄격하게 아동을 대함으로서 오히려 아동의 정신건강에 해를 줄 수가 있다. 아동 정신과 의사의 역할은 어쩌면 지금 문제라고 하는 아동이 과연 ‘병’이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지를 구별해 내고 설명해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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