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폭력으로 50군데 이상 상처를 입고 사망한 17개월짜리 유아 ‘베이비 P’ 사건이 영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베이비 P’로만 알려진 이 남자 아기는 출생 후 내내 얻어맞기만 하며 지내다가 영국 사회의 무관심 속에 작년 8월 핏자국으로 얼룩진 침대에서 사망했다.
사회복지사, 경찰, 보건전문가들이 사망 전 8개월 동안 60회나 유아의 집을 방문했지만, 이 아기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들은 아기의 부상이 의도적인 가정 폭력이 아닌 “불충분한 감독” 탓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런던 형사법정인 올드베일리에서 드러난 유아에 대한 폭력은 상상을 초월해 사람들을 경악과 슬픔, 충격에 빠뜨렸다.
베이비 P가 죽기 이틀 전 방문한 의사는 유아의 등이 부러지고, 늑골이 8군데다 파열됐고, 허리 아래가 마비상태였지만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아기의 얼굴은 멍 투성이였고, 귀와 입술은 찢어졌으며, 금발의 머리카락은 깎여나가 대머리가 됐고, 손톱마저 빠져 없었다. 아기는 너무 심하게 맞아 이빨을 삼켰을 정도였고, 목을 다쳐 호흡 곤란을 겪으면서 결국 목숨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기 엄마와 배우자, 그 집 손님 등 3명이 “유아의 죽음을 초래하고,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판결은 12월 15일 내려질 예정이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누가 유아의 모든 상처를 유발했는지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해 3인 용의자는 살인 혐의에서 벗어났다.
가정 폭력을 은폐한 올해 27세 엄마는 인터넷에 중독된 상태였으며, 32세의 배우자는 칼과 나치 기념품을 모으고, 고통을 즐기는 새디스트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이 일어난 런던 북부 헤링게이 카운슬은 지난 2000년에도 종조모의 폭력으로 몸에 128군데 상처를 입고 사망한 8세 여아 빅토리아 클림비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곳이다.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에드 볼스 초중등교육 장관은 이 사건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지시했으며, 첫 번째 보고서가 12월 중 나올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전국적인 아동보호서비스 실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은 정치적 논란으로까지 번져 제1야당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당수는 12일 의회에서 열린 총리와의 질의에서 “지방정부의 실패”라며 헤링게이 카운슬의 책임자들을 해임해야 한다고 총리를 압박했다.
연합뉴스=본지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