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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고의 건축을 만나다 4 붉은 집, 타셀 주택
코리안위클리  2009/05/13, 22:52:23   
▲ 붉은 집(사진왼쪽)은 당시 유행하던 대칭적이고 화려한 외부 장식 등에서 과감히 탈피해 모든 소품들을 정교하게 디자인한 장인정신의 진수를 보여준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타셀 주택(사진 오른쪽)은 내부 공간(사진 안)을 융통성있게 구성해 아름다움과 기능을 동시에 성취했다.

장인정신과 미술이 결합된 붉은 집

자연의 아름다움을 재해석한 ‘미술수공예운동’ 개념 실현


영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산업혁명은 모든 분야에서 혁신적 변화를 몰고 왔다. 특히, 산업혁명이 낳은 핵심인 대량생산은 디자인 분야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기계생산된 공예품이 쏟아져 나왔고, 가구 등 각종 건축관련 제품도 규격화되어 생산되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몰고 온 이 같은 변화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점차 커졌다. 진정한 디자인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장인정신을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 선봉에는 현대디자인의 선구자로 불리는 윌리엄 모리스가 자리했다. 그는 조잡하게 기계생산된 제품이 삶의 질을 저하시킴을 지적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재해석한 ‘미술수공예운동’을 전개했다.
디자인을 통하여 삶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신념에 찬 모리스는 가구, 벽지, 스테인드 글라스, 자수 등 다양한 대상을 통하여 그의 이상을 실험했다. 무엇보다도 모리스의 개념이 완벽하게 실현된 것은 1859년 런던 근교 벡슬리히스에 지은 ‘붉은 집(Red House)’을 통해서다. 이 집은 모리스의 신혼집으로써 필립 웹이 함께 디자인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이 집은 고딕건축과 같은 위엄을 지니면서도 동시에 매우 간결하고 실용적이다. 특히, 이전 혹은 당시에 보편적으로 유행했던 대칭적이고 화려한 외부 장식 등에서 과감하게 탈피했다. 그러나 내부의 상황은 다르다. 모리스는 그의 동료들과 함께 벽, 바닥, 천장은 물론이고 각각의 공간에 필요한 모든 소품들을 정교하게 디자인했다. 그야말로 땀이 묻어난 장인정신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외부에서 보면 붉은 집은 토속적인 모습 때문에 마치 수도원처럼 느껴진다. 19세기 유럽의 주택은 산업혁명을 통하여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겪던 시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붉은 집은 적어도 당시로서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붉은 집은 거주공간은 근본적으로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졌고, 영국 나아가서 유럽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르누보의 이상을 실현한 타셀 주택
원초적인 형태·색 등 디자인에 접목시켜 새로운 변화 모색


붉은 집이 지어진 지 30여년이 지난 1893년 또 하나의 획을 긋는 주택이 등장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지어진 타셀 주택(Tassel House)이다. ‘아르누보’는 전문적인 용어지만 일반인에게도 친숙할 듯싶다. 이는 아르누보가 건축뿐만 아니라 회화, 조각, 가구 디자인 등 여러 분야에서 발전했기 때문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아르누보는 건축과 디자인이 기존의 고전양식으로부터 발전을 꾀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자연 및 생명체가 지닌 원초적인 형태와 색 등을 디자인에 접목하는 것이다. 표현방식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기계화되고 단조로워지기만 하는 주거에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앞서 설명한 미술수공예운동과 공통점이 있다.
타셀 주택은 아르누보의 이상을 완벽하게 실현한 최초의 주택으로 여겨진다. 브뤼셀 도심에 위치한 타운하우스인 타셀 주택은 과학자인 에밀리 타셀을 위한 주택으로 전면이 불과 7미터 남짓 밖에 되지 않는 좁은 대지에 지어졌다. 외부에서 보면 타셀 주택은 우아하게 돌출되고, 화려하게 장식된 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현관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이 집의 진면목과 마주한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실에 설치된 주철재 기둥은 마치 소용돌이치는 듯한 모습으로 정교하게 디자인되었다. 그런가 하면 바닥과 천장, 벽은 원시림을 연상시킨다. 2층에 설치된 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빛과 함께 어우러진 이 공간은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한편, 타셀 주택은 기존의 전통적인 주택과는 다르게 내부 공간을 건축주의 요구에 맞게 융통성있게 구성함으로써 아름다움과 기능을 동시에 성취했다.
타셀 주택은 유럽을 대표하는 저택들과 다르게 도시에 지어진 작은 집이다. 그러나 타셀 주택이 실현한 아르누보의 이상은 그 어떤 주택보다 의미있다. 유네스코가 지난 2000년에 타셀 주택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한 이유다.


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런던정경대학 튜터)

저서 : <공간사옥>(공저, 2003)
         <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상상/하다, 채움의 문화>(공저, 2006)
         <유럽건축 뒤집어보기>(2007)
         <유럽의 발견>(2009 발간 예정)
활동 : 현재 디자인과 강의를 하며
         도시계획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조선일보, SKY-HD와 다큐멘타리를 제작했고
         KBS, SBS의 디자인 프로그램 자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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