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에 관한 지난 19일의 앨런 그리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발언이 달러 약세를 지지하는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환율전쟁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강해지고 있다.
◇ 세계 금융시장 요동=그린스펀 발언 뒤 환율뿐 아니라 금값과 주가도 요동쳤다.
이날 엔-달러 환율의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03엔선도 붕괴됐고 유로-달러 환율도 사상 최고치로 뛰었다. 이날 금 12월 선물은 16년 만의 최고치인 온스당 447달러로 급등했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들은 1% 이상 급락했고, 런던, 독일, 프랑스 주식시장도 일제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미국 국채 수익률은 4.2%로 뛰었다. 특히 달러 급락으로 신흥시장(이머징 마켓)의 채권들이 호황을 맞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중국에선 달러 투매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상업도시인 상하이에선 달러를 위안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면서 일부 암달러상은 달러 매입을 거절하고 은행들은 근무시간을 늘리고 있다.
◇ 유럽과 아시아 반격하나?=주요·신흥공업국 모임인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환율에 “급격한 변화”가 야기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모았지만, 공동성명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해 달러 가치 하락에 제동이 걸릴지는 미지수다.
G20 소속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20~2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연례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을 통해 외환시장 내 더 이상의 “갑작스런 혼돈”을 피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달러 약세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즉각적인 외환시장 개입이나 공동조처 등은 없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미국은 “강한 달러를 지지한다”는 무의미한 발언만 반복하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강한 달러’에 대한 결의를 밝혔으나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에선 단순한 ‘립서비스’로 보고 있다.
또 재정적자 증폭으로 이어질 미 정부부채 한도 확대도 달러 약세가 대세라는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19일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종전보다 8천억달러 늘어난 8조1800억달러로 정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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