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21명을 연쇄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34)은 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황찬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다른 사람들과 언론에서는 사람을 많이 죽였다고 하는데 제 입장에서는 살인을 시작하는 단계였다”고 말했다.
일반 수의가 아닌 검은색 반소매 면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검정 구두를 신은 유씨는 수갑을 찬 데다 수염까지 길러 초췌한 모습이었다.
유씨는 공소사실 대부분을 시인하면서도 일부 피해자의 신원과 범행 날짜와 방법 등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검찰 공소내용이 “범행 사실과 다르다”며 자신이 적어온 메모지를 꺼내 대조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유씨는 이날 신문 중 검찰이 “잡히지 않았다면 수첩에 100명 정도 찼을 때까지 계속 살인을 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는데”라고 묻자 “살인을 멈출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씨는 “피해자들이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는 진술을 수사 과정에서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그렇지 않다. 기회와 방법이 없어서 그렇지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해 약간의 심경 변화가 있었음을 드러냈다.
이날 재판이 열린 417호 법정에는 200여개의 방청석이 일반인과 취재진, 경찰관 등으로 모두 채워졌고, 유씨 뒤에는 10여명의 교도대원들이 앉아 시종 긴장된 분위기였다.
법원은 2층과 4층에 각각 검문대를 설치하는 등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했지만 재판 중 방청객의 돌출행동은 일어나지 않았다.