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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76 우리 애기가 장애가 있다는데…
코리안위클리  2017/05/03, 07:02:40   
▲ 장애아의 부모가 겪는 상실감 즉 우울감을 잘 이해하면서 아동과 향후에 올바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제목이 좀 적나라 하긴 하지만 한국말로 적은 이 문구에서 독자들은 어떤 느낌이 드시는가? 필자에게 다가오는 것은 부모의 비명과도 같은 절망감, 비통감, 걱정 등등이다. 우리가 신체 장애를 이야기 하면 예를 들어서 소아마비라고 하면 심하면 어려서부터 일찍 발견되지만 가벼운 경우는 아기가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비로소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그때는 이 발견되는 시점에서 부모는 위와 같은 감정 상태를 겪어야 되는 것이다. 이때는 마치 아기가 그 전까지는 건강하다가 갑자기 불치병에 걸린 것과 비슷한 과정으로서 애기가 태어났을 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충격이 덜하다는 말은 잘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태어날 때부터라 하더라도 이전 10달 동안 그려왔던 애기와 다르게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이것을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로 옮긴다면 ‘트라우마(외상)’이라고 볼 수 있다. 꼭 이런 부모들이 PTSD같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가 돌보고 있는 자식이 마음속에서 기대하고 상상했던 아이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상실감과 함께 아주 복잡하고 격렬한 감정들이 일으킨다.
아주 비슷하다고 말하긴 힘들겠지만 예를 들어서 당신들의 부모가 나이가 들어서 갑자기 기억력이 없어지고 길을 잘 못찾으시고 사람을 잘 못알아 봐서 의사에게 데리고 갔는데 그 의사가 당신에게 “당신 어머니는 유감스럽게도 ‘치매’이십니다. 별다른 치료 방법은 없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어떻게 느끼겠는가. 아마 살만큼 사신 부모님이 그런 장애 진단을 받는다 하더라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하물며 이제 세상에 태어난지 얼마 안된 그리고 자신의 돌봄을 몇십년 동안 필요로 하는 자기 아이가 그런 장애가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러한 진단이 부모에게는 엄청난 충격을 주지만 또한 다른 한편으로는 아주 큰 짐을 벗고 다음 단계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다.
영국에서도 또한 한국에서도 어린 아동에게 병적인 진단을 내리는 것은 의사들의 아집이고 독단이고 직업적 자존심때문이라고 보는 시선들이 있다. 불필요하게 어린 아동들을 ‘환자’로 만들어서(medicalised) 다른 어른들의 잘못을 가리거나 면죄부를 주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를테면 엄마가 일한다고 바빠서 애하고 잘 못놀아 주고 유모가 자주 바뀌어서 애가 애착이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 흔한 예이다.
또한 한국 같으면 의사들이 돈벌려고 과잉 진료 과잉 진단한다는 시각이 있다는 것도 필자도 알고 있다. 특히 이런 견해는 아동의 장애가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신경발달 장애 즉, 자폐스펙트럼 장애(Autistic Spectrum Disorder)나 주의력 결핍장애(ADHD)인 경우에 특히 그러하다. 신체적 기형이나 장애는 눈에 쉽게 드러나기 때문에(예를 들면 다운 증후군) 대개의 경우 금방 인지할 수 있고 진단을 받아들이는 것도 별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신경 발달 장애는 ‘애가 좀 느리다’, ‘우리땐 다 저러고 컸다’, ‘좀 더 나이들어서 철이들면 나아질 것이다’ 등등의 말로서 진단이나 검사가 지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아동이 의뢰가 될 때 어떠한 경로로 어떠한 단계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나(doctor)와 앉아 마주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또한 진료 결과에 대해서 부모와 상의하는 과정이 앞으로 그 아동의 향후 진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치료과정중의 하나로서 인지해야 한다. 이 말은 이 아동이 이런 저런 치료가 필요하다는 지시나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어드바이스가 필요하다기 보다는 부모가 겪는 상실감 즉 우울감을 잘 이해하면서 아동과 향후에 올바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애착이론의 창시자인 Bowlby는 가까운 자의 상실에 따르는 애도과정을 이야기했는데 이는 건강하고 이상적인(idealised) 자식을 상실한 슬픔에 대한 부모의 애도반응과 유사하며 부모가 자기 마음속에 그렸던 이상적인 아이를 적절하게 떠나보내지(애도 mourning) 못한다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식의 실제 능력과는 너무나 차이가 있는 상위 레벨의 능력을 기대하며 결과적으로 현실에서 살고 있는 자식에 대한 실망감은 점점 커지게 되며 자식은 이런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점점 더 천덕 꾸러기가 되기 쉽다.
이런 경우 부모는 더욱 더 죄책감을 느끼게 되어서 화를 냈다가 미안해 했다가를 반복하는 극심한 감정적인 기복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감정적인 소용돌이가 심신을 지치게 하며 또한 결혼 생활에 지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다. (실제로 많은 어머니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고 거의 혼자서 애를 돌보다시피 하고 있다) 이런 애도 과정을 성공적으로 겪어낸 부모라 할지라도 아동이 여러 발달 단계를 거치면서 계속적인 상실감을 겪게 되는데 예를 들어서 사춘기로 옮겨가서 키가 커지거나 생리를 시작하거나 아니면 어른이 되어서 결혼을 해야할 때가 다가오거나 등등 인생에서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이행될 때마다 자기 자식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볼때 이런 상실감을 경험하게 된다.
부모 특히 엄마가 이런 상실감에 사로 잡혀 애를 기를 때는 아동이 불안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장면에서는 아동이 엄마에게서 잘 안떨어지거나 엄마에게 잘 안 돌아오는 양상을 보이는데 아동이 엄마가 옆에 있어도 안정되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공격적인 행동이나 엄마의 끊임 없는 관심을 유발하는 신호(예를 들면 자신을 다치게 한다거나 고함을 지르거나 엄마를 곤란하게 만드는 행동들)를 보낸다. 아동이 지능이 낮다거나 말을 하지 못하는 자폐나 언어장애 등등이 있는 경우에는 이런 양상들이 더욱 더 격렬하고 두드러지는 것은 당연하다.
의사로서 임신했을 때 엄마는 어떤 마음 가짐으로 어떤 기대를 가졌는지. 주위의 기대는 어땠는지 그리고 출산은 어땠는지 산후 조리는 어떻게 했고 누가 해 주었는지 등등을 물어보는 것은 단순히 병력 청취(history taking)를 하는 것 뿐만이 아니다. 이런 것은 의사가 아니라도 할 수 있고 컴퓨터로도 할 수 있고 그냥 부모에게 종이 한장 주고 적어 오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직접하고 부모에게서 직접 듣는 것이 그냥 빈칸을 채우기 위해서 하는 단순한 요식 행위가 아니라 바로 치유과정 그 자체이다.
그 엄마가 애기를 낳고 그 꿈이 깨어져 버렸을 때 어떤 심정이었고 어떻게 반응했고 또한 주변에서 무슨말을 들었는지, 어느 정도의 도움을 받았는지, 그리고 엄마 자신이 이러한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했는지를 들어주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그 엄마가 자신의 부모와의 관계에서 이미 애착이 부실한 사람(insecure attachment)이라면 이것이 어떻게 자식이 ‘장애판정’을 받은 후 자기 자식과의 애착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돌아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치료행위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부모가 애도과정을 좀 더 쉽게 겪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애를 사랑하면서 살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다른 연재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약을 처방하는 것은 펜으로 적어서 환자에게 주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환자가 이 약을 먹기 전까지 어떤 마음상태로 어떻게 최종 결정을 했는지 그리고 어떤 기대를 가지고 어떤 불안을 가지고 이 약을 먹는지를 이해하고 어루만져 주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자판기에서 동전을 집어 넣고 약을 꺼내 먹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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