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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럽 최대 한인타운 정체기, K-POP으로 돌파구 찾는다
코리안위클리  2026/06/13, 03:52:22   
‘New Malden K-POP Awards’ 김기영 조직위원장
제3회 New Malden K-POP Awards를 준비하는 김기영 조직위원장을 만나다

8월 28일과 29일 양일간, 런던 남서부의 평범한 거리인 뉴몰든 하이스트리트가 유럽 K-POP의 중심지로 변신한다. 평소에는 한인 식당과 슈퍼마켓, 카페들이 줄지어 있는 차분한 동네지만, 이날만큼은 수천 명의 관객과 100여 명의 아티스트들이 모이는 문화의 장이 열린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New Malden K-POP Awards’.
겉보기에는 활기찬 음악 축제 중 하나로 보이지만, 이 무대 뒤에는 뉴몰든이라는 커뮤니티의 미래를 고민하는 한 기획자의 냉정한 현실 인식과 뜨거운 비전이 담겨 있다. 행사를 이끄는 김기영 조직위원장을 만나 그가 꿈꾸는 뉴몰든의 다음 50년에 대해 들었다.

“50년 역사의 뉴몰든, 이제는 변곡점에 섰습니다”
1970년대, 영국 땅이 낯설던 시절부터 한국인들이 하나둘 정착하며 만들어진 뉴몰든은 오늘날 ‘유럽 최대 한인타운’이라는 상징적인 타이틀을 얻었다. 1세대의 땀과 노력이 일궈낸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김기영 위원장은 지금이야말로 뉴몰든이 가장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뉴몰든은 영국 내 한국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이제 한류는 주류 문화가 되었고, 뉴몰든에 오지 않더라도 런던 중심가 어디서든 한국 음식과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아끼더니, 이내 솔직한 진단을 내놓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뉴몰든은 정체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식당과 마켓만으로는 더 이상 새로운 유동 인구를 유입시키기 어렵습니다. 비즈니스의 중심도 점차 런던 중심부로 이동하고 있죠. 이대로 머물러 있다면 한인타운의 활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위기를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이어진 대안에서는 확실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평범한 거리, K-POP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더하다
김 위원장은 뉴몰든의 냉정한 현실을 짚었다. 뉴몰든은 킹스턴처럼 아름다운 강을 끼고 있는 것도, 리치몬드나 윔블던처럼 세계적인 공원이나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연례적으로 열리는 곳도 아니다. 관광객이 찾아올 만한 뚜렷한 랜드마크가 없는 평범한 외곽 도시라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 있습니다. 바로 ‘유럽 최대 한인타운’이라는 역사성과 정체성입니다. 이제는 단순히 ‘한국인이 많이 모여 사는 동네’를 넘어, 유럽인들이 한국 문화를 제대로 소비하기 위해 찾아오는 ‘문화의 중심지’가 되어야 합니다.”
그 돌파구로 선택한 것이 바로 K-POP이다. 전 세계 젊은 세대를 하나로 묶는 가장 폭발력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K-POP은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아티스트의 노력, 팬덤의 결속력, 그리고 한국의 기획력이 집약된 최고의 문화 산업입니다. 이 에너지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바로 이곳, 뉴몰든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외부에 앞서 우리부터 제대로 즐겨야 한다”
김 위원장은 이번 3회 대회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커뮤니티 내부의 인식 변화’를 꼽았다. 그는 그동안 뉴몰든에서 열린 일부 K-POP 행사들이 오히려 K-POP의 위상을 떨어뜨렸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냉정하게 말해, 지금까지 뉴몰든에서 보여준 K-POP 관련 행사들은 조잡한 수준이었습니다. 이민 1세대들이 바쁜 정착 과정에서 K-POP의 급격한 발전상과 세련된 예술성을 접할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유럽 최대 한인타운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가끔 열리는 단발성 행사들이 오히려 K-POP의 진짜 매력을 왜곡하고 있었습니다.”
뉴몰든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먼저 K-POP의 진정한 가치를 배우고, 문화적 안목과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들부터 K-POP이 진정 무엇인지 느끼고 공감하며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먼저 당당하게 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주변 현지인들에게도 자신 있게 권하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습니다. 겉치레뿐인 축제가 아니라, 뉴몰든 스스로 K-POP에 대한 긍지와 기준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꼭 뉴몰든에서만 New Malden Kpop Awards 진행고자 합니다.”

 
단순한 댄스 페스티벌에서 ‘진짜 무대’로
사실 이 행사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규모를 갖췄던 것은 아니다. 2024년 첫해에는 흔히 볼 수 있는 길거리 랜덤댄스 위주의 이벤트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K-POP의 본질과 에너지를 담아내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2025년 2회 대회부터 과감하게 컴페티션(경연) 형식으로 패러다임을 바꿨다. 공식 상금과 트로피를 도입했고 퍼포먼스, 가창력, 무대 연출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전문적인 무대를 구축했다.
“참가자들의 눈빛부터 달라지더군요. 단순히 춤을 따라 추는 수준을 넘어, 자신들의 꿈과 열정을 무대에 쏟아부었습니다. 관객들의 환호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뜨거웠죠. 그때 확신했습니다. 축제의 방향성이 맞았다는 것을요.”
“누군가를 기다리기보다, 가장 필요한 사람이 먼저 움직여야 하니까요”
문득 궁금해졌다. 왜 개인이 이토록 많은 시간과 사재를 들여가며 3년 연속 이 큰 행사를 밀어붙이고 있는 걸까.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그는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
“주변에서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 한인회나 정부 기관이 해야 할 일이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4년 전부터 눈에 보이기 시작한 하이스트리트의 침체를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곳은 지금 제 가족이 살고 있고, 앞으로 제 아이들이 자라날 터전이니까요.”
그는 어떤 직책이나 명예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저 지역 사회의 쇠락을 지켜보기보다, 위기의식을 가장 크게 느낀 사람으로서 먼저 행동에 나섰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완벽한 조건이 갖춰지기를 기다리다가는 타이밍을 놓칩니다. 부족하더라도 누군가 먼저 시작 물꼬를 터야 변화가 생깁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묵묵히 하다 보면 결국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늘어날 거라 믿습니다.”

뉴몰든의 미래, 영국 속 ‘한국 문화 수도’를 향해
김 위원장의 시선은 올해의 성공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그는 이미 10년, 20년 뒤의 뉴몰든을 그리고 있었다. 5년 안에 수만 명이 모이는 유럽 최고의 K-POP 축제로 키워내고, 장기적으로는 뉴몰든에 복합 문화 공간인 ‘K-Art Stadium’을 건립하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다.
“단순한 공연장만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한글학교, 체육시설, 문화예술센터가 어우러져 차세대 동포들과 현지인들이 한국 문화를 배우고 교류하는 복합 단지를 만들고 싶습니다. 훗날 사람들이 뉴몰든을 기억할 때 ‘한국 식당이 많은 동네’가 아니라, ‘영국 속 한국 문화의 수도’로 떠올릴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고 싶습니다."
오는 8월 28일과 29일 펼쳐질 제3회 New Malden K-POP Awards는 단순한 이틀간의 축제가 아니다. 한인타운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도전이자, 새로운 50년을 향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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