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B에게 B는 C에게 C는 D에 끌리는 이상형
‘뫼비우스의 띠’라는 게 있습니다. 길쭉한 종이를 한번 꼬아서 양끝을 연결하면 앞뒷면도, 좌우도 구별할 수 없고, 계속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가 되지요.
남녀관계야말로 뫼비우스의 띠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A는 B를 좋아하고, B는 C를 좋아하고, C는 D를 좋아하고, D는 A를 좋아하는, 이렇게 이성과의 만남은 서로 어긋나고, 딱 맞아 떨어지기가 어렵습니다.
A는 B를 좋아하고, B는 A를 좋아하면 둘 다 행복할텐데, 왜 B는 A가 아니라 C를 좋아할까? 그 이유는 바로 이상형 때문입니다.
34년 간 중매사업을 하면서 오랜 세월 고민하고, 해답을 찾으려고 해온 것이 바로 이상형입니다. 4만7천쌍 넘는 사람들의 연애와 결혼과정을 지켜보고 내린 결론은 이상형은 전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막연한 이상형은 실제 결혼생활에서 서로 잘 맞는 배우자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30대 후반의 성공한 해외 교민 남성을 중매한 적이 있는데요.
그는 프라이드가 강하고, 눈이 높아서 10명의 여성을 소개했는데, 다 거절했습니다. 다들 나름대로 장점이 많은 여성들인데, 그 남성은 어찌나 작은 단점을 잘 찾아내는지, 나중에는 “당신은 단점 하나 없는 사람인가?”묻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정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3명의 여성을 추천했는데, 먼저 소개한 여성들이 워낙 출중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남성은 3명 중 한 여성을 소개해달라고 하는 것이었어요.
“이 분을 한번 만나고 싶은데요~”
“여성 쪽 의사를 확인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여성이 거절했습니다.
“좋은 분이라는 건 아는데요.. 나이가 9살이나 많아서...”
“그럼 제가 추천한 분들 중에 마음에 드시는 분이 있나요?”
“네.. 하버드 대학 나오신 그분이라면...”
그런데 하버드대 출신의 그 남성은 이 여성이 아니라 시애틀에 있는 교포 여성을 소개해달라고 했고, 시애틀의 여성은 프랑스 교포 남성을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요. 프랑스 교포 남성은 시애틀의 여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으니 그야말로 뫼비우스의 띠였습니다.
물론 그들에게 이 사람이 좋고, 저 사람이 싫은 이유는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 분들이 어떻게 만나도 다 잘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한두 가지 면에서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그래서 일단 만남을 가져보면 서로 호감을 가질텐데, 한 가지도 포기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상형을 아직 못만났다고 생각하지, 이상형 때문에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놓쳤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상형을 만나 결혼하더라도 안맞는 부분이 생기는데, 살아보지 않고 알기는 어렵습니다. 전 그게 안타깝습니다.
이웅진
Couple.net-선우 결혼정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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