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과 양식의 차이는 음식 자체뿐만 아니라 음식을 섭취하는 도구도 판연히 다르다.
한식의 경우 음식을 먹을 때 반드시 숟가락과 젓가락을 필요로 한다. 이 두 단어의 합성어를 우리는 수저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 두 식도구를 부를 때 숟가락과 젓가락 또는 수저라고 부르지, 거꾸로 젓가락과 숟가락 또는 저수라고는 절대 부르지 않는다. 숟가락의 기능이 젓가락보다 훨씬 더 중요해서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양식을 취할 때 사용하는 fork와 knife는 어떨까 한 번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도 좋겠다.
일반적으로 한국사람들은 fork와 knife라고 부르는 것에 더 익숙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 fork는 입에 들어갈 수 있지만 knife는 입 근처에도 가서는 안 되기 때문에 fork의 기능을 더 우선시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영국사람들은 어떻게 부를까. 아주 생무식한 사람이 아니라면 영국사람들 중 95% 이상은 knife and fork라고 한다. 절대로 fork and knife라고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 이유가 재미있다.
한국사람들을 포함하여 비영어권 사람들에게는 fork and knife나 knife and fork나 그 차이를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말하겠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좀 다르다.
Fork and knife를 자연스럽게 좀 빨리 발음하게 되면 듣기에 따라 f**king knife와 같은 비어와 매우 흡사하게 들리기 때문에 이러한 불필요한 오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원어민들은 knife and fork라고 하는 것 같다.
멋도 모르고 반복해서 fork and knife라고 얘기하던 필자에게 이웃집 아주머니가 한참 웃으면서 knife and fork라고 하라고 친절히 충고(?)해주던 30년 전의 일이 기억난다.
필자 권오덕 씨는 성균관 대학교 번역& TESOL 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okwon22@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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