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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시 파워 스테이션(Battersea Power Station)
코리안위클리  2025/07/25, 02:31:52   
런던에도 여름이 본격적으로 찾아왔다. 일 년에 한두 주간 정도를 제외하고는 낮 기온이 보통 이십도 중후반 정도에 머물면서 섭씨 30도를 잘 넘기지 않고 한여름을 지내는 게 보통의 경우이다. 그런데 어제와 오늘에 이어 내일도 낮 최고 기온이 33도라는 예보를 들으니 신경이 쓰인다. 오늘 하루 에어컨 없이 집안에 하루 종일 머물러 지냈더니 더위로 인해 무척 불편했다. 내일은 또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 할까 살짝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이른 아침이 되자 아내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시내로 가서 피서를 하면 어떨까 제안을 해 보았다. 오래 전 아들 우림이가 한번 방문해 볼 것을 권유했던 커다란 쇼핑몰이 마침 생각나서 그 이야기를 하며 강요에 가까운 설득(?)에 나섰다. 처음에는 시큰둥했던 아내가 아들 카드까지 꺼내들자 못 이기는 척 슬며시 넘어와 주었다. 집을 나서기 전 인터넷으로 “Battersea Power Station”을 검색해 보았다.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Battersea Power Station)은 런던의 템즈 강변 남안에 위치한 곳인데 1929년에 처음 시작해서 수십 년에 걸쳐 완공되었던 화력 발전소이다. 두 개의 발전소가 시간차를 두고 따로 건설되어 하나의 건물로 묶여 있는 형태인데, 한 때 런던 전력의 20%를 공급하는 중요한 공공시설이었다. 완공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벽돌식 건물이었으며 아르데코 양식의 내부 공간과 장식으로도 유명하다. 1983년에 이르러 완전히 가동을 멈추었고 그 이후 폐허에 가깝게 방치되어 있다가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리모델링을 위한 여러 방안들이 제시되었다. 소유주가 몇 차례 바뀌면서 재개발을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전체 7단계의 재개발 계획 중 현재 3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한다.
네 개의 굴뚝이 우뚝 솟아있는 건물 사진을 보니, 왠지 친숙한 느낌이 든다. 자세히 보았더니 기차를 타고 워털루 역을 오가는 중에 무심코 자주 보았던 그 건물인 것 같다. 2022년 10월에 이르러 리모델링을 마치고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었는데 6개월간 무려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한 인기 장소이기도 하다. 발전소 건물 중심에 2천명이 근무하는 애플(Apple)의 유럽 본사가 입주해 있고, 굴뚝을 개조하여 만든 109 미터 상공에서 360도 전망이 가능하다는 유료 리프트(Lift) -109도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들 중에 하나라는 정보도 찾을 수 있었다. 한번 가 볼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점심시간 즈음에 집을 나섰다. 아내를 배려해서 최소한의 걷기로 가는 길을 검색해서 알아냈다
우리는 윔블던 역에서 기차를 타고 복스홀 스테이션(Vauxhall station)에서 내린 후 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저 만치 거대한 벽돌 건물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사진으로 보았던 멋진 풍경이 아니다. 평범한 도로와 건물들 사이에 우뚝 선 화력 발전소 건물만 두드러져 보였다. 약 3∼4분 정도 걸어서 바로 커다란 건물 입구에 도착했다.
몰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음식점을 찾았다. 이미 점심시간을 지나고 있어서 시장기가 느껴졌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면 요리를 파는 적당한 음식점을 하나 찾았는데, 막상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한 떼의 손님들이 앞서며 입구를 막아선다. 우리는 방향을 돌려 아까 지나치며 보았던 제법 규모가 큰 중국 음식점으로 향했다. 이곳은 식당의 규모가 크고 좌석도 여유가 있어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안내를 받아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메뉴를 살펴보았다. 붉은 펜으로 밑줄을 그은 메뉴만 가능하다고 한다. 적당한 요리를 두 개 시켰다. 싱가폴 누들과 치킨 차우면. 중국음식을 먹을 땐 보통 뜨거운 차를 곁들이는데 아직 땀이 식지 않은 상태여서 차가운 스파클링 워터를 시켰다.
요리가 나왔다. 싱가폴 누들이 더 맛있어 보이기에 각자 개인 접시에 덜어서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누군가 가까이 다가와서 말을 시킨다. 왜 다른 접시의 음식은 드시지 않느냐고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나는 이 접시의 음식이 더 맛있어 보여서 먼저 먹은 후 계속해서 그것도 먹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음식 맛이 괜찮고 아무 문제없다고 대답해 주었다. 아내와 둘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마쳤다. 테이블에서 계산을 하고 무심히 영수증을 받아들고 나왔는데 무언가 좀 이상하다. 영수증을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한 접시의 음식 값이 빠져있다. - 로 표시된 가격이 정확하게 두 번째 접시의 음식인 치킨 차우면 가격이었다. 아까 매니저로 보이던 분이 빼 주었나보다. 그런데 계산하면서 매니저와 어디에 사느냐 어디서 왔느냐는 등 한참동안 스몰 토크를 나누었는데 그 때에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일까? 대개 이런 경우라면 자기가 할인해 드렸다고 엄청 생색을 낼만한 일인데 말이다.
집에 돌아와 딸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아마 새로 생긴 음식점이어서 특별 할인 기간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음식점 입구와 안의 어느 곳에서나 심지어 온라인 어디에서도 그렇게 할인을 해 준다는 표시는 찾을 수 없었다. 그 원인을 나는 뒤늦게 발견할 수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음식점에 들어가 앉아서 음식을 먹기 전 둘이서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이 났다. 그동안 살아온 것이 하나님의 은혜요 오직 감사함뿐이라는 나의 고백을 하나님께서 들으셨던 것이 아닐까? 감사를 주제로 진하게 나눈 우리의 대화를 하나님께서 들으셨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면 무리한 해석일까?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 쇼핑몰 안에서 우리가 발견한 최고의 장소가 있다. 몰 한편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고 그 아래 약 3∼40 여개의 비치용 안락 의자가 설치되어 있는 장소이다. 마침 윔블던 챔피언십 테니스 경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점심을 먹은 후 옥사모는 여기가 좋다며 거기 앉아서 자신이 좋아하는 윔블던 테니스 경기를 관람했다. 나는 조금 보다가 지루해서 커피도 한잔 마실 겸 쇼핑몰 안을 둘러보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갑자기 파리 바게트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에 웬 한국 커피숍? 그런데 나도 모르게 스타 벅스를 지나쳐 파리 바게트로 들어가서 커피를 주문하고 있었다. 내 안에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무엇(?)이 흐르고 있나 보다.
우연히 한 숍에 들렀다가 밖으로 나가는 문이 있어서 그리로 나갔더니 아까 우리가 들어온 쪽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강변 경치가 좋다는 선전 문구와 홍보 사진에서 보았던 바로 그런 풍경이다. 산책하기에도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기에도 알맞은 장소가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강변 쪽 풍경은 버스에서 내려서 우리가 걸어들어 온 쪽과 전혀 달랐다. 여기 저기 뽐내듯 서 있는, 유명 스타 디자이너들이 설계했다는 멋진 건축물들이 흐르는 강을 비롯한 주변의 지연 환경과 멋지게 어우러져 있었다. 이 지역의 개발 프로젝트가 방치되었던 한 화력발전소의 리모델링을 넘어 인근 지역 전체를 새롭게 탈바꿈시켰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인근의 고급 주택가인 첼시와는 전혀 다르게 수영장은 물론 영화관, 레스토랑, GYM, 비즈니스 회의실, 게임 룸 등의 다양한 입주민 시설을 포함하여 젊고 활기찬 주거지역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커피를 손에 들고 전망이 좋은 나무 그늘에 서서 주변을 빙 둘러보았다. 멋진 광경이다. 눈에 보이는 것들 너머로 지난 삶의 역사가 이어지는 것 같다. 그동안 은혜로 살아왔음을 깨닫게 하신다. 오래 전 리더들과 함께 셔본(Sherbourne) 지역으로 수련회 답사 갔다 돌아오는 길에 직선도로에서 정면충돌할 뻔 했던 일, 히드로 공항 가는 길에 졸음운전으로 큰 사고 낼 뻔 했던 일, 아프리카로 단기 선교 갔다가 낭떠러지 진흙 길에서 자동차가 스케이트장처럼 빙그르르 돌며 미끄러졌던 일, 서너 걸음을 제대로 못 걸을 만큼 허리에 심한 통증을 느끼며 한국을 갔지만 3주 반 만에 기도와 신유의 능력으로 완전히 치유 받고 돌아온 일, 마드리드 시내에서 옥사모가 자동차에 치일 위기에서 간발의 차이로 모면했던 일, 사랑하는 딸 수은이를 몹쓸 질병에서 신기하고 놀랍게 치유해 주신 일….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모두 하나님의 은혜임을 깨닫게 하신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 우연히 들어간 옷가게에서 더위를 가시게 만드는 즐겁고 시원한 경험을 했다. 그냥 둘러만 보려고 잠시 들렀던 가게에서 우리는 한 직원의 친절함과 매너에 감동을 받았다. 정성스럽게 그러나 거북하지 않게 손님을 배려하는 친절이 기분 좋게 다가왔다. 더운 날씨에 얼음에 가까운 차가운 물까지 대접 받고나니 마음에 드는 티셔츠 하나쯤이야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집에 도착하기 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마셨는데 두 병의 물을 다 마시기까지 그 직원의 멋진 매너와 친절이 고맙게 느껴졌다.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 방문을 통해서 나는 영적 파워(!)를 공급받았다. 더위를 피해 찾아간 목적에 걸맞게 하루를 보냈다는 작은 위안도 있었지만 하루의 위로와는 비교할 수 없이 일생동안 동행하시며 위기와 위험으로부터 보호하시며 세밀하게 살피시고 친밀하게 돌보시고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새롭게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앞날도 성령님께서 동행하실 것을 믿는다. 여전히 부족하고 연약한 이대로의 모습으로 미래를 살아간다고 해도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사랑의 아버지이시기에 친히 인도해 주시리라!,

김석천 목사
행복한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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