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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템즈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유병윤 지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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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음악사에서 제일 ‘핫’하다는 Mahler 작곡가 제4교향곡을 들으며
영국 7월 여름 날씨는 정말 참 좋다, 비도 안오고 공기도 청량하며 기온도 무덥기보다는 살짝 더운 정도이다. 게다가 6월 하순 하지를 막 지난 시기라 낮시간도 엄청 길다.
이런 영국의 여름밤에는 클라식Classic 콘서트 관람이 딱 제격이다.
우리 영국 교민 중에서도 정통적인 Classic분야에만 평생 한우물만 파고있는 순수 음악예술가가 있다는 것은 자랑이다. 그분이 바로 템즈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Thames Philharmonia Orchestra를 이끌고 있는 음악감독 겸, 바이올리니스트이며 지휘자인 유병윤씨다.
오늘(12일)이 템즈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를 하는 날이라 나는 일찍감치 오후 일정을 끝내고 뉴몰든에서 자동차로 약 15~20분 거리의 테임즈 강가에 자리잡은 공연장 랜드마크 아트 센터Landmark Art Centre로 향했다.
아트 센터라고 해서 한국식 현대식 건물이라 생각하면 오해이다. 영국식 고색 창연한 교회 건물이 용도 변경이 되어 문화센터로 자리잡은 것이다. 위치한 곳도 바로 킹스톤 지역 테임즈 강 상류 지역에서 경치가 수려한 데팅던 록Teddington Lock(갑문)이 있고 강을 건너는 조그만 다리가 있는 지역 강가에 자리 잡고 있는 건물이다.
홀 안 특징으로 천장이 아주 높아 음향이 석조벽에 반향되어 그윽하게 들리는 듯하다.
템즈 필하모니아는 단원 수가 60~70명 정도로 주로 이 지역 근처에 사는 음악 연주가들이 결성한 오케스트라이다. 오랫동안 연주 생활을 하다가 은퇴한 프로급 연주자들도 있고 젊은 나이지만 열성을 갖고 참여하는 음악 연주 학도들도 있다. 그렇다고 실력을 얕게 보면 안된다. 울러퍼지는 소리가 넓은 교회안 홀을 꽉 채운다.
영국에서 음악 대학 두 곳을 마친 젊은 나이의 유병윤씨가 25년 전에 창단후 25년 동안 한해도 쉬지 않고 1년에 3~4번씩 정기 연주회를 가져왔으며, 지역 행사에도 초청받아 연주해 온 관록이 붙은 악단이다. 이 악단의 전체 단원 중에 한국 사람은 지휘자와 바이올리니스트 2명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영국 현지인이라 한다.
1부 순서는 Mendelssohn, Mozart, Dvojak, Verdi 등 유명한 작곡가들의 소품을 조금씩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라 나같은 클라식 음악 초보자한테는 제격이다.
그래도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2부. 근대 클라식 음악 분야에 제일 많이 회자되고 있다는 클라식음악의 최고봉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er 작곡가의 제4번 교향곡이다.
초보자인 내가 감히 이러한 본격적인 클라식 음악을 해설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자료를 뒤져보니 우선 이분의 곡은 대부분 한 시간이 넘는 곡들이다. 작곡가 말러가 태어난 곳도 지금은 나라가 없어진 보헤미아. 유대인으로서 동유럽 지역 여기저기 흩어져 살아서 본인의 입으로 “나는 고향이 없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의 교향곡 중 제3교향곡은 음악사 역대 최고의 교향곡 10위 안에 든다고 하니 그의 음악수준을 알 만하다.
한 곡이 50~60분 걸리는 클라식 음악을 들을 때는 첫째 눈을 딱 감는다, 둘째 죽었다 생각하고 인내를 발휘한다, 셋째 옛날 달콤했던 추억들을 이리저리 머리속에 굴리며 시간을 떼워본다 등이 나의 요령이다.
음악이 1악장, 2악장이 넘어가고, 제 3악장에 왔다.
이 3악장에서는 특히나 들릴까 말까 낮게 깔리면서 흐르는 현악기 소리들이 묘하게 내 귀를, 아니 내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울려준다. 선율이 좀 굵어지면서 간질간질하던 내 마음도 꽃을 피우는 듯 물컹물컹 뭔가 피어오른다.
이 음악의 제목이 ‘천상의 삶’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내가 느꼈던 그 기분이 천상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였나 보다. 잘못해서 끌려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
이 곡의 또 다른 큰 특징 중의 하나가 4악장에서 소프라노 독창이 나온다는 것이다.
4악장 시작 전에 뒤쪽 대기실에서 빠알간 진홍빛 드레스를 입고 나오는 선녀 한 분이 무대 앞에 서있다. 4악장 시작과 동시에 터져나오는 고음의 소프라노 음정! 깊이 파인 드레스와 아름다운 모습에서 퍼져나가는 음률에 귀도 즐거웠지만 눈도 즐거웠다. 약 7~8분 동안 계속 꾀꼬리같은 성악이 울러퍼지며 천상의 연주 음악에다가 아름다운 소프라노 목소리,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어디 있을까 싶다.
알고 보니 이 성악가는 한국인인데 이태리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영국 교민사회에서 열리는 행사에 자주 찾아와서 우리들한테 많이 알려진 Vittoria Kim (한국이름 김성은)이란 분이다.
Korean Fantasy 교향곡 영국 공연
이렇게 2시간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지휘봉을 흔들며 60여 개의 각기 다른 악기 소리를 하나로 아름답게 주무르고 계신 마에스트로 유병윤씨가 참 대단하게 보인다.
그는 예술가로서 조그만 꿈을 하나 갖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딱 21년 전 2004년도에 당시 대사관, 교민언론사, 기업가들의 협찬을 받아 ‘코리언 판타지Korean Fantasy’란 교향곡을 런던 크로이든Croydon에 있는 콘서트홀에서 지휘한 적이 있다.
그는 그때 느낀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당시에 한국이 88올림픽을 치른지 3~4년이 지난 시기이며 나름대로 저개발국가에서 막 발전하는 모습이라 더한 진한 감동을 준 듯하다며 20여 년 지난 지금 한국의 새로운 위상에서서 ‘코리언 판타지’ 교향곡을 자기가 지휘자로 있는 템즈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를 통해 여기 영국 땅에서 다시 연주하고 싶다는 것이다.
‘코리언 판타지’란 곡은 애국가를 작곡하신 안익태 선생님이 1938년 즉 지금으로부터 무려 87년 전에 작곡하여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초연됐다. 특히 이 곡 4악장에서 주제로 사용되는 주제곡이 애국가이므로 우리나라 민족의 오래된 혼이 담긴 곡이라 할 수 있다. 단군 신화로부터 한국 산천의 아름다움, 한국이 옛 선비들 모습, 산골에서 물흐르는 소리 등 한국인의 정서가 그대로 담긴 음악이다. 연주 시간은 약 30분 정도로 4악장에서 울려퍼지는 애국가 멜로디는 성악가의 리더로 약 150명의 합창단이 부른다.
리사이틀 홀 무대에서 뒷배경 영상으로 보여주는 우리나라 산골에서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를 바이올린으로 들으며 후반부에는 대형 오케스트라의 음악에 150여명의 합창단이 애국가 멜로디를 부르게 되면 한국인으로서 어느 누가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러한 장엄한 모습에 영국 현지인도 마치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마냥 진한 감동을 받을 것이다.
현재 유병윤 지휘자는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에는 런던 지역 콘서트 홀(아직 미정)에서 ‘코리언 판타지’ 교향곡을 연주하기 위한 스폰서쉽을 찾기 위해 후원자(Patron)와 같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정부나 민간 지원들이 주로 K-Pop을 위시한 Entertainment분야에 관심을 치중하였으나, 한국 정서의 샘물같은 교향곡이 영국 현지에서의 문화 전파를 위해 가까운 장래에 울려퍼지도록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우리 교민 여러분들도 관심을 갖고 ‘코리언 판타지’ 곡이 영국 현지에서 울려퍼지길 기대해 보자.
필자 조동식
재영칼럼니스트
dscho27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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