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한인사회의 또 다른 문화홍보대사, SKMA 합기도 성대만 대표
뉴몰든(New Malden) 거리를 걷다 보면 가끔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풍경이 있다.
사거리 중심 코너에 자리한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대형 태극기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잠시 귀를 기울이면 “얍!”, “하나!”, “둘!”, “셋!” 하는 기합소리가 들려온다.
금발의 어린 학생들이 맨발로 도장을 뛰어다니며 한국어 구령에 맞춰 훈련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기하게 바라보게 된다.
유럽 최대 한인타운인 뉴몰든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이 특별한 풍경의 주인공은 바로 SKMA 합기도 아카데미와 설립자 성대만 대표다.
“이 자리에 무술도장이 들어온다고?”
몇 년 전만 해도 이곳은 지역 주민들에게 잘 알려진 대형 펍(Pub)이 있던 자리였다. 당시 필자는 이 지역에서도 손꼽히는 높은 임대료의 상권에 무술도장이 들어선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갸웃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유명 레스토랑이나 프랜차이즈 매장이 아닌 한국 무술도장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더구나 정부나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는 문화사업이 아니라 한 개인이 순수하게 사업으로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솔직히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개관 3년 만에 뉴몰든 본관은 지역의 대표 무술교육 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현재는 인근 지역에 여러 지점이 운영될 만큼 성장했다. 앞으로도 런던과 주변 지역으로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학도에서 합기도 사업가로
성대만 대표의 이력은 조금 특별하다. 그는 영국의 명문 대학인 Durham University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던 유학생이었지만, IMF 외환위기라는 예상치 못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학업과 생계를 병행하기 위해 트럭 운전, 샌드위치 공장 근무 등 다양한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치열한 유학생활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선택한 것이 오랫동안 수련해 온 합기도였다. 처음에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아르바이트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취미는 전문성이 되었고, 전문성은 직업이 되었으며, 결국 지금의 사업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학업을 마친 뒤에는 군 복무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 육군 통역장교로 임관했으며, 특수전사령부에서 한미 특전사 간 협력과 소통을 지원하는 통역장교로 복무를 마쳤다. 특히 특전사의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도전 정신은 훗날 영국에서 무술 교육 사업을 개척하고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3년간의 군 복무를 마친 후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투자자문회사, 외식업계, 물류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으며 현지 정착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다. 그러나 여러 길을 거친 끝에 자신이 가장 열정을 가지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결국 합기도 교육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한 우물을 판다’는 말은 그의 삶을 가장 잘 설명하는 표현이다. 대학 졸업 전 이미 합기도 4단 자격을 취득한 그는 경제학을 통해 배운 원칙과 경영 마인드, 그리고 특전사에서 체득한 강한 실행력과 리더십을 무술 교육 사업에 접목시켰다. 이러한 경험과 철학을 바탕으로 오늘날 SKMA아카데미를 성장시키며 자신만의 교육 비전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도장 하나가 문화센터가 되다
SKMA아카데미를 둘러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규모만이 아니었다. 도장 내부는 마치 현대적인 교육시설이나 의료기관을 연상시킬 만큼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었다. 밝고 깨끗한 공간에서 어린이와 성인 수련생들이 연령별·수준별로 체계적인 수업을 받고 있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국적의 수련생들이었다. 영국인을 비롯해 유럽, 중국, 인도, 중동 등 여러 문화권 출신의 학생들이 함께 수련하고 있었다. 한국계 학생들은 일부(약15%)에 불과했지만, 모두가 한국어 구령에 맞춰 움직이며 한국 전통 무예를 배우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것은 단순한 체육교육이 아니다. 태권도가 세계에 한국을 알렸듯, 합기도 역시 한국의 정신과 예절, 그리고 문화를 자연스럽게 전하는 훌륭한 문화 콘텐츠다. 도장 안에서는 매일 한국어가 울려 퍼지고, 한국식 인사와 예절이 실천된다. 그런 의미에서 SKMA아카데미는 작은 한국문화원이며, 성대만 대표는 또 다른 형태의 민간 문화홍보대사라 불러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제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사업모델
SKMA아카데미의 시작은 Worcester Park의 작은 도장이었다. 첫 번째 도장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수련 희망자가 늘어났고, 이를 계기로 뉴몰든 지점을 개설하게 되었다. 이후에는 성 대표의 제자들이 직접 관장이 되어 다른 지역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성 대표는 초기 투자와 교육 시스템을 지원하고, 제자 사범들은 독립적으로 도장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자신의 사업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도자를 육성하는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
지역사회 자산이 되기까지
성 대표는 앞으로도 더 많은 지역으로 나아가 합기도를 보급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단순히 도장 수를 늘리는 데만 있지 않다. 지역 축제와 커뮤니티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합기도 시범과 봉사활동을 통해 영국 사회와 더욱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라고 한다.
재미있는 일화도 들려주었다.
“도장이 들어선 뒤 동네 분위기가 더 좋아지고 범죄율도 떨어졌다는 농담을 주민들에게 종종 듣습니다.”
물론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주민들이 지역 청소년들의 건강한 활동 공간이 생긴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작지만 아름다운 성공 이야기
세상에는 수많은 성공담이 있다. 세계적인 기업을 일군 거대한 성공신화도 있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화려한 이야기들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뉴몰든 거리에서 만난 성대만 대표의 이야기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역만리 영국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으며 정착했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 하나를 끝까지 붙들고 성장시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고 지역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쩌면 해외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고 있는 수많은 한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대한 성공신화가 아니라 바로 이런 이야기일지 모른다.
오늘도 뉴몰든 사거리의 태극기 아래에서는 아이들의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하나! 둘! 셋!”
그 소리는 단순한 기합소리가 아니라, 영국 땅에서 뿌리내리고 있는 또 하나의 한국 이야기이기도 하다.
SKMA 합기도 아카데미 뉴몰든 도장
● 주소 : 116 Malden Road, New Malden KT3 6DD
● 문의 : 07771 886 319 / 07709 036 369
● 이메일 : info@skma.co.uk
● 웹사이트 : skma.co.uk
글 조동식
현대중공업(주)
런던지사 6년 근무
영국 Ferranti 공항시스템(주) 4년 근무
대전 KAIST대학 정부출연 프로젝트 책임연구원
OKTA 세계한인무역협회 런던지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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