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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92 피도 눈물도 없는
코리안위클리  2018/01/10, 06:17:38   
▲ 품행장애를 가진 청소년 대부분은 인격 자체가 많이 분열되어 있고 여러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떨 때는 괜찮게 보이기도 하다가 어떨 때는 아주 심각한 정신장애처럼 보이기 때문에 부모들이나 위탁기관에서 ‘지킬과 하이드’같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말로 적당한 제목을 찾다가 도무지 적당한 단어가 없어서 다소 어정쩡한 제목을 달게 되었다. 대개 거의 모든 경우의 심각한 정신과 의뢰는 자신이나 상대방에게 테러에 가까운 행동을 하게되어서 그 결과가 너무나 위중해서 자신이나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지는 않을까 염려가 주된 의뢰동기가 된다. 광범위하게 본다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면 자살이나 자해가 되고 타인에게 향하면 상해 치사 아니면 살해 같은 범죄행위 같은 것들이다. 이 모든 경우에 정신과 질환이나 병이 있는 정신 상태가 있는 것인지는 또 다른 논란의 소지가 있는데 물론 오늘 이야기는 이런 지엽적인 법 정신의학(forensic psychiatry)에 해당되는 사항을 다루지는 않으려고 한다.
다만 좀 더 관심을 두고 싶은 것은 소위 사회적인 규범을 잘 지키지 않고 가까운 사람 즉 부모나 가족들에게 상해를 입힐 정도로 공격적인 행동을 하면서도 전혀 뉘우침이라든지 죄책감이 없으면서 같은 폭력행동을 반복하는 청소년들이다. 물론 남학생뿐만이 아니라 여학생들도 포함된다.
정신과에서도 이런 반항적이고 충동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청소년들을 정신과적 진단을 붙일만하다고 하여 ‘품행장애’라는 질환으로 분류하여 이 집단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예후가 진행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왔다. 당연한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품행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말을 안듣고 충동적이었던 그룹과 청소년 시기에 들어서면서 행동문제를 보이는 두 가지 그룹으로 나뉘는데 여러가지 면에서 두 그룹의 프로파일이 다르다는 보고들이 많다.
최근 들어서는 어려서부터 반항적이고 충동적이면서 거의 피도 눈물도 없이 사람들을 때리고 괴롭히는 청소년들 중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연민 즉 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즉 행동조절을 위해서는 자신의 기분이나 생각을 콘트롤해야 하는데 자신이 마음대로 했을 때 ‘옆 사람이 어떻게 느낄까?’, ‘이 사람이 피해를 보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스스로의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데 그런 공감(empathy) 능력이 결여되면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이 잔인해질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아주 공격적인 청소년들을 만났을 때 정말로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얼마나 타인에게 괴로움을 주고 있는지를 몰라서 마치 지능이 아주 떨어지거나 자폐증이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정도로 의심되는 경우도 있다. 즉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고 몰라서 그러거나 아니면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공격적인 행동을 되풀이 하는 것처럼 보이는 청소년들도 있다. 임상에서 보면 아이큐가 50이하인 정도가 되면 자신의 행동과 주변의 결과를 연결시키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공격적인 행동이 습관이 되면 반복되는 경향이 많고 병원에 의뢰되는 경우에는 이런 잘못된 행동 패턴(?)을 교정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조금 더 복잡한 상황은 멀쩡하게(?) 보이는데 집에서나 특정한 인물들에게 무자비하게 폭력적으로 되는 경우이다. 본인들에게 물어 보면 대부분 상대방이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 하면서 이치를 따져서 설명하려 들면 신경질을 내거나 대화가 안통한다면서 오히려 선생님이나 의료진들을 나무라는 경우가 많다. 급우관계에서는 자신의 약점을 철저히 감추거나 자신을 감싸주는 학생들하고만 선택적으로 관계를 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통상 사회적으로 이러한 사람들은 조작적 혹은 조종적 성격(manipulative personality)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근 미국에서 발간된 진단 분류체계에서는 이러한 그룹의 청소년들을 냉혹-냉혈한 타입(Callous-unemotional traits) 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한국에서 일어난 청소년들의 여중생 집단 살인 사건 등을 분석할 때 정신과적으로 문제를 규명할 때 쓰이기도 했던 진단명이다. 거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었을 싸이코패스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예측하고 있고 동물학대나 무자비하고 포악한 활동 등에서 그 전조를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임상적으로 많은 경우에 이런 청소년들은 아주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거나 시설같은 곳에서 양육을 받아 왔기 때문에 성장과정의 히스토리가 아주 불분명해서 어렸을 때의 모습을 잘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자폐나 주의력 결핍같은 신경발달장애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느 정도로 성격에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알기가 대단히 어려운 경우도 많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에 인격 자체가 많이 분열되어 있고 여러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떨 때는 괜찮게 보이기도 하다가 어떨 때는 아주 심각한 정신장애처럼 보이기 때문에 부모들이나 위탁기관에서 ‘지킬과 하이드’같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고 당연히 치료에 들어가서도 어떤 인격의 얼굴을 보고 치료를 해야 될지도 혼란스러운 경우도 많으니 진전도 더디고 정체될 경우도 많다.
필자가 고민하는 부분은 임상에서 만나는 제법 많은 여기에 속한 청소년들이 크고 작은 의사소통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 기술이 부족하고 세련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집단 상황에서는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나게 되는데 이런 것을 알아차리고 개선하려는 노력보다는 대부분 다른 사람 탓을 하게 된다. 즉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의심이 많아지고 원망이 생긴다. 이런 불만 표현이 가장 쉽게 나타나는 사람이 자신과 가장 가깝고 믿을 만한 부모나 위탁 시설의 직원들이다. 자신에게 살갑게 대해 주고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에 대해서 더욱 더 잔인하고 매몰차게 대한다. 한국의 60년대나 70년대에 ‘부모를 일찍 여의고 주위의 따뜻한 돌봄으로 자수 성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 같은 미담은 전혀 통하지를 않는다. 이런 상태의 청소년들은 주변에서 따뜻하게 돌봐준다고 해서 달라지는 상태가 아니다. 반대로 처벌한다고 바뀌는 것도 아니다. 점점 사회에서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는 것도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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