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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102 병명이 왜 필요하지요?
코리안위클리  2018/06/20, 05:53:15   
▲ 병명을 내린다는 것이 철저한 진단과정을 거쳐서 환자의 문제를 잘 파악하는 것이라면 아주 중요한 의료 시술과정 중의 하나다.

한국과 영국의 정신보건 영역의 서비스는 많은 면에서 다르다. 그 중에 하나가 어쩌면 진단과 관련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한국이나 영국에서도 잘 알려진 ADHD (Attention Deficit Hyper Activity Disorder)를 들어보자. 정신보건 사업을 하려면 계획을 세워야 하고 타겟이 되는 대상을 발굴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아동이 치료가 필요한지를 찾아야 된다. 예를 들면 이 아동은 키가 작고 저 아동은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는 정신과 치료를 할 수 없고 그 당위성을 입증하고 또한 그 아동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대중과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다른 치료 관계자들과 커뮤니테이션을 하기 위해서 기술적인 단어나 언어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러한 여러가지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진단명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병명을 붙인다는 것은 일반인이 가지지 않는 특수한 질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비정상적이고 반드시 교정이나 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이러한 이유가 각 나라마다 유병율이 다르게 나오는 이유를 제공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회전반적으로 아동 청소년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끼는 경우에는 진단하는 기준을 낮게 한다든지 아니면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 아동들을 너무 쉽게 진단하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어찌됐든 이렇게 어떤 병을 가지는 아동이 많다는 것을 수치로 보일 수 있게 되면 자연적으로 사회적 관심이 쏠릴수 있고 더불어 필요한 자본이나 자산을 예방 및 치료에 투입할 수 있는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게된다. 이런 경우 병명을 붙인다는 것은 정부차원에서 보건사업을 진행할 때 또한 예산을 책정할 때 미리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하고 또한 그 사업의 진행과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하는 툴과 맵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가지 역기능도 생길 수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병명에 대한 혼선이 생기고 또한 남발하는 문제가 생긴다. 사실 ADHD같은 것은 이제는 일반인들도 상당히 많이 알고 있어서 부모님이나 선생님 말을 안듣는 아동만 있어도 ‘애는 혹시 ADHD아냐?’라는 말을 하는데 환경이나 다른 여러가지 요인은 생각지도 않고 해당 아동만 병이 있는 것처럼 오해를 만들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성장배경이나 사회적 문제에 따른 아동의 정서발달의 문제는 무시하고 신경생물학적으로 뇌의 문제가 있어서 말안듣고 떠드는 소위 ADHD아동들이 생기는 것처럼 부모나 사회를 설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병명이라는 것이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한국에서 요즘 많이 사용되는 병명중에 ‘공황장애’라는 것이 있다. 사실 이 공황장애는 불안장애중의 하나로서 갑자기 죽을 것 같은 공포가 엄습하고 이러한 테러상태가 최소 몇십분이상 지속되는 병이다. 진단하기가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고 몇 번 환자를 만나다 보면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오진률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에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환자분들을 만나보면 공황장애라기 보다는 우울증이나 폐쇄공포 혹은 광장 공포증을 주된 호소로 오는 경우들이 있다. 의학적으로 보면 이런 병들은 공황장애가 있는 경우에 부차적으로 잘 생길 수 있는 병들이지만 사회적으로 공황장애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만이 우호적이라면 오히려 공황장애의 측면만이 부각될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병명을 내린다는 것이 철저한 진단과정을 거쳐서 환자의 문제를 잘 파악하는 것이라면 아주 중요한 의료 시술과정 중의 하나다. 사실 원인 규명을 철저히 한다는 것은 다음에 필요한 치료나 도움을 주는 계획을 세우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병명을 붙인다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옆집에는 ADHD가 있어도 다른 애랑 치고 박고 싸움을 하거나 엄마 아빠에게 욕을 하지는 않는데 왜 우리집애는 ADHD인데 언어가 너무 거칠고 행동이 폭력적인가 라는 질문을 할 때 과연 어떻게 대답을 할 것인가?
영국에서는 소아 정신과 영역에서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은 점점 중요한 일로 인식되고 있다. 왜냐하면 진단명을 가지고 있는 아동이 학교에서 좀 더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아동으로 인식이 되고 거기에 따라서 필요한 보조교사라든지 언어치료같은 부가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부형들이 진단에 대한 요구는 점점 많아 진다. 최근에는 이러한 ADHD는 너무 숫자도 많고 흔하기 때문에 충분한 지원을 받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점점 ASD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진단을 받기 위해서 많은 아동 청소년들이 대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진단검사를 받기위해서 일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정확한 진단에 대한 요구도는 좀 낮은 것 같다. 왜냐하면 개별적인 진단에 따른 학교의 지원이 세세하게 병명에 따라서 연결되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다소 두리 뭉실하게 결정이 되기 때문에 진단도 다소 모호하게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서 ‘발달지연’이라고 하면 어떤 것이 지연되었다는 말인지가 아주 모호하지만 이러한 진단을 가지고 대충 ‘이 아동이 일반아동과 좀 다르다’는 정도로 해석되고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이러한 발달지연 아동은 크게 지능장애나 자폐스펙트럼 장애 등으로 세분되어 질 수 있겠는데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구분을 해서 학교에서 각자의 아동에 맞는 지원을 한다는 개념이 영국이 한국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영국은 진단 평가에 아주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는 반면 한국은 치료에 많은 비용을 투자한다.
그런데 이 치료라는 것이 사실은 꼭 아동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교정하고 해결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상태가 좋아지거나 나빠진다는 것은 많은 변인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정확한 원인규명과 진단이 없는 경우에는 어떤 것이 나아지고 나빠진다는 것을 알기가 어려울 것이다. 꼭 한국의 의료가 영국보다 못하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처럼 환자를 오랫동안 볼 수 없는 환경에서는 어쩌면 철저한 진단 과정을 거치고 사례의 원인 규명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 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의사가 양심이 없어서도 아니고 실력이 꼭 없어서도 아니다. 다만 어떠한 가족, 아동 청소년을 이해 한다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10분 20분만에 진료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학교에 전화를 하거나 선생님을 만나야 하는 경우도 있고 가정 방문을 해서 그 아동이 과연 어떤 환경에서 어떤 행동을 보이는 지를 알아 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의료 체계는 이러한 과정을 지원해 주지는 못하고 치료에만 중점이 되어 있는 부분이 있다.
영국의 단점은 이렇게 진단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또한 치료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자동적으로 줄어 들어서 진단은 잘 하는데 치료에 대한 시간할애는 많이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어쩌면 거시적인 차원에서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의료 시스템에 따른 장단점을 어떻게 보강하고 또 보완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리라.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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