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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보다 낮은 영국 배우들의 최저 임금
코리안위클리  2022/05/22, 04:00:50   
Get up and Stand up 연습 장면 (본 사진은 기사 속 특정 공연과는 상관없음) 사진제공 : 아이러브스테이지
공연을 가까이 하는 관객들과 공연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라면 세계 공연계에 명망(Prestigious)있는 극장가로 영국의 웨스트 엔드와 미국의 브로드웨이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런던 극장 협회(SOLT)는 2020년 발표자료에서 런던에서만 공연 사업자들이 세금으로 2,090억원 (£133m)을 지불했고, 브로웨이 리그는 2019년 자료에서 뉴욕시에 약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보고했으니까요.
그런데, 그로부터 지난 2년간 팬데믹의 영향으로 제작 지형의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공연 제작에 있어 완벽하리만큼 똑같은 작업 과정을 거치고 거의 동일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데도 불구하고 두 도시간에 임금 격차가 있음에 업계 종사자들은 놀랍니다. 같은 영어권 배우들이 작품으로도 자유롭게 이동하는 마당에 예를 들어 영국의 배우들은 무대 경험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미국 배우의 절반 수준으로 임금이 낮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영국 프리랜서 배우들의 임금이 낮고 안정성이 없는 것 외에도 분명 공연을 제작하는 비지니스 마인드(다름에 기여하는), 분배와 연결된 노동 계약 관계에 있어 영미 차이가 있어 그 판단의 근거들을 영국 입장에서 알아보았습니다.

1. 계약 표준과 주급

영국 공연계의 최저 임금 (주급)은 공연장의 사이즈와 유료 판매 객석수의 많고 적음에 따라 즉, 작은 공연장에서의 작품에 참여하면 적은 주급을 큰 공연장에서 공연하면 많이 지급받는 임금 체계를 갖고 있는 반면, 미국의 주급은 단 하나의 스탠다드 규정으로 공연장의 크고 작음에 상관이 없습니다. 만약 뮤지컬 같은 작품에 음악과 춤이 들어가있어 참여하는 배우가 다른 책임을 함께 지고 간다면 임금의 격차가 더욱 커지면서 연봉의 차이는 영국은 £37,000(5,800만원) : 미국 £94,000(1억4천 7백만원)으로 벌어집니다. 물론 여기에서 각각 배우들에게 배역을 소개한 에이전트 비용 평균 10%를 빼야하는데, 런던이나 뉴욕 극장가 중심지역의 생활 물가를 고려하면 어떤 배우들의 삶은 매우 빡빡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웨스트 엔드에서는 1년 이상 장기 공연되는 작품들도 11개월 고정 계약을 원칙(이후 갱신)으로 하는 반면, 브로드웨이는 공연이 지속하는 한 계약이 자동으로 지속됩니다. 배우들의 연봉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바로 이같은 환경이 근거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2. 고용 조건

앞서 언급한대로 영국의 배우들은 한 번의 고용 계약으로 최대 11개월의 한계를 두고있어요. 작품이 잘 진행되더라도 티켓 예매율이 공연장 대관료와 배우들의 주급 등을 지불할 수준이 안된다고 판단되면 프로듀서는 2주 전 고용 파기를 통보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배우들이 월급이 아닌 주급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데요, 게다가 11개월이 끝날 무렵엔 비록 공연이 성공적으로 이어진다 하더라도 고용 계약의 연장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안타깝지만 많은 경우, 배우들은 특별한 이유없이 11개월후 다른 배우들로 교체되는 경향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일부 제작사의 입장을 들어보면 아무리 훌륭한 배우라도 같은 배역을 주 8회씩 10개월 이상 지속하는 경우 타성에 젖어 작품의 완성도에 영향이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배우들에게도 공평하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이같은 의견에 동의하는 배우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작사들도 포스터, 의상 제작, 리허설 등이 새롭게 진행되어야 하기에 캐스팅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비용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배우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방식이라 해고나 고용불안에 대한 위험요소(집세, 세금, 생활비 등 고민거리)가 언제나 따라다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작사에서 계약기간을 11개월로 둔 것은 1년 이상이 될 경우 영국 노동법이 규정하는 직원의 권리(노조, 부당해고, 연금, 보험, 정리해고에 따른 보너스 지급 등) 행사를 사전에 피하기 위함이라는 “루머(?)”가 있는데 각자 알아서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프로듀서들은 11개월 배역 계약을 업계 “스탠다드”로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 브로드웨이의 고용 계약은 이와는 정반대로 진행됩니다. 배우들은 공연이 지속되는 기간 동안 고용 안정이 유지되고 더 개선된(Betterment) 조항이 있는데 배우들은 해당 공연에서의 환경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 받았을 경우 언제든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공연으로 이동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죠. 배우들은 기존 작품에서 떠날 때 최소 2주전까지 해당 프로듀서에게 자신의 사직 의사를 알려야 합니다. 이럴 경우, 제작사나 프로듀서는 그런 배우들을 자신의 작품에 잡아두기 위해서 첫 6개월 동안 주급을 £62(10만원), 다음 6개월은 £31(5만원)을 더 제시하도록 해서 연봉으로는 £2,418(380만원)를 더 지급 받을 수 있는 장치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브로드웨이 방식의 계약조건은 장기 공연일 경우 배우들에게 재정 및 고용 안정을 보장하고 또 언제든 다른 조건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고있어 제작사로 대변되는 프로듀서와 배우간 우위가 없는 비교적 평등한 상호주의 입장이 견지되고 있습니다. 약자인 프리랜서 배우들에겐 적극적인 방어가 보장된 계약의 형태라 할 수 있겠는데요, 기량이 뛰어난 프리랜서 배우들이 없으면 그 어떤 프로듀서도 작품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는 점을 유세처럼 표명한 듯하네요.
예술가의 삶과 고용을 주로 연구하는 글라스고 대학의 마크 뱅크스(Mark Banks, School of Culture and Creative Arts, University of Glasgow, United Kingdom)에 따르면 영국 배우들의 수입 구조와 불안정한 고용 형태는 끊임없이 대체 직업을 찾으려는 노력과 안정적인 가족 생활을 위해 공연계를 빨리 떠나게 되는 경력 단절과 공연계 인재 유출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러니 한 것이 있다면 미국의 제작사와 프로듀서들은 이런 현상 때문에 런던으로 몰리고 똑같은 이유로 미국의 배우들은 런던에서의 배우 생활을 고민한다는 점입니다.

3. 불평등의 원인

프리랜서가 낮은 임금과 불안한 고용환경을 가진 원인을 찾아보는 것은 영국내 대학 교재로 활용되는 출판물과 기간지, 논문 발표 자료까지 차고 넘쳐서 하나만 언급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 수도 많을 뿐만 아니라 분야별(배우, 스텝, TV, 무용가 등)로도 나뉘어져 지금까지도 연구되고 있는데요, 배우들은 작품에 따라 이리저리 이동하는 유목민적(Nomadic) 삶을 사는 직업이죠. 한 곳에 오랫동안 정착해 활동할 수 없고 단 하나의 작품만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표출할 수도 없죠. 뒤를 받쳐줄 조직 없이 홀로 움직이다보니 큰 제작사를 상대로 협상력이 없어 타 산업과 비교해도 열등한 임금과 노동 조건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특히 배우들이란 배역을 따내기 위해 남들에게 알려지면서 가지게 되는 ‘유명세’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죠. 고용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이전트, 연출, 프로듀서)’에게 의존해야하는 배우들에게 자신이 ‘너무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을 두려워해 임금과 고용 조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막는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여기에 언급된 ‘다른 사람들’이란 한 나라의 공연 생산 구조를 분석해 보면 매우 적은 수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요, 거짓말 보태지 않고 런던과 뉴욕을 점령한 이들을 모두 불러모으면 필자에 방에 다 앉히는 것까지는 안된다면 세울 수는 있겠습니다.
두 번째 요인으로는 창조 산업내 일반적인 공연 노동 시장의 포화상태를 들 수 있습니다. 공연계는 자신의 일거리를 찾으려는 젊은 인재들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어요. 그들이 계속 공급되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수 있게 보인다면 그런 젊은 인재들이 시장 임금을 스스로 낮추는데 충실히 기여하게 되는거죠. 대학기관에서 2~5년을 보냈다 하더라도 일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특히 취약하기 마련인데, 향후 최고의 무대인 웨스트 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의 기회를 담보로 적게 받고도 적극적으로 일 하고자 하는 입장을 처음엔 갖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규모의 경제라는 장점을 가진 미국의 내수 시장이 있는데요, 영국이 제아무리 많은 지역 극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미국내 전체와 비교할 땐 투어링 수익을 따라갈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제작비를 많이 들여서라도 작품이 성공하게 되면 그 보상이 너무나 크게 따라오기 때문에 뉴욕 제작사와 프로듀서들은 런던과의 임금 격차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죠.
물론 영미 공연시장에서의 임금 격차의 요인들은 연령 차별, 시장 규모, 업계의 정서, 예술 작업에 더 가치를 두는 개인의 신념, 노동 조합의 유무 등 위에서 본 것보다 더 많은 복잡한 해석을 들 수 있고 한두 가지로 설명되기 보다는 총체적이고 연합적인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세계 공연계는 얼어붙었던 팬데믹 시대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려고 합니다. 배우들의 노동 환경이나 임금의 격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시점에 들여다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어느 산업이든 과거와 똑같은 모습으로 시작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닐까요?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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