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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문화계 포스트 코로나(post-Covid)를 준비하다
코리안위클리  2021/01/28, 08:25:43   
▲ 10개월만에 세번째 극장 폐쇄로 새해를 맞이한 영국 공연계 ⓒShutterstock
각자 서로 다른 판단으로 자신들만의 결정을 내려왔던 영국의 각 지역들이(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즈와 아일랜드) 오랜만에 의견 일치(?)를 보고 코로나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한날한시에 락다운을 선언했습니다.
이로써 영국 전역의 공연장은 10개월만에 세 번째 전면 폐쇄로 믿을 수 없는 무기력한 2021년 새해를 맞이했는데요. 정부에 따르면 리허설과 관객 없이 영상으로 송출하는 공연만은 가능하게 된 셈입니다.
영국 국립극장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공연장에서도 그리고 그동안 연간 100억원 이상의 추가 수입원이었던 을 영화관에서조차 상영할 수 없게 되자 결국 발빠르게 비지니스 모델을 바꾸어 을 소개해 전세계를 상대로 자신들의 공연을 안방에서 볼 수 있게 만들었고, 1976년에 지금의 국립극장(NT)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로렌스 올리비에(Laurence Olivier)의 영향력안에서 국립극장으로 사용되던 올드빅 시어터(The Old Vic)도 세계 관객들을 대상으로 곧바로 라는 브랜드를 런칭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이 브랜드는 미리 촬영된 것의 편집본을 보는게 아니라 영상 앞에 모인 관객을 대상으로 100% 라이브 공연을 송출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극장 수입이 하나도 없게 되자 극장으로서 생존을 위해 203년만에 라이브 공연의 개념을 다시 쓰고 있는 셈이죠.
이런 방식의 전환은 팬데믹 기간에 어려웠던 극장 운영 재정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 작품에 참여했던 배우들에게도 로얄티를 지불하게 되는 것이라 작품활동이 중단된 예술가들에게 중요한 수입원이 될 예정입니다.
그 외에도 폐쇄된 영국의 지역 공연장들은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보관하고 접종할 수 있는 백신 센터로 장소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요, 지역 관객들을 위해 공연장으로서 마지막 사명을 다하는 듯해 눈물겹습니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3월까지 그 어떤 움직임도 있을 것 같지 않으며, 심지어 봄이 온다고 한들 제한 조치들은 여전히 공연산업 주위를 감싸고 있을 것이 자명해 보입니다. 큰 규모의 제작사들은 4~5월중 재오픈을 점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름으로 연기될 것이 뻔한 형상입니다.
한 가지 더 확실한 점은 영국 공연 시장의 완벽한 부활은 수개월 뒤로 더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고 공연계의 겨울잠이 길어질 수록 회복은 점점 멀어만 간다는 것. 이제 업계에서는 2025년까지 2020년 초의 수준으로 돌아간다면 다행으로 생각하는 견해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언덕 꼭대기로 바위를 옮기든 못 옮기든 바위는 언덕 밑으로 굴러 떨어질 것이며 그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스 형벌처럼 아무런 목표 없는 영국 공연계의 노력과 끝없는 기다림은 허무하기만 하네요.
그렇다면 영국 공연계는 어둡고 추운 겨우내 무엇을 하며 어떤 방향으로 에너지를 모아야 할까요? 새해 들어 일부 영국 문화계 관계자들의 자성과 희망의 목소리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지금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영국 정부는 예술 위원회(ACE)에 더 많은 예산을 투여하고 예술위는 더 많은 독립 예술가들과 작은 단체들과 지역 극장을 계속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쿠미코 멘들 (뉴 어스 극장 예술감독)

먼저 소외 받고 있는 산업계 내부의 살얼음을 다시 살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가장 취약한 포지션에 있는 프리랜서 예술가들이 영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살펴야 하며 이들이 영영 공연계를 떠나지 않도록 정부를 상대로 설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약 2/3가 떠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영국 공연계는 이들 프리랜서들을 공연계 전체를 지탱하는 병력(Army)에 비유하곤 하며, 국립극장(NT)의 예술감독인 루퍼스 노리스(Rufus Norris) 또한 “공연계의 장기적인 피해를 막으려면 먼저 프리랜서 예술가들의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한다”고 최근 공연 전문지 더 스테이지(The Stage)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물론 원로를 포함한 업계 리더들이 책임을 다 해야하며, 정부가 주도하는 코로나 관련 제작사 보험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죠.

“공연 예술은 과거 질병과 전쟁을 극복했던 것처럼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심한 상처를 갖고 있고, 회복되어가는 모습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즐기는 작품의 방향과 방식을 결정할 것이다. 정부는 프로듀서 보험과 세제 혜택을, 리더들은 더 많은 예술가들을 고용하고, 업계는 많은 면에서 더욱 안전한 작업 환경의 제공과 공정함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톰 리틀러 (저민 스트릿 극장 예술감독)

그 다음으로 빠르게 미래를 대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시 오픈할 수 있을 때 마땅히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런 시각은 꽁꽁 얼어붙었던 영국 사회가 정상으로 회복하는데 공연 예술이 그 중심에 서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굳은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참으로 영국적인 당연한 발상입니다. 전쟁에서도 움츠렸던 국민들에게 그동안 굶주렸던 희망과 기쁨을 그리고 위로를 제공한 것이 바로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포스트 팬데믹(post-pandemic) 시대의 라이브 공연은 관객의 향수를 자극하고 욕망이 분출되는 현장이 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나는 Covid-19으로 촉발된 세계적인 위기가 극복되는 시점에 우리 문화계는 또 한 번의 르네상스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토마스 헤스코트 (영국 무대 연출가 연합(SDUK)의 대표)


실제로 오랜 전쟁 이후 국민을 치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에든버러 축제 사무국 또한 올 신년 휴가를 빠르게 끝내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면서 벌써부터 온/오프라인 축제 대책 마련에 들어갔습니다.
특히 올해는 74년 역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전환된 작년 축제와 달리 재정비되어 정상적으로 돌아올 경우 위축되었던 예술가들과 관객들이 다시 만나 예술적 영감이 폭발되는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매년 에든버러를 찾아오는 예술가들과 관객들에겐 감격스러운 만남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 무조건 가야하는 곳으로 전망하고 있죠. 3차원 공간내에서 함께 하고자 하는 인간 본능의 억압이 길어질수록 욕망은 더 강하게 분출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어려움이란 불확실한 세계에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반복적인 공연장 폐쇄 없이 다시 공연 하라고 한다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완벽한 타이밍이 중요하다.”
엘레노어 로이드 (런던 극장협회 대표 프로듀서)


작년말 영국 공연계가 사경을 헤매다가 1,300개가 넘는 예술 단체(공연장 포함)들이 영국 정부의 팬데믹 지원금을 지급 받았습니다. 정부의 ‘문화 복구 펀드(Culture Recovery Fund)’라고 이름 지어졌고 그 중 317개의 연극 공연장이 포함되었죠. 3월 31일이 지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면서 공연장을 오픈하게 된다면 공연계는 또다시 심각한 재정난을 맞이할 것입니다. 어쩌면 올해는 작년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020년은 영국 공연계 종사자 모두가 성공의 기회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서 이루어 냈다는 것을 배운 한 해였습니다.
한국이나 영국 모두 그동안 발표를 준비하던 신작이나, 작가들의 새로운 희곡들을 모두 품을 수 있는 풍성한 미래가 빨리 다가오길 희망합니다.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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